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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편향성 반 헌법적"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편향성 반 헌법적"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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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법 실효성 저하·사회적 부담 가중…강력 반대"
'환자·의사 입장 동등하게 고려' 입법 목적 벗어나
소신진료 위축·방어진료 양산 국민 건강권 침해 우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의료분쟁 발생 시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 강제 개시를 규정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전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최소한의 권리인 '조정 참여 동의권' 마저 빼앗겠다는 것은 오히려 의료분쟁조정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소송 남발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판단이다. 

차제에 의료분쟁조정법이 태생적인 문제점에 대한 의료계의 고언을 되새기고, 한국의료분쟁조정원 조정절차에 대한 불신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분쟁조정제도 전반의 문제점과 반 헌법적인 편향성을 조목조목 짚고,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1월 21일 국회에 전달했다. 

현재도 환자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 판정 등 중대 의료사고에 대해 자동개시 절차가 규정돼 있는 데, 모든 사안에 대해 강제 조정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견해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의료분쟁조정법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제1조에 규정한 것처럼 '환자 입장에서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신속·공정한 구제'와 '의사 입장에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동등하게 고려돼야 하는 데, 개정안은 후자에 대한 고려없이 '의료사고 피해의 신속·공정한 구제'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또 피신청인이 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의료분쟁조정제도가 당사자 간 자율성에 근거한 분쟁해결 절차임에도 조정절차를 강제하는 것은 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당사자의 권리를 국가가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제조정에 따라 소신 진료가 위축되고, 방어진료가 양산되면서 결국 국민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외과·산부인과 등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은 전공과목을 외면하게 되고, 중환자 진료 역시 의료분쟁 우려 때문에 기피하게 되면서 소극적인 방어 진료가 만연하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도 제기했다. 

피신청인이 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진료에 대한 신청인의 주관적 불만이나 의사의 과실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무차별적인 조정절차 돌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인에게도, 환자에게도 부담이 늘어나면서 의료분쟁 관련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게 되고, 조정 강제 개시는 본래 목적과는 달리 소송 이전 거쳐야 하는 법적 단계만 추가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제 개시된 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절차가 소송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짚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청인은 조정절차 중 자유롭게 탈퇴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피신청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조정이 시작되면 중재원 감정부는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열람·복사할 수 있는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정절차 강제 개시로 강압적인 조사가 이뤄진 후 신청인이 조정절차를 중단하고 수집된 자료를 활용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조정절차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소송 제기를 위한 증거수집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의협은 의료계가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른 조정절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유인동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재원의 불합리한 감정부 구성(의료전문가 2명·비전문가 3명), 무분별한 조사권·처벌조항,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제도 등에 대한 의료계의 지적을 적극 수용·개선함으로써 의료분쟁조정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의협은 "조정 자동개시 검토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의료분쟁조정원 감정부 감정위원 구성 개선 ▲의료사고 조사 불응시 벌치·과태료 조항 삭제 ▲감정절차 악용 방지 ▲국가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및 대불금 비용 부담 ▲형사처벌특례(반의사불벌) 확대 등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고 "기존 의료분쟁조정법을 법 정신에 맞게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합리성을 갖추도록 보완·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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