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적발 탓에 약처방 바꾸라면 이해되겠나?
리베이트 적발 탓에 약처방 바꾸라면 이해되겠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2.02.22 19:1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글리벡 급여정지 논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과징금 부과로 의료현장 혼란과 환자 피해 막아야...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단골 의사가 평소처럼 처방받던 당뇨치료제를 처방할 수 없다며 다른 제네릭으로 처방을 변경한 것. A씨는 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난 5년간 잘적응한 약을 바꿔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되돌아온 대답은 더욱 황당했다. A씨가 처방받던 당뇨치료제를 출시한 B제약사가 지난 2017년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돼 당뇨치료제를 한시적으로 급여정지당하는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평소 먹던 비타민이나 건강기능식품도 반드시 먹던 제품을 고집하던 A씨였기에 하물며 지난 5년간 아무 탈없이 복용했던 전문약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잘못은 제약사가 했는데 왜 그 처벌을 환자가 져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제약사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관련 약에 대한 '급여 지원'을 한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조항(제42조2)이 도입 4년 만인 2018년 폐지됐지만 폐지 전 이미 행정처분을 받고 급여정지를 기다리는 치료제가 다수 있어 환자 피해가 우려된다.

관련 치료제들에 대한 급여정지 처분이 집행된다면 지난 2017년 쟁점이 된 만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급여정지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바티스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돼 2017년 23개 자사 치료제에 대해 급여정지 처분을 받았다.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 적발된 리베이트 관련 치료제를 한시적으로 급여정지하는 처벌조항을 도입한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글리벡 급여정지 조치로 아무 탈없이 글리벡을 복용하던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 제네릭으로 처방을 변경해야 하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맞게 된 것.

의료진과 환자, 환자단체는 당시 원치않는 처방약 변경에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역시 고민에 빠졌다. 만성 백혈병의 특성상 자칫 처방약 교체가 환자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복지부는 2017년 4월 글리벡에 대해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2018년 3월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에 따른 벌칙성 행정처분으로 애꿎은 환자 피해를 없애기 위해 급여정지 행정처분 조항을 폐기했다. 개정 이후 행정처분은 '약가인하'와 '과징금'으로만 내려진다.

하지만 2014년 급여정지 처분 조항이 도입된 후 2018년 3월 폐기되기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제약사 2곳이 현재 자사 약에 대한 급여정지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법은 개정됐지만, 소급 적용이 어려운 탓에 환자가 자신의 의사나 의학적인 이유가 아닌 이유로 약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여전히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되더라도 치료적 동등성에는 차이가 있으며 특히 호르몬제와 같이 스케쥴에 따라 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면 약 교체가 환자에게 부작용을 겪게 할 수 있다"고 뒤늦은 행정처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개원의 역시 "왜 의사가 단골 환자에게 오랫동안 처방한 약을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 탓에 교체해야 한다고 환자를 설득해야 하냐"며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환자에게 애꿎은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제약사에게 벌칙을 부과할 방안이 있다면 개선된 방안을 부과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제약계의 한 관계자는 "어떡하던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은 막고 싶은 게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제약사의 입장이지 않겠느냐"며 "관련 제약사들도 급여정지만큼의 벌칙이 될 수 있는 과징금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