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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에게도 전문직업성?…"자율성이 핵심"
의대생에게도 전문직업성?…"자율성이 핵심"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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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권위·품격 갖춘 의사 양성 위한 전문직업성 교육 필요
'자율성=전문직업성=의료윤리' 등식 자율규제 선진화 단초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한국 의대생 자율규제 지침' 제안

자율성과 자율규제는 책임 있는 전문직으로서 의료전문직의 핵심이다. 최근들어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의대생 역시 적절한 윤리적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의대생의 윤리 역시 전문직업성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직업성에 대한 접근이 일천한 우리는 아직 그 뿌리가 자율성에 있다는 데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윤리강령과 윤리지침들은 대개 전문가 집단 스스로 자율성에 입각해 만든 표준(professional standard)을 의미한다. 의대생 역시 이런 표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의대생이라는 특수한 신분과 환경을 감안해 이를 응용해 적용한다.

전문직으로서 권위와 품격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연구보고서 <자율규제 관련 의과대학 학생 행동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를 발간했다.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가 연구책임을 맡은 이번 연구는 자율성과 자율규제는 스스로 정한 행동강령을 준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전제 아래, 해외 선진국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행동강령(지침) 마련을 위한 마중물을 삼기 위해 진행됐다. 

의사가 책임 있는 전문직으로서 스스로 자리매김하고 전문직의 권위와 품격을 찾기 위해서는 의대생 때부터 전문직업성을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의대 마다 행동강령을 두고 학생들 스스로 준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3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18곳만이 학생을 위한 행동강령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포르투갈·대만·일본 등의 의과대학 행동강령·지침을 수집·분석하고, 이미 학생 행동강령을 갖춘 국내 의과대학의 사례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연구보고서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상 설문조사와 함께 6차례의 연구진 회의, 공청회 등을 거쳐 자율규제 지침 모델을 제안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을 덧붙였다.

연구 결과물로 '한국 의대생 자율규제 지침'을 내놨다. 이 지침은 ▲서문 ▲총론 ▲학습·연구윤리 ▲임상실습윤리 ▲기타 등으로 나눠 총 2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먼저 총론에서는 의학전문직업성의 필요성, 스승과 선후배·동료 등에 대한 존중, 차별 및 폭력 금지,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존중, 약물 오남용 금지, 환경·인권·의료제도 등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사회적 책임 등을 다루고 있다. 

학습·연구윤리에서는 부정행위 금지, 지적재산권 존중, 동물 대상 실습·연구 규정 준수·동물복지 유의, 날조·변조·표절 등 과학부정행위 준수, 평생 학습·자율적 학습 필요성 인식 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임상실습윤리에서는 환자 및 환자 가족에 대한 존중, 개인정보 누설 또는 잘못된 정보 제공 금지, 학생 한계 넘어서는 의료행위 금지 등에 대한 내용을 제시했다. 

기타에서는 강의 평가·설문 등 학교생활에 대한 참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에서 환자 정보 유출 금지 등을 포함했다.

연구보고서는 의대생 교육을 위한 전문직업성의 핵심은 자율성이며, 자율성에 입각한 전문가적 표준을 준수하는 것이 의료윤리 교육의 테제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자율성=전문직업성=의료윤리' 등식은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나 국민에게 내재된 '의료윤리=인술'이라는 오해를 극복하고, 의료계의 자율규제 관련 제도나 규제를 선진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는 "연구 진행 과정에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 적극 협력해 결과물을 내놓게 된 것은 향후 같은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시사점이 크다"라며 "의대생이 단지 수동적인 피교육자가 아니라 예비 의사로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교육 관련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의료 선진국에서 의대생 행동규범의 교육과 준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탐색하면, 국내 의학교육 및 전문직업성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학생 행동강령·지침을 갖추지 못한 의과대학에서는 이 연구를 모델로 자체적 행동강령·지침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의대생 자율규제 지침

의과대학생(이하 "의대생")은 장차 임상의사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 전문가로 종사하게 될 잠재적인 의료전문직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행동이 단지 교내에서뿐 아니라 교외에서도 자신은 물론 소속 학교와 의사직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걸맞은 전문직업성을 일찍부터 준수하여야 한다.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의사직의 자율성(autonomy)을 전제로 하듯, 의대생 역시 각급 단위에서 자율적인 학생 자치활동을 통하여 스스로 전문직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야 하며, 소속 학교는 물론 각급 의사 단체는 이들의 자율적인 전문직업성 증진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본 지침은 이를 위한 기본적인 지침의 얼개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각 학교와 소속 의대생은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필요한 전문직업성 지침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총론>
- 의대생은 잠재적인 의료전문직의 일원으로서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준수하며 정직과 신의, 성실을 중시한다.
- 스승과 선후배, 동료를 포함하여 교육과 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존중한다.
- 성별, 종교,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연령 등을 이유로 차별행위를 하지 않는다.
- 사이버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폭력을 포함한 일체의 폭력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이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 각종 약물이나 알코올의 오남용을 하지 않으며, 건강한 심신을 유지한다.
- 학업 중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환자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인지한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상급자에게 보고한다.
- 환경, 인권, 의료제도 등 의료 관련 문제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학습·연구 윤리>
- 모든 학습 활동에 대해 능동적이고 성실하게 임하며 지각, 결석을 삼가고 대리출석을 하지 않는다.
- 과제물 등을 작성할 때 표절 등 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며,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존중한다.
- 시험을 치를 때 부정행위 등을 하지 않는다.
- 인간 대상 실습 또는 연구에 참여할 때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연구대상자의 인권과 복지를 존중한다.
- 동물 대상 실습 또는 연구에 참여할 때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해당 동물의 복지에 유의한다.
- 연구를 할 때 날조, 변조, 표절 등 과학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며 연구진실성을 준수한다.
- 평생학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자세를 함양한다.

<임상실습윤리>
- 임상실습 의료기관의 정책과 규칙을 준수한다. 
- 환자를 포함한 모든 이를 정중하게 대하며, 환자안전을 중시하고, 교수와 상급자의 지시를 준수한다. 
- 임상실습 중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을 만날 때는 본인의 신분을 분명히 밝힌다. 
- 임상실습 중 자신의 위생을 고려하여 적절한 복장을 갖춘다. 
- 임상실습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신상과 의료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이를 악용하지 않는다.
- 환자 또는 환자 가족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 학생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료 행위를 하지 않는다. 
- 환자 또는 환자 가족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기타>
- 시험 문제의 보관, 복제, 배포(내부와 외부) 등이 학교의 정책에 위배되는 경우,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 강의 평가(evaluation) 및 임상 실습에 대한 평가 혹은 그 외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 설문 등에 성실히 응한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할 때 환자 관련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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