법률칼럼 의사의 설명의무, 아직 헷갈리는 이유
법률칼럼 의사의 설명의무, 아직 헷갈리는 이유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30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명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은 의사가 지게된다
설명 '범위'도 중요하지만, 분쟁 대비 '어떻게' 남길 건지도 중요
이은빈 변호사(하모니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법률사무소)

사례 #1. A병원 의료진은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을 가진 환자의 심장질환 관련 수술 동의를 받으면서 전신마취 합병증으로 인한 말초 신경 마비 또는 뇌경색, 뇌출혈이 올 수 있고, 수술 및 회복 중에도 횡경막신경 손상 등 신경계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줬다.
그러나 수술 및 회복과정에서 기왕증의 악화로 사지마비가 발생할 가능성까지는 미처 설명하지 못했다. 환자에게는 하지 근력 저하 등 사지마비 증세가 남게 됐다.

사례 #2. B병원 모 과장은 좌측 동정맥루 수술을 받고 같은 부위 출혈로 입원한 환자에게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 재개통술을 시행하기로 하고 경구용 약제를 투여하기 위해 엘 튜브(L-tube)를 삽입했다.
그런데 환자의 호흡·맥박이 측정되지 않아 엘 튜브를 제거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서 맥박이 돌아왔고, 이후 보호자 동의를 얻어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감염성 심내막염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 관련 각종 법률분쟁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해묵은 소재이면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개념이다.

의료현장에서는 도대체 어디까지 설명해야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 그 범위를 두고 불안감을 호소하기 일쑤다. 반면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 및 처치 과정상 의사의 과실을 증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설명의무를 의료진이 간과한 사실을 내세워 소정의 위자료라도 인정받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첫 번째 사례에서 원심은 "자각증상 없는 경추부 관련 질환 환자에게 경추부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원고의 현 장해 상태는 이 사건 수술에서 통상 예견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17974 판결). 

환자의 주관적 증상 또는 후유증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 이에 따른 의료진의 예견만으로는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례에서 환자의 유족 측은 "엘 튜브 삽입술 시행 전 그 부작용, 위험성 등을 의료진이 설명하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설명의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엘 튜브 삽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며 이 부분 판단에서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39960 판결).

차이인즉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에 한정된다. 

두 번째 사례에서 사인은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밝혀졌는데, 그 과정에서 의사가 엘 튜브 삽입의 부작용 및 위험성을 고지한 적이 없다고 해서 설명의무 위반을 문제 삼아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서 도출된다. 의료행위는 필연적으로 신체에 대한 침습이 수반되기에 환자 또는 보호자의 승낙이 요구되고, 이는 의료라는 전문 영역의 충분한 정보가 뒷받침될 때 의미 있는 것이어서 전문가인 의사의 설명을 의무로 규정해둔 것이다. 

단지 외모에 대한 주관적 만족을 얻기 위해 시행하는 미용성형술의 경우 이러한 설명의무는 한층 강화된다. 

최근 재판부는 하안검 수술을 받고 주름이 더 깊게 패였다며 집도의를 상대로 재수술 비용 등을 청구한 사건에서 "심리적으로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진료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설시했다(대구지방법원 2021. 4. 14. 선고 2020나312375 판결). 

의사로서는 환자의 외모에 대한 불만과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충분히 경청한 다음, 당해 시술로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위험·부작용 등을 연령·직업 등을 참조해 설명해줘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은 의사가 지게 된다. 

모 성형외과 원장은 상담 과정에서 상세한 수술 방법과 부작용을 환자에게 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설명하는 한편, 수술받고 불만을 제기하러 온 환자에게 시술 전·후 사진 등을 분석해 보여준 정황을 모두 남겨둠으로써 이후 분쟁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1. 10. 선고 2008가단239515 판결).

이와 같이 의사의 설명의무는 '어디까지' 해줘야 할지 그 범위도 중요하지만, 만약이라도 분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어떻게' 이를 남길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평소 관련 판례를 부지런히 습득하면서 가까운 법조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