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임종
도무지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남자
이반 일리치*에게 의사들은 모두
건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죽을병에 걸린 게 아니라고
잘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고
어느 날 찾아온 말기 폐암환자에게
나는 말했다
당신은 죽지 않는다고, 결국은 나을 것이라고
그의 가슴에 굵고 긴 주사 바늘을 꼽고
1리터의 흉수를 뽑아내면서 말했다
보세요, 이렇게 하는 겁니다
바늘이 흉막을 통과할 즈음, 잔뜩 찡그린
환자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했다
아차! 마취가 풀렸나
날카로운 통증이 손가락에 전달되어
나도 잔뜩 찡그리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시원하네요, 전혀 아프지 않아요
나는 그를 속이며 세월을 보냈다
드디어 임종 임박한 순간에
온기가 사라진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거짓말을 너무 했어요
당신의 가족들이 원해서 그랬어요
당신이 희망을 버릴까 봐 그랬어요
들릴 듯 말 듯 그가 말했다
다 알고 있었어요, 나도 거짓말을 했어요
이반 일리치, 마음을 고쳐먹고
습관이 되어 죽음의 공포를 잊어버릴 때
모든 통증은 사라지고 죽음조차 사라졌다.
* 톨스토이 작<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 인제대 명예교수(흉부외과)/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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