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시행착오 반복할 것인가!

언제까지 시행착오 반복할 것인가!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30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년 SARS·2009년 신종플루·2015년 MERS 사태 등 잇따라 인류 위협
재난 겪고도 준비 미흡…의협과 협의하지 않은 '졸속 지침' 의료 현장 '혼란'
전문가단체 협의 통해 현장 중심·과학적 방역 기준·대응 매뉴얼 만들어야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이어지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반복적인 유행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COVID-19에 대해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세 번째로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사스는 9개월, 신종플루는 14개월, 메르스는 7개월 만에 종료가 되었지만, 코로나19는 백신 개발로 맞서는 인간의 노력에 대항하며 변이로 맞서면서 전파력을 높이고 있어서 대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입국 제한 결정 지연 등 미흡한 초기 대응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지만,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적극적인 협조 그리고 헌신적인 의료진들로 인해 성공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피해와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 되자 정부는 급격한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여 환자 수가 급증하고 의료체계가 붕괴 위험에 직면하는 팬데믹 이후 최고의 위기 상황에 부닥쳤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병상 이송을 기다리거나 재택 치료 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응급실에서는 병상 배정이나 이송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재택 치료 중 사망한 환자는 일반 병원 영안실을 이용할 수 없어 이틀 동안이나 시신이 자택에 있었던 기막힌 사례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관련 대응 지침이 없어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

지난 12월 18일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아파트에서 재택 치료를 받던 산모가 분만할 병원을 찾다가 '구급차 출산'을 하였고, 출산 후 산모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아기를 받아줄 별도의 병상이 없어 산모와 같이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당시 분만이 급박한 상황에서 구급대는 40곳의 병원에 80여 통의 전화를 걸었다고 하지만, 입원 중인 다른 산모와 신생아의 감염 위험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는 무작정 코로나 감염 산모를 이송받을 수는 없다. 코로나 확진 임신부가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구급차에서 출산하고, 게다가 건강한 아기가 코로나에 감염된 엄마와 한 병상에 있다는 것은 의료 후진국의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엄습하여 2년째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여태껏 코로나 감염 산모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채 즉시 수용할 지정 병원이 없어 산모와 태아의 두 생명을 동시에 위험에 노출한 것은 매우 실망적인 일이며 이제라도 당장 대책을 마련하여 절대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반복적 대유행은 폭발적인 전파력으로 인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국민의 피해, 병상 부족 사태, 행정인력과 의료진 부족 등은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스·신종플루·메르스를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미리 팬데믹 상황 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매뉴얼과 응급 방역 의료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감염병에 대응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점임에도 재택치료 중 자택에서 사망하거나 코로나 확진 임신부를 위한 기본 대응 매뉴얼 조차 없는 실정이다. 의료 현장의 혼란은 대한민국 감염병 대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는 급증하는 중환자와 입원 대기자를 위해 병상 확보 행정명령과 예비행정명령을 발동하여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병실과 의료진은 물론 시설·장비 확충이 여의찮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연일 1천명을 웃돌면서 중환자와 응급환자 진료체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2월 24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혜민병원 의료진이 환자진료를 위해 팔을 걷었다. [사진=ⓒ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연일 1천명을 웃돌면서 중환자와 응급환자 진료체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2월 24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혜민병원 의료진이 환자진료를 위해 팔을 걷었다. [사진=ⓒ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궁여지책으로 코로나19 증상 발현 후 최대 20일까지만 중환자실 입원이 가능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침을 내렸다. 20일이 지나면 전담 중환자 병상에서 무조건 퇴원해야 하며, 추가 치료가 필요함에도 의료진이 환자에게 일반 중환자실 등으로 병상을 이동하라는 '전원명령서'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전원명령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협박성 명령은 오로지 헌신적으로 환자 치료에만 전념하며 지난 2년간 지칠 대로 지친 의료인에게 극심한 자괴감까지 주고 있다. 로봇도 아닌 입원 중인 환자를 정해진 일수에 따라 전원이나 전실을 하라는 명령은 위급한 의학적인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로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 재난 시에는 먼저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사립 병원이 자발적으로 시설을 갖추어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협조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출산은 응급 상황이 많아 시간을 지체하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 감염 산모를 위한 병원을 지정하여 병상을 찾아 헤매지 않고 언제든지 곧바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2002년부터 바이러스 감염병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했음에도 필요한 의료 자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잘못된 예측과 예단으로 정책을 입안했다. 

의료와 방역에 있어 최고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졸속으로 만든 지침을 일방적으로 내려 의료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주먹구구식 방역과 치료 대책이 아닌 진료 현장 중심의 과학적인 기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의료전문가단체와 협의하여 합리적인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적인 감염병 재난에 대비하여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이고 명확한 대응 매뉴얼을 완성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인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