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의사의 설명 의무' 표준화된 디지털 동의서 활용하면 어떨까?
미션 임파서블 '의사의 설명 의무' 표준화된 디지털 동의서 활용하면 어떨까?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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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ed consent 절차…환자 양질의 설명·법적 문제 미연 방지

새해 벽두부터 지난 2022년 1월 27일, 대법원은 병원에 '설명의무 위반'의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환자는 2018년 6월 7일 요통과 근력 저하로 병원에 내원해,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수술을 예정하고 동의서를 작성했다. 사흘 후 수술 당일 오전 수술 전 평가를 위해 경동맥 및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했고, 내과 의사는 10시 반 경 동맥경화 소견이 있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1시 10분 경 마취가 시작되었고, 수술 후 6시 반 경 회복실로 돌아왔다. 회복실에서 자발적인 의사 표현이 어렵고, 상하지 마비 증상이 있음을 확인됐고, 이에 CT를 통해 뇌경색 소견이 진단되고, 후유증으로 마비와 인지 장애가 남았다. 

환자 측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 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경과 관찰 등의 주의 의무를 다 했고, 합병증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까지 숙고·상의·결정할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설명을 하고 수술까지 40분 밖에 되지 않았음을 들어, 환자가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료법 24조 2항에서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 등을 하는 경우, 환자에게 발생가능한 증상의 진단명·수술의 필요성·방법 및 내용을 환자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 법정 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이 건의 경우에는 법에 기준이 명시되지 않은 '설명의 시간(Timing)'에 대한 개념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자는 '설명 의무'의 근본적 취지에 반대할 의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설명의무는 규정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한 경우 의료진에 대한 보호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설명 의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식으로 기준이 모호하고, 이것이 소송에서 남용돼 의료진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의료진이 고위험 의료행위는 기피하고, 방어진료를 하게 되어, 결국 그 보이지 않는 피해가 국민에게 가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설명의무의 충족 여부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2019년 기사를 보면, 70대 고령환자가 뇌경색, 심장 판막 수술 몇차례의 수술 등을 받고 이후 보행장애, 인지장애 합병증이 생겼는데, 시술상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환자 본인이 아닌 아들에게 설명했다는 이유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2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었다.

2020년 기사를 보면, 모야모야병이 의심된 12세 환자에게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한 후 뇌경색이 발생했는데, A양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시술 동의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판결된 사례도 있었다. 만약 A양에게 설명하고 시술을 했다면, 미성년자에게 법적 동의서를 받는게 효력이 있냐는 식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까?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서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판단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희귀한 부작용이라도 모두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이다.

2010년도에는 망막 앞막 수술 후 안압강하제인 메타졸아마이드를 처방받고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 발생해 실명한 케이스가 있었는데, 의료상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라면서 16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조차도 스티븐 존슨을 일으킬 수 있는데, 편의점에서 사면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것이고,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설명의무가 생기는 것인지 궁금하다.  

환자가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증명하는 것도 의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환자가 설명을 들은 후 의사의 권고를 거부했을 때 면책이 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수혈을 거부하다가 사망하면, 이 경우 의사는 면책이 되는 것인가? 이 사건은 최종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이 있었다. 

변호사들은 의사가 환자 본인에게 직접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하고, 가족에게도 설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식의 일반적인 원칙을 이야기한다. 환자와 라포를 잘 쌓아두라는 훈계도 한다.

그러나, 당장 시간이 쫓기는 상황에서 의료지식이 없고 지적 수준도 높지 않은 환자들에게 어떻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할 것인지, 전 가족이 같이 와서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어느 가족에게 얼마나 설명해야 하는지 등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의사들이 하루에 단 몇 명의 환자만 보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과연 그런 '이상적인' 조언대로 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문제가 터지고 나면 "그때 그것까지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말을 하기는 쉽지만, 시간적·인력적 제약과 불가항력적 상황 등이 버무려져 있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일이 벌어진 사후에 마치 그때 모두가 이상적인 현실에서 있었던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이다. 

은행에 가서 금융 상품 하나만 가입하려고 해도 도저히 그 자리에서는 다 읽을 수 없을 정도 설명문이 나오고, 거기에 모두 읽고 이해했다는 서명을 해야 가입이 된다. 솔직히 그 내용을 다 읽어보고 가입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 내용을 다 읽어보면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히 이해가 되기는 하는가? 그래도 형식적인 절차들을 갖추어 두니 어느정도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반면 수술 등 의료행위의 동의서는 병원마다 형식도 다르고, 의사마다 설명하는 방식도 다르다. 

설명의무에 대한 판례 때마다 의사들이 SNS에 보인 반응 중 하나는 환자들에게 수술 전에 시험을 보게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1) 의협차원에서 각 수술이나 시술에 대해 표준 설명을 인터액티브한 디지털 교육자료로 만든다. 예를 들면 폐암에서의 폐엽절제술에 대해서는 수술 과정이라든가, 수술 전후 발생가능한 합병증, 수술후 관리 방안 등에 대해 30분짜리 영상을 3D 이미지 등을 사용해서 만들 수 있다. 

2) 이에 대해 아예 전문가 단체, 환자 단체 및 법원 등에서 해당 내용이 표준적으로 설명의 내용이나 환자의 이해도 측면에서 문제가 없음을 공식 인증을 받아 둔다. 

3) 영상 중간에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문항을 넣고, 답을 못 맞추는 경우에는 이해를 못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의 취지에 맞게 동의서 서명을 할 수 없게 한다. 

4) 정답을 모두 맞추고, 환자가 모두 이해했다고 동의하면, 전자 서명을 통해 동의를 할 수 있게 한다.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의사가 추가 설명을 한 후 이해한 경우 동의 절차를 마무리한다. 

5) 관련된 모든 보호자에게는 해당 교육자료 링크를 보내서 원격으로 보고 이해 후 동의를 하게 한다. 예를 들어서 고령의 환자라면, 모든 자녀에게 링크를 보내서 이해 후 서명하도록 한다. 

6) 이 모든 절차는, 응급이 아닌 경우 수술 예정 24시간 전까지 마치도록 해야 동의의 효력이 인정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응급상황도 있을 것이고, 이런 절차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정된 수술이나 약품 처방 같은 상황에서는 위와 같은 informed consent 절차를 만들면, 환자들도 양질의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많은 법적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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