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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올해 주목해야 할 법률들...②구멍 많은 응급의료법, 12월 시행
기획 올해 주목해야 할 법률들...②구멍 많은 응급의료법, 12월 시행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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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기관, 중증도·이송체계 고려 정당사유 없으면 '응급환자 거부 불가'
정당사유? 명문화 '난제'...권역응급의료센터, 경환자 타 기관 이송 '갈등 요소'

임인년 새해 시행을 앞뒀거나,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확정 논의를 앞둔 법률안들이 적지 않다. 의료계는 각종 규제법안에 의해 처벌받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함과 동시에 합리적 개선을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수가체계 개편과 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관련 법률 논의도 예고되고 있다. 이에 [의협신문]은 올 한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률안, 그리고 모법 통과에 따른 하위법령 결정 과제가 남은 법률안들을 재조명해봤다.

<기획 순서> 올해 시행(중요사항 결정) 예정 법률안 짚어보기
①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병원계 '직격탄', 3년 뒤 개원가도 적용
②구멍 많은 응급의료법...응급환자 수용 거부? 인력·장비 부족은?
③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하위법령에 합리적 방안 담아야
④'한시적 전화 상담 및 처방' 제도화?...코로나19 빌미로 대면진료 약화 우려
⑤지역의사제 도입, 가능한가?...정치권 책임성 보여야
⑥해외환자 유치 및 지원 강화...가깝고도 먼 얘기, 준비부터 철저히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의료계로부터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을 듣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올해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계 반대는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의 수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목표 달성이 어렵고, 오히려 응급의료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거부 불가 사유 전제인 '중증도·이송체계를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응급상황 신속 대처와 인력·장비 보유 여건 등 의료기관별 응급현장 상황이 천차만별이어서 명문화해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응급환자 수용 거부 금지 반대급부로 허용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증환자 타 기관 이송 허용'도 응급의료기관 간 갈등 유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협신문

지난해 7월말 발의, 12월초 개정...4개월만에 1차 심의로 '졸속 의결'
해당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이 2021년 7월 29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응급환자 이송 시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능력 확인 및 수용 곤란 고지에 대한 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환자 수용 거부를 금지하는 것이다.

김성주 의원은 현행법상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자(구급차 등 운전자, 구급차 등 동승 응급구조사, 의사, 간호사)는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해 요청하고 해당 응급의료기관은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 수용 곤란 통보를 하도록 한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곤란 통보의 기준과 방법, 절차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개별 응급의료기관 자체 판단에 따른 수용 곤란 통보로 인한 이송 지연으로 환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환자·보호자 및 해당 응급의료기관 사이에 갈등과 분쟁은 물론 위법성을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이 응급의료체계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을 위해 관계 공무원 등이 응급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의료 종사자 및 응급의료기관 등에게 필요한 경우 관계 서류 검사 및 진술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개정안은 한 차례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 전체회의를 거쳐 곧바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사위를 거친 개정안은 2021년 12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의협, 오히려 부작용 양산 우려..."응급환자 신속·적절 조치에 장애될 수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의 우려와 반대의견은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묵살됐다.

의협은 국회 심사 당시 개정안의 핵심내용이 오히려 "오히려 응급환자의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의협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자칫 응급의료기관에 방어적, 소극적으로 경직되게 하는 규제 효과로 인해 응급환자를 보다 적절한 규모, 시설을 갖춘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신속한 조치가 늦어짐으로써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부작용으로 응급환자에 치명적인 위해를 주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증 외상이나 응급환자가 응급의료기관에 왔을 경우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할 수 있는지를 상황에 따라 파악해 보다 효과적 처치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원활하게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응급환자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일차적 접근이 아닌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향으로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면서 "불가피한 응급의료 사고의 경우 의사와 의료기관이 모든 법적 소송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의 책임 부분 명시 및 응급의료기관의 면책조항 신설 여부도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현지조사 근거를 신설(제31조의5제4항, 5항)한 것에 대한 문제도 꼬집었다.

응급의료의 특성상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다뤄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공무원 등이 현장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행정절차에 대응하느라 응급의료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차질과 부담을 준다는 것.

병원계 "응급환자 법률로 규정? 사실상 불가능...현장 혼란 불가피"
직접 이해당사자인 대한병원협회 역시 응급환자와 비응급환자의 구분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현실에 맞는 이송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양한 상황을 하위법령에 일일이 규정해 현장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병협의 주장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중증응급환자를 진료 인프라(인력·시설·장비 등) 부족 ▲전문의 신병으로 인한 부득이한 부재 ▲의료장비 고장 ▲의약품·치료재료 등 부족 ▲환자·보호자 등의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업무방해 등으로 인한 응급의료행위 불가 ▲의학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응급환자 수용 거부 금지 기준 설정 시 현장 적용 가능성 측면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협은 개정안에서 '경증 및 비응급에 해당하는 응급환자'를 규정한 것과 관련해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고시(KTAS)상 5등급(비응급환자)도 응급환자로 적용해야 하는지 등 현장에서 이송할 환자를 정함에 있어 개념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협은 "내원한 환자를 '경증환자 및 비응급환자'로 판단해 다시 다른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이송하는 것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불필요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행정적·시간적으로 많은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응급실 이용문화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과 함께 병원 전단계(구급 단계)에서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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