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업계를 이끌고 있는 강병철 대표(꿈꿀자유)는 지구 반대편에 있기에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록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인터뷰 내내 옆에서 친근하게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강 대표는 서울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로, 2008년부터 캐나다에서 거주중이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은 누구보다 컸기에 현재까지도 수많은 책을 번역·출간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한국 대중들에게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의학 전문 도서 번역가이자 출판 기획자 강병철 대표를 만나봤다.
Q.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다.
일에 대해 욕심이 많은 편이라 항상 바쁘게 일하고 있다. 작년에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를 출간하면서 감사하게도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에서 수상해 잠깐 한국에도 다녀왔다.
Q. 소아과 전문의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소아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했기 때문에 소아과 의사가 된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의학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해 준 내과를 하려고 했지만, 병원에서 인턴을 하던 중 소아과와 너무 잘 맞았고, 누구보다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던 아이들이 좋았기에 소아과 의사가 됐다.
Q. 현재 번역가이자 출판사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정확히 어떤 일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번역가이자 출판 기획자이다. 세상에 좋은 책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필요로 하는 독자층을 분석해 겨냥하고, 책이 가진 장점을 어필하는 최적의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인 것 같다. 그렇기에 매일 도서관에 가서 신간 도서와 관련 정보를 찾아 다닌다. 번역도 같이 하는데, 이것도 매일 8시간 정도 한다.
Q. 의사로 활동하다가 번역 및 출판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았다. 제주도에서 의사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원서를 읽게 됐는데,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출판사에 부탁을 해 첫 번역을 하게 됐다. 그 책이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이다. 이후에는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아내의 권유로 휴식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가족들과 함께 떠났는데, 그러던 중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왔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산업 번역을 하며 성공을 했지만, 그만큼 몸이 많이 상했기에 회의감이 들더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던 중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출간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 출판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Q. 작년에 출간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40여권의 책을 번역·출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는다면?
3권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우선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는 국내에 큰 혼란을 줬던 메르스 사태에 국민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고, 무엇보다 한 번 출판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던 시기에 회사를 살려줬던 책이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라는 책인데, 이 책의 원서를 읽으며 나와 우리 가족이 힘들었던 시기에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았다. 정신 질환자의 가족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자 책을 출간했는데, 실제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작년에 한국출판문화상이라는 출판계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책으로, 의사로 시작했던 나에게 사명감을 갖고 출판사업을 계속해서 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준 책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많이 만난다.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문제들을 해결하지만, 나는 모든 문제들의 답은 책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직접 답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많은 책들을 출간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명감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독자들이 내가 번역한 책을 보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고, 유용한 정보들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Q. 도서 관련 작업들이 의학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려움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출간하는 내 생각과는 현실이 많이 다르더라. 독자들에게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출간한 책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고, 초반에는 회사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맞는지 생각하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사명감을 갖고 일을 했고, 결국 지금까지 많은 책들을 낼 수 있었다.
Q. '좋은 독서법' 또는 '좋은 도서 고르는 법'을 추천해주시다면?
우선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특별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많이 만난다.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문제들을 해결하지만, 나는 모든 문제들의 답은 책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직접 답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요즘에는 '좋은 도서를 고르는 법'보다 '나쁜 도서를 거르는 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의학을 공부하는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진정한 과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출판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3가지 목표을 세우고 있다. 첫째로, 여러 감염병들이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시리즈물을 매년 1∼2권씩 낼 생각이다. 두번째는 장애 및 정신 질환에 대한 도서를 꾸준히 다루고 싶다. 정신 질환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책을 통해 많이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세운 목표다. 마지막으로 처음 출판사업을 하게 된 계기인데, 의사들에게 해리슨이나 사비스톤 같은 교과서가 있는 것처럼 환자나 일반 대중들에게도 교과서가 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주기적으로 개정을 하고 검수를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
Q. 주변에 자신이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 독자층인 의사들과 의대생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목표를 갖고 의사가 되어도 유일하게 독학이 불가능한 학문이 의학인 만큼 사회와 소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것을 들으면 대개 의아해한다. 하지만 이는 서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성취의 목표에 대한 기준을 낮추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너무 큰 목표 하나에만 얽매이지 않고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