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대선, 그리고 의사인력증원

논설위원 칼럼 대선, 그리고 의사인력증원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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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지난 2월 18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주최로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각당 후보를 대표한 참석자들은 방법론만 달랐을 뿐 의사인력 증원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의협신문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의사 사회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 또는 각 정당 후보들이 내거는 보건의료공약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해 후보 지지 선언이 이어지는 등 열기가 사뭇 뜨겁다.

지금까지 몇 차례 이뤄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선 아직 보건의료분야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지난 2월 18일 열린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초청 보건의료정책토론회'가 열려 후보별 보건의료정책 기조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후보들이 직접 참석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나 후보를 대리한 각 정당 대표를 통해 그동안 간헐적으로 발표된 공약이나 정책이 방향성이나 일부 다소 모호했던 내용의 구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거론된 전화상담 및 처방의 확대, 주치의제도, 지불제도 개편 등의 사안은 아직 의료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 공론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사인력 증원'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소속당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공공의료·의사인력 증원을 공언해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방법론만 달랐을 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당선된다면 의사 수 증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후보의 입장은 2월 18일 토론회에 앞서 2월 8일 전국보건의료노조가 각 정당 대선후보들의 보건의료분야 30대 노조 요구안을 공개했을 때와 다소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윤 후보는 보건의료 답변서에서 OECD 수치와 별개로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관련 인력 활용 방안과 인력 양성계획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2월 18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각 후보가 증원 방안에 대한 이견은 있었으되 의대정원 확대 등 의사인력 증원의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였다. 이재명 후보를 대신한 더불어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 설립 등 민주당에서 주장해 온 정책들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했고, 특히 의대가 없는 지역 내 의대 신설을 허용해야 한다며 위험부담이 가장 높은 의대 신설방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후보를 대신한 박은철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위원장은 한국이 미국보다 인구대비 의대가 2배 더 많다며, 의대 설립 방식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입원정원이 50명이 안 되는 17개 의대 정원 증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니 의과대학에 정원증원은 과거 의학교육계 일부에서도 제언했던 방안이다.

박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감축한 251명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우선 지방이나 소규모 의과대학 정원 20% 증원, 나머지 5% 증원한 후, 이후 수급 예측에 따라 조정하는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의대가 없는 지역의 의대설립은 반대했지만, 정원을 늘리고 필수의료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당은 일반적인 의대 설립에는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공학기반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수 증원이 의료계의 뇌관을 건드리는 사안이기에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곤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감축 인원을 되돌리는 최소한의 방식이든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든 결국 장기적으로는 인력 증원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누가 당선되더라고 차기 정부에서 '의사인력 증원'이란 도전적 과제에 직면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동안 지역에 의과대학을 유치하려는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의료계는 비교적 잘 대응해 왔다. 절대적인 의사수 부족이 아니라 전공과목별, 지역별, 종별 불균형 때문에 의사인력이 적어 보이는 현상과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함에도 의사수가 늘어날 경우 의료비가 상승하고, 섣부른 신설이나 증원 방식은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이해시켜 왔다.

하지만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방식,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는 벼랑 끝까지 가는 충돌을 겪었다. 비록 의대 증원을 일시적으로 막아냈지만, 투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상당한 실망감과 후유증을 남겼고, 시민사회에는 의료계가 너무 '강한 이익단체'라는 부정적 잔영을 남겼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어떤 식이든 의사인력 증원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일반 사회에서는 의사를 비롯해 보건의료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는 점도 불리한 지점이다. 의료계는 이전의 논리에 더해 보다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이 난제에 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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