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다리
안경을 끼면
비로소 눈을 떠
다리가 둘이어야 하는 까닭이 또렷하다
비티고 선 가랑이 어름에서
미간의 주름들이 일제히 집중하여
제 이름 붙은 별 찾아 궁창을 자맥질하던 눈망울과
굴절의 초점에서 마주칠 때
버름한 관절 틈새로 보인다
장딴지의 고단한 융기
그 기슭을 흐르는 헐거운 박동
서늘한 무릎에 아득한
눈초리들이 얹혀
초점에서 서로 기대어 간다
두 다리를 지팡이 삼아
구부정한 눈이 걸어간다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내분비내과)/<문학청춘> 등단(2013)/한국의사시인회 초대회장/시집 <가라앉지 못한 말들> <두근거리는 지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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