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20∼30대 돌연사 위험 가장 높아…정부 지원 절실
발작감시장치·뇌전증 수술·신경자극술·뇌전증 도우미견 이용
홍승봉 신경과학회 이사장 "젊은이 죽음 더 이상 방관 안 돼"
20∼30대 젊은 환자들의 뇌전증 돌연사를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1년에 100억원이면 뇌전증 돌연사 위험군 1만명의 젊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20∼30대 젊은 환자들에게 돌연사 위험이 가장 높은 질환은 뇌전증이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 위험은 일반인의 50배가 넘는다. 36만명에 이르는 국내 뇌전증 환자를 감안하면 돌연사 고위험군은 약 5000명~1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뇌전증 돌연사(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SUDEP)는 대부분 환자 혼자 있을 때 전신경련발작(대발작)으로 발생한다.
옆에 사람이 있을 경우 응급조치 방법은 어렵지 않다.
▲옆으로 눕혀서 호흡을 잘 하게 돕는다 ▲주변에 물건을 치운다 ▲머리 아래에 옷·방석 등 부드러운 것을 받친다 ▲안경을 벗기고 넥타이 등을 푼다 ▲맥박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한다 등의 응급조치를 하고, 119를 통해 도움을 받게 되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드물게는 부모가 거실에 있는데 뇌전증 자녀가 자기 방에서 돌연사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뇌전증 부모들과 형제자매는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해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게 된다.
뇌전증 환자에다 가족까지 합치면 약 200만명이 뇌전증으로 고통을 겪는 상황이다.
뇌전증 돌연사에 대한 연구비로 미국·영국 등은 매년 수십∼수백 억원을 지원하지만 한국은 연구비 지원 자체가 없다.
홍승봉 이사장은 뇌전증 돌연사를 막는 방법에는 세 가지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발작감시장치(seizure alarm device)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뇌전증 환자가 이것을 손목에 차고 있으면, 대발작을 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되며, 바로 119에 연락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발작감시장치의 값은 약 30만원이고, 1년 이용료가 약 20만원이다. 1년에 약 20∼30억이면 돌연사 고위험군인 약 1만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뇌전증 수술과 신경자극술이다.
뇌전증 수술로 대발작이 완전히 조절되면 돌연사 위험이 90% 이상 줄어든다.
신경자극술인 미주신경자극기는 뇌전증 돌연사 위험을 3분의 1로 줄이는 시술로 뇌전증 환자들 중 돌연사 초고위험군 약 1000명에게 필요한 시술이다. 이들이 1년 안에 돌연사 할 확률은 50% 이상이다.
1년에 200명씩 약 40억원이면 5년 동안 1000명에게 시술이 가능하다. 심장마비 위험률이 10%를 넘으면 제세동기 삽입이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것처럼 미주신경자극기를 뇌전증 돌연사 초고위험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세 번째로 뇌전증 도우미견(Seizure Dog)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도우미견은 뇌전증 환자가 경련 발작을 할 때 짖어서 주변에 알리거나, 환자 몸 아래 들어가서 환자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경보 울리기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토록 훈련돼 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뇌전증 도우미견을 활용하고 있다.
홍승봉 이사장은 "뇌전증 돌연사 위험군 5000명∼1만명과 초고위험군 500명∼1000명의 생명을 지키는데 1년에 100억원이면 된다. 올해 노인들의 치매관리 예산은 치매안심센터(2000억원)·R&D 치매연구(1700억원) 등에 3700억원이 책정돼 있다. 너무 불평등하다"라며 "정부는 뇌전증 돌연사 예방에 100억원을 추경으로 지원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