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중환자실의 그녀에게 문병을 간다
거리에 목련이 피었어요
눈가에 괴는 빛의 기울기만 재는 그녀에게
더는 먼 바깥 이야기는 못하지
넌출 같은 치렁치렁한 수액 줄만 만지작거리지
간식거리로 추억 몇 잎 꺼내놓는 척
서로에게 첫 목련이 피고 지던, 그 사이 어디쯤
서로에게 어깨 잡히던 그때처럼
또 목련그늘이 지려나 봐요 일어나요
어서 일어나 봐요
여전히 그녀는 못이기는 척 지는 싸움만 하지
눈 한번 살짝 떠주는 것으로
사실은 그녀가 먼저 진실을 고백하곤 하지
하지만 서로를 밀어내지 못하고
우린 죽음의 눈치를 살피며 죽음을 길들이는
헛그물질만 하지
병을 묻는 게 문병問炳이라지만
묻기도 전에
그녀가 내가 목련그늘처럼 흘러들어와
약간의 체온을 건네주고 잠들려고만 하지
▶분당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장. 2012년 <발견> 신인상으로 등단/시집 <오래된 말>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가 들으시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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