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 개최...'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사업 대응' 논의
공공의대 신설,의대정원 증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전협 감시기능 강조
보건복지부의 '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 세부 내용 수정 요청도 이어져
진료보조인력(보건복지부 자료=진료지원인력) 활용과 관련해 전공의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진료보조인력을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하는 반면,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업무 위임이 가능한 부분은 진료보조인력에 위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가 3월 20일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보건복지부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사업 대응에 관한 건'을 주제로 논의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5일 진료보조인력 관리·운영체계 타당성 검증 사업에 대한 설명 자료를 배포, 의료기관 모집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에 포함된 업무 기준안을 발표하며 진료지원인력 업무기준(안)의 주요 쟁점 행위들을 ▲반드시 의사가 수행해야 하는 행위 ▲위임할 수 없는 행위 ▲임상학회 등과 논의가 필요한 행위 또는 ▲의사 감독·지시 하에 진료지원인력이 수행 가능한 행위로 분류했다.
또 쟁점 사안으로 ▲건강문제 확인 및 감별(2가지) ▲검사1(7가지) ▲검사2(3가지) ▲치료 및 처치1(7가지) ▲치료 및 처치2(3가지) ▲수술(2가지) ▲마취(3가지) ▲중환자관리(6가지) ▲처방 및 기록(7가지) ▲환자 평가/교육(7가지) 등 10가지로 분류하고, 세부적으로는 총 47개로 정리했다.
이날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여한솔 대전협회장은 "진료보조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대전협의 입장은 '반대'이다"라고 밝히면서도 "대전협은 전공의 처우 개선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운영되는 조직인만큼 업무적으로 일이 많아 힘든 전공의를 의사가 아닌 사람이 도와주는 부분을 용인해야 하는지, 전공의 일이 힘들어도 의사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대의원들의 고견을 들려달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임총에 참석한 각 수련병원 대표들은 보건복지부의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타당성 검증 사업에 대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진료보조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진료보조인력은 원칙적으로 반대라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고권 아주대병원 전공의대표는 "진료보조인력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전공의들은 진료보조인력에 관해 이해관계가 가장 많이 얽혀있는 직역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된다면 대전협이 전공의를 대표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입장으로 포함돼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이후의 평가도 우려된다"라며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 결과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 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등의 해결방안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대전협이 이를 염두에 두고 계속 감시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표는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에 치여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라며 "시범사업 자체가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시범사업에 포함된 일부분은 전공의가 더 좋은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기보다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자세로 나아가야한다"고 밝혔다.
진료보조인력의 문제를 병원에서 입원전담의와 일반의를 고용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는 "진료보조인력이 없으면 전공의 업무 로딩이 많아진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이 부분은 병원이 입원전담의와 일반의를 더 고용하면서 업무 로딩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병원에서 의료 공백을 위해 입원 전담의 등을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로 진료보조인력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전협에서 진료보조인력보다 입원전담의와 일반의를 더 고용하라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에 포함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에 따르면 '반드시 의사가 수행하고 위임이 불가능한 행위'는 ▲조직 채취 ▲뇌척수액 ▲골수천자 ▲복수천자 ▲복합 드레싱(catheter, tube, 수술부위 드레싱 등) ▲관절강내주사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 삽관/발관 ▲전신마취/척추 또는 경막외 마취 ▲전문의약품 (특수약, 응급약 등) 처방, 위임된 검사·약 처방, 프로토콜 하 검사·약 처방 ▲진료기록 작성 또는 오입력에 대한 수정 ▲검사 및 판독 의뢰 작성 ▲협진의뢰작성 ▲진단서 작성 및 전원 의뢰서 작성 ▲검사 및 수술동의서 작성 ▲수술기록/마취기록 등으로 분류했다.
다만 처방 및 기록은 다수의 진료보조인력이 수행 되고 있음을 명시하며 향후 진료보조인력 업무 범위로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위임이 가능한 행위'는 ▲문진·예진·병력청취 등 단순 이학적 검사(간호사) ▲회진 시 입원환자 상태파악 및 보고 ▲혈액 검체채취 ▲심전도 ▲초음파 ▲X-ray ▲부목(splint, 반깁스) ▲단순 드레싱(단순 욕창 등) ▲고주파온열치료 ▲체외충격파쇄석술 ▲처방된 마취제 투여 ▲응급상황 심폐소생술 ▲L-tube 발관 ▲치료부작용 보고 ▲특수장치 모니터링(심전도) ▲환자·보호자 교육 및 상담 ▲환자 자조모임 운영 등 17가지다.
이외에도 ‘의사가 수행해야하지만 의사 감독·지시 하에 위임이 가능하다'고 한 분야는 ▲배액관 관리/장루관리 ▲중환자 기관삽관 ▲응급상황 응급약물 투여 등이며, '의사가 수행해야하지만 의사 감독·지시 하에 위임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류한 행위는 ▲혈액 배양검사 ▲동맥혈채취 ▲석고붕대(cast, 통깁스) ▲발사(stitch out) ▲수술부위 봉합 중 피부봉합(skin suture) ▲수술보조 중 scrub 아닌 1st/2nd assist 등 6가지다.
강민구 대전협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처방 및 기록 부분은 논란의 여지 없이 의사가 해야하는 행위임에도 다수 진료보조인력이 시행한다고 해서 시범사업에 포함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시범사업 목적 자체가 불분명한 업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인데 처방 및 기록은 불분명한게 아니라 명확히 의사가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찬영 전남대병원 전공의대표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진료보조인력 업무 기준을 조금 더 세세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진과 예진, 병력 청취 등은 입원환자 상태 파악을 위해 전공의 수련범위에도 포함되는 행위인데, 진료보조인력에 위임될 수 있다고 표시된 것은 잘못됐다. 더불어 X-ray의 경우에도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X-ray를 찍을 땐 방사선과 선생님이 전부 시행하는 등 더 전문가 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여한솔 회장은 "제가 생각하는 전공의 사회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대전협은 원칙을 지킴으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도 "진료보조인력 없이 몰려드는 환자를 전공의가 모두 떠맡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진료보조인력의 도움으로 잠깐 편할 수 있지만, 이 편함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목을 옥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의견 주신 내용을 취합을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