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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정부 방역정책과 전문가의 책임
[청진기] 정부 방역정책과 전문가의 책임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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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없는 정부 방역정책' 입장 대변하는 방역 전문가?

2022년 2월 28일 정부는 방역패스를 3월 1일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대전환이었다. 1월 10일 정부는 대형마트·백화점까지 백신패스 적용을 확대했다. 학원·독서실 같은 학습시설에도 백신패스를 적용했다. 3월에는 학교에도 백신 패스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행정소송이 제기되고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자 정부는 이에 반발해 항고까지 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바뀌었다. 

예측 불가의 방역정책이다. 도대체 정부의 방역정책에는 어떠한 원칙이 있는 것일까? 2021년 5월 필자는 JKMS에  <COVID-19 팬데믹에 대처하는 7 방역 원칙(Seven Principles of Quarantine for the COVID-19 Pandemic)>이라는 제목의 에디토리얼을 기고했다.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하던 지켜야 할 방역의 원칙을 제시하고  COVID-19에 대한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한 글이었다. 

며칠 후 한 전문지 기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방역 전문가인 모 교수가 필자의 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주어서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 교수의 비판적 의견을 보았는데 그 중 내 기고문에 "특정 백신에 대한 폄훼가 들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교수가 비판한 필자의 기고문 내용은 정확히 다음과 같다. "방역은 과학에 근거해야 한다. 2021년 3월 19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이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과학에 근거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 방역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백신의 효과를 비교·평가한 근거는 2020년 12월 18일 정부의 '코로나 백신 확보 현황' 보도자료였다. 거기에는 화이자 백신은 3상 임상 결과 예방효과가 95%, 모더나는 3상 임상 결과 예방효과가 94.1%, 아스트라제네카는 3상 임상 중간 결과 평균 예방효과가 70.4%라는 정보가 담겨 있다. 

2020년 8월 21일 정부는 전 국민의 70% 대하여 접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인구를 약 5200만명이라고 추산하면 백신 접종 인원은 약 3640만명이다. 이 인구집단에 대해 효능(efficacy)이 95%인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 이론적으로 182만명이 여전히 감염될 수 있다. 반면 효능이 70.4%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면 이론적으로 1077만명이 여전히 감염될 수 있다. 어느 백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민 전체적으로 감염자수의 차이는 895만명이 된다. 

국가방역에 있어 895만명의 추가 감염자가 과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인가? 그럴 리 없다. 방역 전문가인 모 교수가 정부의 보도자료에 대해 특정 백신을 폄훼하였다고 비판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같은 자료를 방역정책의 대전제인 인구집단의 관점에서 분석해 평가하면 특정 백신에 대한 폄훼라고 비난한다. 필자의 분석은 정부의 보도자료를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퇴출됐다. 

코로나19 백신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돌파감염도 많다. 부스터샷도 더 맞아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과학이 정확히 알려주지 못했던 것도 있다. 그러나 과학이 알려준 것조차 국민에게 전달하면 앞장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온 방역 전문가가 있다. 정부의 원칙 없는 방역정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전문가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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