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아시아부인종양학회 신임 회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과제는 아시아부인종양학회(ASGO)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은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아시아는 아직 없다. 아시아인의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각국 의료진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범 14년, 어느덧 청년기에 접어든 아시아부인종약학회의 새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재원 신임 회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이 내놓은 답이다. 미국과 유럽의 부인종양학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부인종양학회의 위상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부인종양학회는 아시아 지역 부인종양학의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을 목표로 2009년 출범한 학회다. 한국와 일본이 학회 설립을 주도했고, 이후 2년마다 정례 학술대회를 열어 그 목표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11월 태국에서 일곱번 째 학술대회를 열었는데 모두 23개국에서 1600여명의 의료진이 참석해 최신지견을 나눴다. 초창기 15개국 250여명이 함께 했던데 비하자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의협신문이 세 밑 서울대병원에서 김재원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국내 부인종양질환 권위자로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위원장, 대한부인종양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최근 아시아부인종양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해 힘찬 행보를 시작했다. 임기는 2023년까지 2년이다.
Q. 아시아부인종양학회가 출범 14년차를 맞았다. 그간의 학회 운영 성과를 설명해달라.
=아시아부인종양학회는 한국과 일본이 주도해 2009년에 출범한 학회다. 2년마다 학술대회를 진행하며 부인종양분야 최신지견을 나누고 있다. 부인종양 연구는 유럽과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활발히 진행돼 온 분야인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아시아에서도 점차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학술대회 참석자 수를 봐도 유럽이나 미국 학회에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아시아 환자의 특성과 치료 방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연구와 학술적 교류를 지원할 계획이다.
Q. 최근 아시아부인종양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학회 운영 목표와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어떻게 기획하고 있나.
=세 가지 중점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첫째는 아시아부인종양학회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NCCN, ESMO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데 반해, 아직 아시아부인종양학회에서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아시아인의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학회 소속 각국 의료진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둘째는 학회와 관련 임상시험 단체를 연결하는 것이다. 학회의 수준은 학회에서 발표되는 연구 수준과 일치한다. 미국과 유럽은 임상시험 단체가 각 학회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데 비해, 아시아는 분리돼 있다. 아시아부인종양학회도 유관 임상시험 단체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 연구와 학회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
마지막은 교육 활동이다. 한국, 일본 대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치료 수준에 차이가 있다. 학회 소속 각국 의료진에게 부인종양 치료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 활동도 진행해 치료의 질을 높이고 아시아부인종양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Q. 차기 대한부인종양학회장으로도 내년 취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2~3년이 개인 뿐만 아니라 국내 및 아시아 부인종양 영역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2023년은 아시아부인종양학회 회장으로서, 2023∼2024년은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으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두 학회 활동이 겹치는 시기가 있는데, 이 때 양 학회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2023년에는 국제부인암학회 학술대회도 서울에서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학술대회를 국내에서 진행하게 된다면 국내와 아시아 학회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에 국제부인암학회 학술대회를 국내에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측으로부터 임상시험 단체 그룹 미팅을 진행하자는 논의가 있어 이를 계기로 KGOG 창립이 촉발되면서 국내 연구 수준이 몇 단계 높아진 경험이 있다. 21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한번 국제부인암학회 학술대회가 진행된다면 국내 및 아시아 학회가 또 한 번의 발전 계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Q. 그간 부인종양 치료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특히 난소암의 경우 PARP 억제제의 등장이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난소암은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데다, 재발이 잦은 소위 지독한 암이다. 그동안 치료 옵션이 다양하지 않아서 치료 예후의 발전이 더뎠는데, PARP 억제제의 등장으로 유지요법 개념이 등장했다. NCCN, ESMO 등 국제 가이드라인과 국내 난소암 가이드라인에서도 유지 요법의 적극적인 진행을 권고하면서, 유지요법 환자도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유지요법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는 견해가 나눠지는 추세인데, 저는 좀 더 적극적인 유지요법 사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Q. 지난해 10월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가 급여 등재되면서, 국내에서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PARP 억제제가 린파자(올라파립)와 제줄라 둘로 늘었다.
=약제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 복약순응도, 이상반응 등을 모두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유지요법의 경우 약제를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복약순응도 등이 약세 선택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환자의 생활패턴이나 이상반응 관리, 이전 기전질환 등도 고려점이 될 것이다. 두 약제 모두 BRCA 변이 양성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난소암 치료에 있어 1차 유지요법은 꼭 사용해야 하는 필수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급여 처방도 가능해져 향후 PARP 억제제를 통한 1차 유지요법 사용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말씀대로 아직까지는 BRCA 변이 유지요법에만 급여가 적용된다. 환자 진료에 한계점은 없나.
=이번 급여 확대가 좋은 소식이긴 하나 약 80% 환자에서 BRCA 변이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난소암 환자들에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제줄라의 유효성과 환자들의 간절함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모든 난소암 환자가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부에서 PARP 억제제에 대한 넓은 마음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환자들께는 치료를 포기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PARP 억제제 등 좋은 효과를 보이는 옵션이 등장했기 때문에 치료 결과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의료진도 환자분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시길 바란다.
또 한 가지는 임상시험에 적극 참여하시길 당부 드린다. '임상시험'이라는 단어 때문에 참여를 고민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러나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신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치료 기회가 늘어나는 혜택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부분에서의 인식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 중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다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