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 의료기관 "의료인 수행 신속항원검사, 정확도 높다"
확진자 급증 속 고군분투 중인 동네의사들 "이 부분은 개선돼야"
"열이 펄펄 끓어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10살 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내원했다. 신속항원검사 결과 역시 양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이 아이가 정식으로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다시 보건소로 가야 했다.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나?"
문인희 원장(강서구·비전이비인후과)은 최근 개인 SNS를 통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검사 체계와 관련, 의료기관에서 직접 실시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 이후 PCR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동네 병·의원에 진단·검사 역할을 요청했다.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시행 의료기관은 지난 3일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체계 본격 시행 이후 약 3주 만에 5963곳으로 크게 증가, 의료기관들의 협조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집계에 따르면, 22일 17시 기준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전국 446곳,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5517곳이다.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급증하는 검사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현장에서는 환자의 입장에서, 진단 체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인희 원장은 22일 SNS를 통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환자가 신속항원검사 양성반응을 보였을 경우에도 정부 프로토콜에 따라, 다시 PCR 검사·결과 대기 과정을 겪어야 함을 지적, 환자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호흡기지정의료기관에 참여 중으로 PCR 검사는 진행하지 않고, 신속항원검사만 담당하고 있다. 이에 의료기관으로 발열 등 증상이 있는 환자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와 의사 판단 하에 양성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도 환자는 다시 선별검사소로 이동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 원장은 "당일 기본처방을 통해 대증치료만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체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선별검사소 등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아픈 사람을 굳이 이동시켜 결과까지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볼 때 잘못된 지침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의료진이 직접 채취를 할 경우, 신속항원검사의 위양성률은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문 원장은 "간혹 이비인후과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선별진료소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 사례가 있지만, 이는 오히려 선별진료소 PCR 검체 채취 문제로 인한 '위음성'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호흡기를 진료하는 의사가 직접 시행한 신속항원검사는 대부분 정확하다는 것이 이비인후과의사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호흡기 진료 지정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A원장도 해당 게시글 댓글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 후 양성이 나와 환자를 보건소로 보냈다. PCR 음성이 나온 환자가 다시 내원했고, 또다시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왔다"면서 "보건소에 항의성 연락을 했고, 그제서야 PCR 양성이 나오더라"고 전했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의사출신)도 해당 게시글을 함께 공유하며 "예산낭비는 물론, 위음성 환자가 전파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의료현장의 생생한 증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방역지침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의사가 직접 실시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 이후, 그것도 증상이 뚜렷한 환자에 대해서는 PCR 검사 전 재택치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은 계속되고 있다.
최승준 원장(용산구·최내과의원)은 "의사가 볼 때 증상이 뚜렷하고 신속항원검사 양성인 경우 사실 (코로나19 환자라고)확신할 수 있다고 본다. 왜 환자를 또 보내야 하지? 란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이 PCR 확진 전까지 대증요법으로 증상 치유 목적의 약만 하루 치 처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아직 데이터가 충분치는 않지만 본 의료기관의 경우 신속항원검사 양성 시 100% PCR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증상이 있는 경우, 특히 의료진이 직접 수행한 신속항원검사는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현장 대다수 의견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행 진단시스템에서는 의료기관 신청에 따라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모두 운영하거나 신속항원검사만 진행도 수 있다. 그렇다면, PCR 검사를 병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오재국 원장(중구·보아스이비인후과)은 "본 의료기관 경험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위음성 확률은 현재까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신속항원검사 양성인 경우, 자체적으로 바로 격리에 들어가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같은 의견을 전했다.
불필요한 '갭' 발생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방역당국은 신속항원검사 양성에 따른 경구치료제(팍스로비드) 투입 체계 검토에 들어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신속항원검사 위양성률이 30∼50%라고 분석했지만 열흘 후인 21일 브리핑에서는 20%까지 낮아졌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는 5%까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위양성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의 위양성률은 10%에서 5%로 굉장히 낮게 보고가 되고 있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신속항원검사 양성 시, 먹는치료제 처방의) 적절한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CR 검사 수행 의료기관, 행정부담 커…"환자 개인정보 확인 자동화 시스템 필요"
신속항원검사과 PCR 검사를 모두 수행 중인 의료기관에서는 또 다른 호소가 나왔다. 바로 한정된 인력에 따른, 행정부담이다.
오재국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정부담에 따른 고충을 털어놨다. 가장 먼저 환자 신원 파악에 대한 문제를 짚었다.
그는 "PCR 검사를 한 뒤 양성인 경우, 환자에게 결과를 안내하고, 보건소에 통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화번호와 정확한 주소가 필요한데 직원들이 아무리 잘 적어달라고 요청해도 제대로 적는 사람이 손에 꼽는다"며 "일일이 연락을 돌리면서 주소 등 환자 신상을 알아내야 하는데 전화 연결이 잘 안 되는 일이 많다. 환자 안내만으로도 시간이 꽤 소요된다. 매일 오전을 이러한 이유로 다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소 양성 통보를 위한 신고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검사실 사이트에서 양성·음성 추출 후 전화번호 확인 및 문자 발송, 등록을 해야 하는데 얼마 전에는 수치까지 적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보건소의 행정업무를 의료기관에서 하다 보니 부담이 크다.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지만 지친 직원들이 그만두거나 확진되는 일이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토요일 검사에 따른, 업무는 휴일인 일요일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 원장은 "최소한 환자 신상 확인 시간이라도 줄이려면 QR 시스템 등을 활용해, 환자 신상확인 시 주소 등의 정보가 의료기관에 자동 제공되도록 하는 등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좁은 공간에서 이런 문제들로 딜레이가 되면 환자 동선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네의원에서 동선분리는 곧 속도전"이라고 꼬집었다.
22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7만 1452명으로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후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역할이 더욱 중요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신속하게, 어느 정도로' 반영할 것인지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