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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3 14:49 (화)
리베이트의 '과잉범죄화'

리베이트의 '과잉범죄화'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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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의약품 정부가 고시한 상한가에 맞춰 구입해야만…

우리나라 언론에서 최초로 리베이트를 거론한 기사는 1958년 1월 28일자 동아일보 '보험업계에 대파동'이다. 이 기사는 정치자금과 관련된 보험업계에서의 리베이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보건의료 부문 리베이트를 거론한 첫 기사는 1969년 1월 28일자 매일경제 '의약 리베이트에 허덕이는 메이커들' 기사다.

의약품소매업계의 거래는 소강상태이며 도매상이나 메이커에 있어서는 리베이트 지급관계로 거래가 부진하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약국과 도매상, 제약업체 간의 리베이트를 다루고 있으며 불법이라는 인식 없이 유통의 문제로 전하고 있다.

1977년 8월 13일자 매일경제 '세무요체 [9] 리베이트의 세무처리'를 보면 당시 리베이트를 어떤 관점으로 이해했는지 알 수 있다. 

「자기제품을 100개 팔아주면 1개를 더 준다든지 100만원어치를 팔아주면 1만원을 현금으로 준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회사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례가 많다. 이 때 물품을 더 주거나 현금을 주거나 하는 것을 세법에서는 보금, 장려금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를 리베이트라고 한다…」 

- '세무요체 [9] 리베이트의 세무처리'

사실 리베이트는 지금도 거의 모든 상거래 분야에서 나타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포인트를 받아 적립한다. 그것이 리베이트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복지는 공동구매라고 표현했다. 개개인이 복지 서비스를 구매하면 가격이 비싸지만 국가가 개입해 공동으로 구매하면 다량 구매라는 경제원리 때문에 국민이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제도조차 경제적 원리에 기초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2000년 건강보험법령은 실거래가상환제를 도입했다.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1개 구매하던, 1만개를 구매하던 상한가와 실거래가와의 차액을 의료기관 경영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됐다.

결국 의료기관은 의약품을 싸게 살 필요가 없고 거의 대부분 정부가 고시한 상한가에 맞춰 구입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의 취지는 2010년 의료법에 소위 리베이트 쌍벌죄가 도입되면서 형사범죄가 됐다.

그리고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는 정부가 만든 규정 외로 의약품을 싸게 사서 그 차액을 얻게 되면 형사범으로 처벌받는다.

더 나아가 2015년 12월 29일 의료법 제23조의 5 제1항은 의료기관 종사자가 경제적 이익을 자신이 아닌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이 받게 해도 처벌한다고 개정됐다.

요컨대 의료기관 종사자가 열심히 일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싸게 사서 의료기관의 재정에 기여하는 것은 형사범죄가 되었다.

사업이나 장사는 생산요소를 싸게 구입해서 가공·조합 후 판매해 이익을 남기려고 한다, 다량 구매시 단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경제현상이다. 기업의 직원이 생산 요소를 싸게 구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현상이다.

그런데 의료법은 이 모든 것을 불법화했다. 이는 현실 세계에서 정당하게 인정되는 경제 원리를 무시한 것이다. 이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은 기인한 제도다. 

봉직의사가 처방의 대가로 돈을 받는 문제와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 둘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가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부문 리베이트는 과잉범죄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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