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대선 후보 대표 "보건의료체계 개선"...해법·대안 제각각
18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주최 보건의료정책 토론회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각당 대선 후보는 민생 공약을 연이어 내 놓으며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어느 당에서도 보건의료정책의 중장기 발전 방향, 소위 '큰 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협신문]은 제20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정책 토론회'를 통해 제시한 각 정당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2월 1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국민의힘 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 정의당 고병수 건강정치위원장, 국민의당 윤영희 부대변인이 대표로 참석, 각 당의 대선 보건의료 공약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기획 순서>
1. 제20대 대선 후보 '보건의료정책' 집중 점검
2. 의료계 투쟁 부른 '4대 악법'…대선후보자 생각은? ▶바로가기
3. 의약분업 20년…이젠 대체조제? 평가부터 해야 ▶바로가기
4. 번외편-보건부 독립 찬·반...'원 포인트' 질의 ▶바로가기
"참 재밌다. 이번 선거에서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토론회가 이제서야 처음 열렸다.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엄청난 후퇴라고 본다"(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오미크론 우세종화로 인해 연일 10만명 이상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은 어느 때보다 방역과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정작 대선 후보들이 평소 제시한 방역과 보건의료 공약은 미비하다.
물론 각 당은 공약을 통해 방역과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큰 관심 속에 진행한 첫 번째 대선후보자 TV 토론회 조차 보건의료 분야에 관한 내용은 단 1분을 넘지 않았다. 두 번째 TV 토론회 역시 보건의료 공약에 관한 상호 검증과 재원 조달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대선 토론회는 각 당의 보건의료 공약과 향후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호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공공병원·비대면 진료·주치의제(김성주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공의료'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첫 번째로 꼽은 공약 역시 공공병원 설립이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고, 필수의료 인프라 구축을 제시했다.
김성주 의원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전체 병상의 8%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전체 환자 80%를 감당하는 상황을 겪었다. 공공의료가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전국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공공병원을 확보하겠다.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역 중소병원들과의 진료협약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주 의원은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 설립을 통해 필수의료분야와 지역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문재인케어에서 완성하지 못한 '간병통합서비스' 공약도 제시했다.
"아무리 좋은 병원이 있어도 우수한 의료진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공공필수 분야는 직접 국가가 나서서 양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김성주 의원은 "별도 수가가산을 통해 이 분야로 유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은 필수의료인력을 의무적으로 확보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고자 한다. 또 지역의사제, 지역간호사제 등을 도입해 농촌 지역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로 부상한 비대면 진료체계와 관련해서도 "코로나19 상황 속에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환자의 편리성을 도모하면서 의료의 안정적인 측면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국민 주치의제도는 노인·아동·장애인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 뒤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적정수준의 수가체계를 마련해 동네병원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대학병원 환자 쏠림을 방지하며, 교육-상담-진단-치료-처방-의뢰 등 포괄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재택의료·방문진료 활성화, 백신 주권 확립 등을 제시했다.
큰그림? "이젠 공급자→환자 중심 보건의료체계 마련할 때"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보건의료체계는 공급자 중심에 무게가 쏠렸다면서 앞으로 환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성주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보건의료정책 대전환은 환자 중심주의가 될 것"이라며 "의료접근성 문제를 의료 양극화, 지역별 편차 해소, 중증질환에 대한 접근성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기형적'이라고 평가한 김성주 의원은 "철저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1, 2, 3차의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픈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중심의 재택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김성주 의원은 "재택의료와 방문진료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결국 선진국형 의료활성화"라고 강조했다.
기호 2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보건의료·바이오 정책 분야 집중 지원...건강 투자(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 )
국민의힘에서는 고령사회 속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가지 키워드로 '보건의료·바이오 정책 분야 집중 지원'과 '건강투자'를 제시했다.
