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만족·자아실 현, 경제적 이유, 사회적 기여 등 이유
절반 이상 의료취약지·공공의료기관 "근무 의향 있다" 응답
외국 취업 41.7%·이민 49.3% 고려…열악한 한국 의료 상황 방증
100세 시대는 의사들의 삶에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의사 10명 중 6명(59%)은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 싶다며 근로 의지를 보였다.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 싶은 이유로는 '자기 만족 및 자아 실현'(52.0%)이 가장 높았고, 희망 분야는 '일반 진료'(52.5%)를 선호했다. 근무지역으로는 절반 가까이(46.3%) '서울'을 원했으며, 근무 시간은 '7∼8시간'(37.5%)이 가장 많았다. 희망 월 보수는 '700만원 이상'(40.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2020 전국의사조사(KSP)'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지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전국의사조사는 의사들의 수련·진료 활동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살펴보기 위해 근무현황, 근무환경, 진로·활동계획,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의사의 평가 수준과 주요 보건의료정책 현안에 대한 인식 수준, 생활습관과 건강상태, 은퇴 후 근로의향 등을 조사했다. 이번 전국 의사조사에는 6507명의 의사 회원이 참여했다.
은퇴 의사와 60세 이상 현역 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은퇴 후 근로 의향은 어땠을까? 회원 59.0%가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 싶다며 근로의지를 보였다. 일하고 싶은 이유로는 '자기 만족 및 자아 실현'(50.2%), '경제적 이유'(25.5%), '사회적 기여'(23.4%) 등을 꼽았다.
희망 근로 분야는 절반 이상이 일반 진료(52.5%)를 택했으며, 건강 증진(8.0%), 건강 검진(7.8%), 보건 교육(6.7%), 방문 건강·진료(2.1%) 등으로 답했다. '아무 업무나 상관없다'는 응답은 16.7%다.
근무지역은 '서울'(46.3%)을 선호했으며, 경기(8.0%), 부산(5.3%), 강원(4.4%), 대구(3.7%), 광주(2.8%), 제주(1.8%), 인천(1.6%), 전북(1.6%), 전남(1.6%), 경남(1.6%), 충남(1.4%), 대전(1.1%), 충북(0.9%), 경북(0.9%), 울산(0.7%) 등으로 답했다.
지역단위에서도 '동' 소재지 근무를 원하는 비율이 90.1%로 읍·면 소재지(9.9%)에 비해 크게 앞섰다.
은퇴 후 의료취약지 근무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2.3%였으며, 52.5%는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당 근무일수는 '3일'(40.1%)이 가장 많았으며, 5일(25.9%), 4일(23.4%), 2일(9.4%), 1일(0.5%) 등이 뒤를 이었다. 희망 월 보수는 ' 700만 원 이상'(40.1%), 500만원대(26.8%), 600만원대(11.2%), 300만원대(9.4%), 400만원대(7.1%), 200만원대(3.9%), 100만원대(0.7%), 100만원 미만(0.7%) 등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은퇴한 의사의 최종 근무 직역은 교수(35%)가 가장 많았고, 봉직의(29.9%), 개원의(27.4%), 행정직(1.3%), 연구직(0.6%) 이 뒤를 이었다.
은퇴 연령은 '65∼69세'(46.5%)가 가장 많았고, 70∼74세(14.6%), 60세 미만(14.0%), 60∼64세(13.4%), 75세 이상(11.5%) 등으로 파악됐다. 평균 은퇴 연령은 65.2세였다. 은퇴자를 제외한 조사에서 은퇴 고려 연령은 평균 66.4세지만, 은퇴자를 포함해 본인이 생각하는 은퇴 적정 연령은 67.7세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1.7%는 외국에서의 진료(개원·취업)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49.3%는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해 열악한 한국의 의료 현실을 방증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옮겨 근무할 때 어려움으로는 '자녀의 교육문제'(58.3%)가 가장 컸다.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는 어려움'(52.6%), '친지나 친구 관계 등 개인적인 사회관계의 단절 문제'(42.4%), '여가 문화시설 부족'(33.3%), '배우자의 직장 문제'(24.9%) 등이 뒤를 이었다.
'2020 KSP'에서는 의사들의 생활습관·건강상태, 개원의 현황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담배는 일반 성인대비 적게 피우지만, 술은 비슷했다. 여의사 음주율은 일반 성인보다 높았다.
의사들의 흡연율은 남자의 경우 평생흡연율 38.3%, 현재흡연율 16,3%, 매일흡연율 11.9%, 과거흡연율 22.0% 등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각각 3.5%, 1.7%, 1.2%, 1.8%였다.
일반 성인 현재흡연율(평생 담배 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우는 분율)이 남자 35.7%, 여자 6.7%인 것을 감안하면 흡연율에서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월간 음주율(최근 1년간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사람의 분율)은 일반 성인과 비슷했다.
의사들의 음주율은 남자 68.9%, 여자 49,5%였으며, 일반 성인(남자 73.4%, 여자 48.4%)과 비슷한 양상으로 보였다. 여의사 음주율은 일반 성인을 상회했다.
평소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비율도 절반을 넘었으며, 여성의 운동 비율(48.6%)이 남성(41.2%) 보다 높았다.
응답자 57.0%가 주기적인 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대부분 '주 3회 이상'(73.4%) 하고 있었다. 매일 운동하는 비율은 6.2%였다.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좋다'(매우좋음+좋음/26.9%)가 '나쁘다'(매우나쁨+나쁨/16.9%)를 앞섰고, 응답자의 28.2%는 적어도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이 있다고 답했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3시간이었으며, 17.9%가 하루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개원 현황도 조사했다.
개원의 총 개원 기간은 평균 13.9년이었으며, 현재 병·의원 개원년수는 평균 11.7년이었다. 개원 형태는 단독개원(83.4%)이 주종을 이뤘고 공동개원은 16.6%였다.
공동개원 사유(복수응답)로는 '개인휴가, 병가, 교육 등 시간적 여유 확보'(63.4%)가 가장 높았다. 이어 '병원 운영 및 경영 관련 의사결정 시 도움'(37.0%), '공동투자의 자본력으로 입지선정 시 유리'(34.8%), '인력, 공간, 장비 등의 공동 사용으로 병원 운영비 절감'(33.0%), '환자 진료의 질적 향상'(33.0%), '진료과목 확대로 인한 환자의 편의성 증대'(22.5%), '인적자원 확보가 용이하여 직원운용 유리'(12.3%), '세무상 유리(종합소득세 누진세 분산효과)'(8.4%) 등을 꼽았다.
공동개원 시 참여 의사수(본인 제외)는 '1명'(57.3%)이 가장 많았으며, 2명(21.1%), 3명(10.6%), 4명(5.3%), 5명 이상(5.7%) 등이었다.
병의원 평균 고용직원수는 10명을 넘었으며(10.24명), 병상을 보유하지 않은 개원의의 고용직원 수는 5.05명이었다.
전체 개원의의 82.2%는 병상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30병상 미만(11.2%), 30∼100병상(3.5%), 100병상 이상(3.0%) 등으로 나타났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전국의사조사 결과를 보건의료정책 개발 시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관계·학계와 공유하고, 향후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객관적 실태자료를 축적함으로써 의사전문직의 가치향상은 물론 합리적 보건의료정책 개발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