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막막한 중소병원…무분별 수도권 병상 확대 막아야
막막한 중소병원…무분별 수도권 병상 확대 막아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3.15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부터 폐업이 개업 앞서…만성 경영난 시달려
최근 5년 폐업률 병원-요양병원-의원-종합병원 순
급성기 병원에 병상공급 몰리는 무한경쟁 방식 안돼
■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2016-2020)
■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2016-2020)

예견된 부작용이다. 문재인케어로 상급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지역 중소병원의 경영 상황은 나락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심각한 경영난에 맞닥뜨린 지역 중소병원은 살길이 막막하다. 급기야 2018년부터는 폐업 기관 수가 개업 기관수를 넘어섰다. 

지역 중소병원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박정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의료정책포럼>에 '의료기관 폐업률로 살펴본 중소병원 경영난' 기고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 중소병원 폐업률을 분석하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실상을 알렸다. 

박정훈 연구원은 먼저 중소병원이 붕괴 위기에 직면한 원인부터 짚었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비 부담이 크고 보장 필요성이 높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심화되고 중소병원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진단이다. 가뜩이나 규모에서 대형병원에 치이고, 의원급에는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맞은 코로나19 팬데믹은 결국 폐업까지 이르게 했다는 분석이다.

■ 의료기관 종별 건강보험진료비 총액 추이
■ 의료기관 종별 건강보험진료비 총액 추이

게다가 마주할 미래는 더 암울하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8곳의 대학병원이 500∼800병상 규모의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예정대로 분원 설립이 이뤄지면 수도권에만 5000병상이 더 생긴다는 의미다. 현재 수도권 병상 수는 전체 병상의 36.9%(26만 병상)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몸집을 더 불리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지만, 종합병원 개설은 지자체장 권한이어서 절차적 문턱도 낮다. 대학병원의 수익 다각화 추진에 지역 민심을 앞세운 지장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빚은 결과다. 

그렇다면 중소병원의 실상은 어떨까.

최근 5년간(2016∼2020)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을 살펴보면 병원(5.8%)이 가장 높았으며, 요양병원(4.9%)·의원(3.4%)·종합병원(3.0%) 등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진료비 총액 추이에서도 상급종합병원(42.5%)·종합병원(44.7%) 등이 누적증가율 40%대를 상회한 반면, 요양병원(29.2%)·병원(29.4%) 등은 30%를 밑돌았다. 의원급은 32.5%의 누적증가율을 보였다.

■ 권역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2016-2020)
■ 권역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2016-2020)

지역별로는 전라권(전남·전북·광주) 병원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2020년 기준 전국 평균인 5.8%보다 3.0%p 높은 8.8%를 기록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인구감소·고령화 등이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병원급 폐업률의 심각성은 국세청 자료에서도 확인됐다. 

2017∼2018년에는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이 일반 법인사업자 폐업률보다 높았으며, 2020년 기준으로도 병원급 의료기관 법인사업자 폐업률(5.8%)과 일반 법인사업자 폐업률(5.9%)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의료기관 특성상 의료기관 법인개설자는 의사면허자로 제한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법인사업자와 비슷한 폐업률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 병원급 의료기관 및 일반 법인사업자의 권역별 폐업률 비교(2016-2020)
■ 병원급 의료기관 및 일반 법인사업자의 권역별 폐업률 비교(2016-2020)

중소병원의 급격한 몰락은 결국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박정훈 연구원은 "특정 지역의 병상 수 증가는 의료인력 쏠림 현상을 초래하고, 지역의료 환경을 악화시켜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국민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며 "지금과 같이 급성기 병원에 대거 병상 자원공급이 몰려 무한경쟁을 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병상 확장 억제 기전을 마련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병상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박정훈 연구원은 "지역 의료체계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이 건강증진·질병예방·건강관리서비스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수가와 의료전달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