박은철 위원장은 "의료복지가 필요한 분들을 집중적으로,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 소득의 40%를 넘는 의료비를 써서 빈곤의 나락에 빠지고 있는 재난적 의료 대상이 50만 가구가 넘는다. 집중 지원을 통해 재난적 의료 가구를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고령화와 치매 환자 100만명, 정권마다 찾아오는 신종감염병,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자살률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서도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도 경제 성장에 따라 보험료가 부수적으로 증가하는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 뒤 "보건의료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철 위원장은 "보건의료 체계는 지역사회 기반 사람중심의 통합 보건의료로 만들어가겠다. 이를 통해 고령화가 오더라도 50년, 100년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를 만들 것"이라고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전국민 대상 건강 투자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박은철 위원장은 "국가는 국민의 무병장수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라면서 "건강을 평가해 위해가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 스스로 건강해 질 수 있게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큰 그림? "보건의료기본법 따른 보건의료발전계획 청사진부터"
국민의힘은 보건의료기본법에서 규정한 보건의료발전계획부터 세우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 즉 장기계획을 세우도록 규정한 상위법 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지난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단 한 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박은철 위원장은 "너무 어렵게 만들려다 보니 실패하는 것 같다. 보건의료 관련 법령이 60개 가까이 되고, 장기계획은 30개 정도 된다. 국민건강 증진 계획처럼 장기 계획을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의료서비스 전달을 위해 새로운 지불제도 모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은철 위원장은 "다양한 의료서비스 전달을 위해 지불제도의 새로운 모형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으로는 어렵고, 민간이 제안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모형을 만들고, 서비스 전달 지불제도를 평가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면서 "이를 추진할 센터가 필요한데, 현재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호3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전국민 주치의·필수분야 의료인 확충·자기부담금 100만원 상한제(고병수 건강정치위원장)
정의당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음을 짚었다.
고병수 위원장은 "국민 건강증진, 보장성 확대 등과 관련한 큰 틀에서의 지속적인 보건의료정책이 부재했다"면서 "역대 정권은 국민에게 그저 하나씩 던져주는 식의 보건의료정책을 했다. 20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국민 주치의제와 관련해서는 아동·노인·장애인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와 동네의원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보건의료인력과 관련해서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병수 위원장은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진짜 필요한 의사들을 늘리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라면서 "간호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흉부외과·산부인과·응급실·중환자, 그리고 지역 사회 내과·소아청소년과 등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의 주력 공약인 의료비 자기부담금 상한제 100만원에 관해서도 "보장성 강화와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병수당 적극 관리·실현, 산재보험 개선, 보건부 독립(국민건강부 명칭 변경) 등을 제안했다.
큰 그림? "보건의료체계 강화는 곧 의료전달체계 강화...주치의제·수가 정상화 필요"
정의당은 보건의료체계 강화는 곧 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의미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국민 주치의제도와 저수가 문제 해결을 통한 수가 정상화에 무게를 실었다.
고병수 위원장은 "전국민 주치의제를 하면서 지역의료체계와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료 인상 공약과 관련해서는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낮추고, 고소득측의 부담을 늘려 보험재정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보장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고병수 위원장은 "모든 수가를 다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흉부외과·산부인과 등 어려운 곳에 수가를 충분히 올려야 한다"며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건의료체계 속에서 2030년까지 보장성을 80%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4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재난적 의료비 해결·보건의료인 처우 개선·정신건강 국가책임제(윤영희 부대변인)
국민의당은 유일한 의사 출신, 이과 출신의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관리, 재난적 의료비 해결, 보건의료인 처우 개선, 과학 방역,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등을 비롯해 6가지 보건의료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윤영희 부대변인은 "보건의료 공약은 후보가 의사로 살아온 이력과 기업인, 과학자로 살았던 바탕을 경험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한 미래 한국의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포퓰리즘을 배격한, 지속가능 건강보험 재정 관리 △과학중심 국가로 백신 주권 정책 진행 △재난적 의료비 문제 해결 △보건의료인 처우 개선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 수립 5년 이내 해결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6가지 기조를 제시했다.
재난적 의료비 문제와 관련해 "보장성이 증가했지만, 의료빈곤층 문제는 증가하고 있다"라면서 "질병치료로 인해 중산층과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는 5년 이내 해결을 약속했다.
윤영희 부대변인은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기조를 과학방역으로 전환·대응하겠다. 추후 어떤 감염병이 오더라도 안정적으로,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큰 그림? "미래 의료로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책임"
국민의당은 미래 의료로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책임을 기조로 꼽았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과학기술 강국 로드맵을 발표하고, 바이오 제약산업 육성을 이야기 했음을 강조했다.
윤영희 부대변인은 "바이오 제약 산업 육성 중에서도 백신 주권화가 크게 담론으로 제시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고, 저소득 계층을 완전하게 책임지는 것을 큰 기조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