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熱帶夜
밤이 깊어도 신열은 식지 않았다
선풍기는 목이 부러져도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허무 때문이라고 했다
뭉텅뭉텅 뜨거운 바람이 눈물겹다
멀리 어둠 속 고층 아파트의 몇몇 구멍에서는
불빛들이 아직도 샛눈을 뜨고 있었다
허무는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쓸슬한 나의 폐허에 대하여 생각한다
겨우 잠들었다가 자꾸 깨고
겨우 잠들었다가 자꾸 깨고
지구도 허무를 견디는 중이라고 했다
▶ 경기 광명 우리내과의원장/<문학사상> 신인상 등단/시집 <노랑나비, 베란다 창틀에 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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