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운 의협 부회장 "위음성·위양성 보완책은 의사 전문적 소견"
질병관리청 "위양성 위험보다 지체에 따른 불이익이 더 크다"
RAT 관련 새로운 코로나19 확진 판정 방안, 11일 중대본 발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진단 체계 도입이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사 재량에 따라 RAT 양성 시에도 신고와 PCR 추가 검사를 선택하도록 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사 재량권이 위음성·위양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현행 제도에서 RAT 양성 시에도 추가 PCR 검사 확인과 보건소 환자 배정 등으로 인해 재택치료가 지연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확진 활용방안 필요성을 짚었다.
권 장관은 3월 10일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10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자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을 함께 논의하겠다"며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통해 위중증으로의 증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네 병·의원 중심의 진단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자에 대한 관리방안이 마련되면,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동네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된다. 백신 미접종 연령층인 11세 이하 소아의 경우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서 검사와 진찰을 하게 되면서,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용 RAT를 통한 신속한 진단체계 확립의 필요성과 새로운 체계 도입 시 긍정적 효과를 직접 언급한 것.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 역시 10일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확진에 사용하는 내용과 관련, 내일(11일) 중대본 검토를 통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발표는) 11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11일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RAT 도입 초기에 제기됐던 위양성·위음성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위양성에 따른 과잉진료, 또는 확진자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다.
방역당국은 전문가용 RAT 정확도가 PCR 대비 95%정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약 5%의 위양성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추정한 RAT 위음성률은 유병률이 1%일 때 전체 검사 건수 대비 0.01%로, 만약 유병률이 10%로 증가하면 위음성률은 1.1%까지 늘어난다.
그런데 이러한 위양성·위음성을 의사 진단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로 도입될 체계에서도 의사의 자율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 부회장은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전문가용 RAT를 통해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은 이전부터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며 "RAT 양성 판정 이후, PCR 검사와 보건소 업무 로딩으로 인해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를 보완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운 확진 판정 체계를 도입하더라도 RAT 양성 시 반드시 신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의사의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설명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최종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새로운 체계를 시작하더라도 전문가용 RAT 양성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 경우, PCR 검사가 더 필요한 환자라면 현재와 같은 체계로 추가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전했다.
새로 도입될 진단 체계에서 전문가용 RAT 결과가 양성 또는 음성이 나왔더라도 의사 소견에 따라 추가 PCR 검사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전문가적 판단이 들어간다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위음성·위양성 우려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도입 초기부터 이어 온 '전문가 의견 존중'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체계에서도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전문가용 RAT에서 음성이 나왔을 때에도 증상이나 접촉력 등을 고려해 의사 소견을 통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용 RAT 시스템에서도 의사의 소견을 존중해 음성 시라도 PCR 검사 여부를 의사가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해당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나 접촉력 등을 검토해 PCR 검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설 때에는 소견서를 통해 다시 검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PCR을 생략한다는 의미 보다는 '확실한 경우'에 대한 치료 시간을 당긴다는 데 의미가 더 크다고도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진단 체계는 무작정 PCR을 생략하자는 게 아니다. 확진을 빨리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 훨씬 크다"며 "RAT 양성 인정은 의사의 진단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기 되고 있는 행정부담 가중 우려에 대해서도 중대본 차원의 간소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모두 수행 중인 의료기관에서 호소하고 있는 행정 부담이 신속항원검사만 진행하고 있는 의료기관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보건소 행정업무를 의료기관에 맡으면서 발생하게 될 부담과 관련,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 신속항원검사만 진행했던 기관의 경우, 확진 신고 의무가 없었는데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의무가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형식적인 절차 간소화·최소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은 위양성 우려와 관련, 현재와 같이 발생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위음성·위양성을 포함해) 확진을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확진을 지체하면서 생기는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위양성의 경우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항원검사 양성일 경우, PCR 검사로 양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90~95% 이상으로 매우 높다"며 "약간의 측정 범위에서 에러가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큰 틀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위음성과 관련해서는 "RAT 검사의 위음성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고연령층이나 기저 질환군 등 고위험군의 경우, RAT 검사가 아닌 PCR 검사로 바로 진행하실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먼저 PCR이 필요한 분들에 대해서는 PCR 검사를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은 이런 보완의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 방안 검토 결과는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