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최일선 공보의…정신건강 잃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 공보의…정신건강 잃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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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불안·울분·번아웃 시달리며 PTSD로 분류되기도
직무 스트레스 심각…적절한 보상·재량권·명확한 지침 절실
공보의 관련 정책 수립 때 스트레스·번아웃 예방책 마련해야

2020년 3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0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중앙직무교육'에서 공보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대비한 개인 보호구 착탈의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받은 공보의들은 곧바로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진료 현장으로 투입됐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2020년 3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0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중앙직무교육'에서 공보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대비한 개인 보호구 착탈의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받은 공보의들은 곧바로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진료 현장으로 투입됐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상당수가 우울·불안·울분·번아웃(소진) 등에 시달리며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의 파견업무, 높은 직무요구도, 미진한 보상, 독거 거주 형태, 높은 연차, 감염 관련 잠재적 위험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COVID-19 대유행 방역에 참여한 공중보건의사의 정신건강에 대한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보의들은 우울감을 가장 많이 느꼈으며, 불안·불면증·울분·문제음주 등에 시달리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정신건강과 연관 있는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을 규명하고, 공보의를 비롯 의료진에 대한 정신건강 보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는 전체 대상자 1621명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294명의 응답내용을 분석했다. 응답자 가운데 91.5%가 코로나19 대응 업무 파견을 경험했으며, 파견기간은 '2주'(36.8%), '2∼4주'(25.3%), '1∼3개월'(24.5%), '3∼6개월'(13.4%) 등이었다.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파견 경험이 있는 공보의들의 정신과적 증상은 업무기간·생활처우·금전보상·직무스트레스·심리적 스트레스 등의 만족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평균 업무기간이 3∼6개월일 경우 2주일 때 보다 유병률이 우울증상은 2.65배, 불안증상 3.66배, 울분증상 4.38배, 번아웃 증상 2.47배 높았다. 

금전보상에 불만족할 경우엔 만족할 경우 보다 우울증상 2.48배, 불안증상 1.86배, 울분증상 3.70배, 번아웃 2.30배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생활처우에 불만족할 경우에도 만족할 때 보다 우울증상 3.57배, 번아웃 2.09배 높았다.  

■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참여한 공중보건의사 현황
■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참여한 공중보건의사 현황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공보의들이 우울·불안·울분·번아웃 등을 겪게 되는 공통된 위험요인은 직무 스트레스, 불만족스러운 파견금전보상, 3개월 이상의 파견업무기간, 명확하지 않은 코로나19 국가 지침·정책, 코로나19 업무환경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공보의의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요인도 살폈다. 

정신건강 보호 요인으로는 ▲직무요구도에 상응하는 금전적 심리적 보상 ▲충분한 휴식·과도하지 않는 작업량 ▲업무수행에 대한 자율성 부여 ▲명확한 국가 지침 ▲전문 분야 외적인 업무 지양 ▲종교 등을 제시했다.

연구보고서는 코로나19 치료 및 퇴원 후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우울·번아웃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보다 명확한 국가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보의들의 정신건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조기 개입할 수 있는 전문 인력 배치와 정신건강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공보의가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업무량·근무시간·근무내용 등에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하며, 공보의 지원 정책 수립 시 스트레스·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최경숙 을지의대 교수(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번아웃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는 그에 상응하는 심리적·금전적 보상으로 높은 직무 요구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업무기간·내용·보상에 대해 공보의의 피로도를 고려한 연차별 체계적 계획과 함께 연차가 높은 공보의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정신건강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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