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원격의료(4)- 원격의료의 생태계를 가르는 기준 '필수의료'

머나먼 원격의료(4)- 원격의료의 생태계를 가르는 기준 '필수의료'

  • 윤인모 가톨릭의대 외래교수(예방의학교실·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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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공공성의 최근 흐름, 공공성 실행 주체 확대 요구 등의 변화는 원격의료 실행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원격의료는 갑론을박의 강한 갈등 속에 많은 상처를 안고 출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근본 취지와 목적은 흐려지고, 단순히 만성질환자의 복용약 리필 확대, 개인의 건강증진 노력 감소의 부작용 그리고 병원의 환자유통창구 정도의 수준에 머물며 배달 앱 정도의 수준의 각축과 혼란 속에 이권 다툼의 장만 야기하면서 상처만 남을 위험이 크다. 의료비는 오르고, 건강은 증진되지 않는 제도로 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필수의료의 흐름 

필수의료의 개념은 공공의료의 개념과 혼재된다. 

정의가 다양하지만, 필자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원격의료를 하나의 생태계에서 제공할 것인가 또는 분리된 생태계에서 제공할 것인가는 시스템 설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필수개념은 미래의 의료제도의 혁신 방향에 중요한 가늠선이 된다.

필수의료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필수의료 제공이 목적이다. 의료제도를 시작한 근본 목적이다. 

다른 하나는 의료비 증가로 인한 민간자원 이용을 독려하면서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필수의료 범위를 좀 더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기준으로서이다.

기존에는 복지의 공공성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의 개념을 확대해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1900년대 의료제도가 출현한 이유는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이다. 이후 공공 니드의 증가 속에 공공의료의 최소한이 필수의료라고 이해하면 될듯하다.

한국에서 필수의료에 관해 국내적 합의로 볼 수 있는 것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선해서 제공하는 분야로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 등을 기술하고 있다. 

얼핏봐도 필수의료의 휴먼웨어·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는 원격의료 도입 및 향후 혁신 방향에 가늠자가 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 필수의료에 관해 국내적 합의로 간주하는 것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가 우선해서 제공하는 분야다. [사진=pxhere]
한국에서 필수의료에 관해 국내적 합의로 간주하는 것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가 우선해서 제공하는 분야다. [사진=pxhere]

필수의료의 의미

필수의료는 꼭 필요한 의료라는 뜻이다. 이에 예측하지 못한 질환 때문에 생명유지가 어렵거나, 질병으로 사회계층의 하락, 파산에 처하는 것을 예측할 수 없는 재난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공동대처하자는데 필수의료의 의미가 있다. 

공산주의에서 이야기하는 무상진료라 함은 이러한 필수의료를 무상으로 진료한다는 뜻이지, 현재 한국처럼 건강보험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치료비를 무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시스템에서 무상진료를 시행한다면 진료 범위는 대다수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진료의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감기 치료는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서 당뇨약 리필 정도의 진료를 받기 위해 Big5 병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며, 혈당이 크게 올라 응급실이 갈 일이 아니면 병원에 가는 횟수도 제한받게 된다. 

무상진료는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필수의료 제공서비스의 대표적 분류는 3∼5개가 일반적이다. 

대륙법의 대표격인 독일은 이러한 범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독일 의료보장체계의 중심축인 '공적 의료보험(Gesetzliche Krankenversicherung, GKV)'은 1884년 도입되었다. 

그러나 독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공적 의료보험 제도는 아니다. 국가가 의료보장 차원에서 공적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자는 일정 소득 미만의 임금근로자와 그 가족이라는 것이 오늘날까지 고수하는 독일 의료보험제도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대상이 아닌 경우 자체 공제조합 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조직하여 운영하거나, 각 개인이 개별적으로 혹은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민간의료보험(Privater Krankenversicherung, PKV)에 단체 가입함으로써 의료보장체계에 편입된다. 

중요한 점은 지불자와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일치에 유리한 조합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에 반해 영국은 좀 넓다. 영국의 필수의료 개념은 '보편적 의료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으로 요약된다. 보편적 의료보장은 건강을 기본권으로 포함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알마아타선언(1978)에 잘 나타나 있다. 

모든 인류가 진료비 걱정 없이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NHS 가치 선언문에는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 ▲무료 ▲지불 능력이 아니라 임상적 필요 기반임을 명시하고 있고, 7가지 원칙 제1조에는 'The NHS provides a comprehensive service, available to all'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의료제도는 독일보다 대상과 범위가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는 그 중간이다. 프랑스는 프랑스혁명(1789) 시기에 병원 국유화를 통해서 공공의료 서비스를 시행하였다. 프랑스 보건의료제도의 기본체계가 완성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부터이다. 1941년 공공병원을 정비하고, 1945년 전 국민 사회보장제도(Securite Social)를 도입하였다.

사회보장지출의 70%를 노동자와 고용주의 사회적 기여금(Cotisations Sociales)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비스마르크 방식의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945년 10월 제정한 법령 제1조에서는 지원 범위를 소득 능력을 약화시킬 모든 종류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라는 측면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영국의 UHC와 유사하다. 영국식 베버리지 제도를 혼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영국·프랑스 세 나라 국가의 법체계와 의료제도가 필수의료의 기준이지만 사실 이미 오래전 일이다. 21세기 국민은 이미 그때의 국민이 아니다. 각국은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의료법령과 제도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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