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전원 설립·의대 신설 공약…"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지역의사제 위헌적…9·4 의정합의 파기 무책임한 공약"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 공약은 현 정부의 의료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무성의한 공약이며, 9·4 의정합의를 파기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3일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공공의전원 설립·의대 신설·주치의제 도입 등 공공의료 확충 정책 공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병의협은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공공의료 확충' 정책 공약은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공약이었다"며 "이재명 후보 선대위가 보다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 공약을 다시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보면,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나오는 공약이 공공병원 확충 공약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이다.
공공병원 확충 공약의 주 내용은 공공병상이 전체 병상의 10% 정도밖에 안 되니 70군데 중진료권별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고, 필요 시 민간병원 인수까지 고려해 공공의료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또 중증 질환 진료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신증축이나 민간병원의 추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고려하고, 보건소를 확충해 방역과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중앙 및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및 확충 계획도 밝혔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 공약의 주 내용은 공공의전원 및 의대 신설, 지역 필수 의료 수가 가산제, 지역의사제, 지역간호사제, 공공임상교수제도를 통해 필수의료와 지방에 부족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병의협은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핵심 공약들은 이미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임이 드러난 현 정부의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 확충 정책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은 이미 지난 2021년 6월 정부가 발표했던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에 다 포함되어 있는 내용들"이라며 "이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포퓰리즘 정책임이 다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현 정부에서 발표하고 문제점을 지적당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공병원 확충 정책은 명백한 포퓰리즘 공약이자 실현될 경우 의료 시스템 붕괴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병의협은 "70개 중진료권별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정책은 명백한 혈세 낭비이자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에도 거의 유사하게 언급된 이 정책이 그대로 추진되면, 3차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종합병원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수도권, 서부산, 대전, 진주와 같은 곳에도 단순히 공공병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방의료원을 신설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이미 많은 의료기관들이 촘촘하게 의료 이용망을 구축하고 있는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에도 공공병원을 신축 및 증축하고, 이를 위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공공병원 확보를 위해 민간병원 인수까지 고려하겠다는 공약은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민간 의료의 시장 균형을 무너뜨리고 여기서 폐업하는 의료기관을 정부가 헐값에 매입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별로 중증질환 진료를 위해 국립대병원을 신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추가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켜 지방 중소병원 병상을 줄이고, 지역에도 대형병원들만 살아남게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위 공약대로 정책이 추진되면, 현재도 지방의료원들의 심각한 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게 될 것이고, 무분별한 지방 공공병원 확충으로 인한 의료시장 교란으로 인해 상당수의 민간 의료기관들은 폐업하게 되어 촘촘하게 이어져있던 의료 이용망이 붕괴되면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은 실효성 없는 위헌적 공약임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을 발표하면서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의전원을 이름만 바꾼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지역의사제·지역간호사제·공공임상교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병의협은 "이는 현재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에 왜 의료 인력이 부족한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인력이 부족하니 인력을 더 뽑겠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인력 부족 문제를 단순히 정원 증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간호대 정원 증원 정책의 실패를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며 "이미 수많은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 의료 분야 의사들이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은 당연히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의사제와 지역간호사제는 개인의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정책이며, 의무 복무 기간만 채우고 나서 대부분의 인력들이 수도권 및 대도시로 이동할 것이 뻔히 예상돼 장기적으로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과 대도시 의료 인력 과밀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공임상교수 제도는 국립대병원에서 임용만 하고, 실제로는 지방의료원에서 파견 근무만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지방의료원 봉직의사 양성 제도일 뿐"이라고도 했다.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공공의전원) 설립과 지방 의대 신설 정책은 2020년 의료계와 정부 및 여당이 맺은 9·4 의정합의와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의정합의까지 파기하는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병의협은 "코로나19 팬데믹 안정화가 되기 전에는 논의하지 않기로 한 의정합의를 여당의 대선 후보가 파기를 공식화하는 발표를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또 다른 협상 대상자였던 정부가 여당의 합의 파기 시도를 철회시키지 않는다면, 정부의 모든 의료정책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국민 주치의제 시행과 관련해서도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앞으로 병의협의 지적을 명심해 제대로 된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해 주기 바란다"면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통령 후보로 거듭나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