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존속 이유 있나?
법률칼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존속 이유 있나?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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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도와준 의사도 보험사기 '정범'으로 처벌키 위해 특별법 제정
사기 의심행위로도 '수사의뢰' 가능…공공기관 이용한 민원해결 의도
수사기관이 공적보험인 심평원에 입원적정성 심사의뢰하는 건 잘못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2016년에 제정되고 6년 째 접어들고 있다. 이 법은 제정 이후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는데 제정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험사기의 증가현상으로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이 피해를 입고 보험의 사회적 기능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데 보험사기를 별도의 범죄로 구분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는 다른 사기죄와 동일하게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형법상 사기죄로 충분히 '동일하게' 처벌이 가능한데 대체 왜 새로운 입법을 하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정한 내용과 형법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과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기존의 법률들보다 처벌을 강화한 것인지 살펴보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그 이득액에 따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이득액이 50억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상습범은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고 미수범도 처벌한다. 

그럼 과연 기존 사기죄에 대한 형량은 어떨까? 일단 우리나라에는 형법의 일반 사기죄 뿐 아니라 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큰 경우 별도로 가중처벌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형법상 사기죄를 저지른 자라도 이득액에 따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부과할 수 있다. 

형법상 일반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즉,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없어라도 기존 법률로 동일한 징역형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벌금의 하한선만 낮아질 뿐이다. 상습범괴 미수범 처벌도 당연히 동일하다. 
그렇다면 대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무엇을 의도해 기존 형법과 별도로 제정된 것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취득한 사람뿐 아니라 이 취득을 도와준 사람까지도 모두 동일하게 보험사기의 '정범(본범)'으로 보는 것이다. 

일반형법에 따르면 보험사기범죄를 저지르려는 환자가 병원에 허위입원을 시도하는 경우, 의사가 허위입원임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의사는 '교사범'이 될 수 있고 허위입원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묵인하는 정도면 '방조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교사범과 방조범은 '공범'에 해당해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보험사기특별법은 바로 이 '의사'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보험금을 사기로 취득한 환자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놓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없더라도 사기행각에 어떤 모습으로 가담했는지에 따라 악의적인 자에게는 충분한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형사법의 일반원칙(정범과 본범의 구분)까지 모호하게 하는 이러한 법률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또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수사기관이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해 보험계약자들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이하 '입원적정성'이라 한다)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그 심사도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심평원은 반드시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아우르는 보험 종류는 비단 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것만이 아니고 화재 등 각종 사고들 전부이다. 

보험사고에 대해 의견을 청취해야 할 공적기관이 비단 심평원만 있을리 만무하고, 이러한 조항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여러 가지 통로로 진료기록의 정당성을 검토할 방법도 있다(현재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심평원에, 그것도 진료의 적정성 전체가 아닌 '입원'의 적정성 심사의뢰를 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민간보험사가 수사기관을 통해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심사평가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에 자신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비춰진다.

심평원이 적정성평가에 나서면 보험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에서 보장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한다. 

공적보험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소비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보험계약을 하는 것이고, 자동차보험의 경우 높은 확률로 도로교통법 위반 범죄 피해자들이 환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의 기준에 따라 진료의 '비용효과성'과 '적정성'을 평가하는 심평원이 민간보험이 적용되는 진료까지 평가할 경우, 환자들이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될 우려도 있다. 

마지막으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회사로 하여금 보험사기행위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즉, 보험회사 역시 보험사기 의심행위를 '수사의뢰'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보통 일반 사인 또는 사기업은 범죄행위가 의심되면 충분한 자료를 갖춰 '고소' 또는 '고발'을 이미 할 수 있다. 

'수사의뢰' 형식은 공공기관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고소든 고발이든 수사의뢰든,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생각되면 수사를 개시함이 원칙이지만, 수많은 사인이나 사기업이 고소고발을 할 경우, 혐의의 의심을 넘는 혐의를 사실상 소명하는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시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사개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위 법을 근거로 보험회사가 추측에 근거해 특정 의료기관이 보험사기행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심 하에 환자 명단을 수사기관에 넘겨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기관이 거꾸로 의료기관에게 '당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을 제출하고 소명하라'라고 요구하는 일들이 흔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요청을 받는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제출의무가 법적으로는 없을지 모르지만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더 큰일을 당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고객의 위임장을 받으면 직접 해당 의료기관에 방문해 환자의 진료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진료기록을 사전에 확보해 충분히 검토하고 근거를 갖춰 수사의뢰가 아닌 피해자로서 고소를 하면 절차적으로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기업이 판매하는 보험상품 역시 일부 사람들이 이를 남용하는 경우 다른 가입자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간다. 

따라서 이를 감시하고 애초에 보험금이 함부로 지급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보험을 철저히 설계할 책임이 1차적으로 각 보험회사에 있는 것이다. 

또한 사기행위가 발생했을 때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마치 사족과 같은 법률로서 그 존속에 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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