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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인맥과 표심
인맥과 표심
  •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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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인맥 형성과 표심을 좌우하는 아젠다 만들어야"

2022년 3월 9일,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출된다. 오래 전부터 대한의사협회 정치권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선거 때마다 선거기획단이 만들어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 때 '의정회'라는 조직을 통해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쌓는 활동도 있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좀처럼 확장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의사협회는 어떤 열매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정치권은 인맥과 표심에 따라 움직인다. 해당 단체가 표가 될 분명한 아젠다를 가지고 있거나, 집단적인 표심을 발휘할 내부결속력이 있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또한 아젠다를 전달할 인맥에 의해 움직인다. 탄탄한 인맥 형성은 어려울 때나 힘들 때 발 벗고 나서줄 대변자가 되어 준다.

의사협회 모든 임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다른 단체에 비해 정치권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초라해 보인다. 각 선거캠프에 의사회원들이 꽤 포진되어 있지만, 이들이 대한의사협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정치권에 대한 한계와 벽을 뚫고 들어갈 인맥과 표심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인맥을 만드는 방법론이다. 인맥형성은 신뢰와 정권에 기여할 역량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지난한 작업이다. 믿고 신뢰할만한 관계는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 높은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과 인맥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무진들과 인맥을 쌓아가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일관된 진정성(인테그리티, Integrity)과 전문가적 역량을 보여줘야 신뢰가 쌓여간다. 의사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회주의적인 인맥형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표심을 발휘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의사협회가 국민의 어려움과 힘든 부분을 대변해 주는 단체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국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정부의 비과학적인 방역정책으로 상점이 문을 닫고,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바닥을 쳤다.

적기에 백신 확보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백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최대의 아젠다였다. 공격이 최대의 수비라고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내 CCTV 설치·간호사법등의 현안을 일시에 제압할 아젠다를 놓쳐 버렸다.

안타깝게도 전염병에 대한 가장 많은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칭 전문가라는 분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에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대회원 장악력과 지도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 내부적 합의와 외부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아젠다를 선점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셋째, 사회단체와 연대하라. 정치권을 움직일 연대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 빗방울이 바위를 뚫고, 삼겹 줄이 한 줄 보다 힘이 세다. 의료계 일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연대하는 행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다가올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 많은 단체와 연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원자력 발전 문제, 교육계에 만연한 하향평준화와 역사왜곡 문제, 법치가 무너진 법조계 문제, 도덕성을 바닥에 내동이친 국회의원 문제, 북한 미사일과 핵무기 위협에 대한 안보 문제, 인권을 내세운 이권추구세력 척결 문제, 출산률 저하 문제, 가정해체 문제 등에 대한 의사협회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단체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연대할 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진다. 단단한 연대와 신뢰 구축은 대국민 홍보작업이나 정부와의 줄다리기를 할 때 든든한 지원 세력이 되어 줄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급하더라도 두 발을 디디고 싸우려면 일관된 진정성을 기초한 탄탄한 인맥 형성과 표심을 좌우하는 아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이불 속에서 소리치는 샤우팅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고통을 함께 나누는 믿음과 신뢰에 기초한 연대는 좋은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 길만이 의사들이 살 길이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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