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복지부 과장 "4 ~ 5년 후 약제비 폭증 우려 지출구조 개선해야"
심평원, 킴리아·졸겐스마 급여 후 검증 통해 환급받도록 디자인
급여한 다음이라도 임상 현장에서의 효과를 재평가해 급여여부나 약값을 재조정하는 이른바 '약값 사후 평가 기전'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에 힘이 실렸다. 한 번 투여에 21억원하는 '졸겐스마'나 5억원하는 '킴리아'와 같은 초고가약의 급여 시대를 맞아 제네릭 비중이 큰 건강보험의 약제비 지출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19일 '사전 승인을 통한 고가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을 개최해 초고가약에 대한 빠른 급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모색했다.
이날 변지혜 심평원 부연구위원은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 사례를 기반으로 "급여 이후 실제 임상근거를 활용해 급여된 초고가 치료제의 가격이나 급여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정훈 이화여대 교수(융합보건학과) 역시 "영국과 프랑스, 호주, 대만 등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 급여 이후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제의 효과 등을 평가하고 있다"며 "한번 급여되면 재평가를 하지 않는 한국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정훈 교수는 "사후 평가제도를 도입한 이들 나라도 효과가 없다고 지원 중단을 하는 게 정서적으로 쉽지 않아 평가결과와는 반대로 지원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정훈 교수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은 급여 이후 2년마다 고가약의 치료효과 등을 실제 임상데이터 등을 통해 재평가하고 있다.
급여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김애련 심평원 약제관리실장 역시 사후 평가 기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제약사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다양한 사후 평가제도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화답했다. 특히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최근 통과한 초고가약 '킴리아'와 관련해 "의무적으로 모든 환자의 투약 이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의 결과에 따라 제약사가 약값을 환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심평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항암제가 급여협상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채종희 서울의대 교수(소아신경과)를 비롯해 이정신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배은영 경상대 약대 교수는 초고가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잘 디자인된 전향적인 연구방안을 확립해 그 약을 가장 필요로 하는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후 평가를 위한 제반여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윤석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4 ~ 5년 안으로 약제비의 폭증이 예상된다"며 "사후 평가제도는 물론 한 해 20조원을 쓰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20조원 중 대략 80%에 달하는 16조원을 효과가 제네릭 치료제 등에 쏟아붓는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영국의 암펀드와 같이 초고가 항암제 등을 지원하는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한국은 영국은 운영하지 않는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가 있으며 심지어 영국은 암편드에도 경제성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혀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최근 연이은 초고가 치료제를 승인받고 급여협상을 앞둔 A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급여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사후 평가 기전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 평가방식을 두고 제약사와 보험자의 입장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후평가제도 도입의 난항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