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특위 "의학한림원 관계자 사과·사퇴, 의협 지원금 중단" 촉구
2014년에도 한의사 회원 가입시키려다 의료계 반대로 무산되기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한의사를 정회원으로 선출한 것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학한림원은 지난 3월 10일 경희대 한의대 K교수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S교수를 신입 정회원으로 선출했다. 한의사가 정회원으로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학한림원은 전문분야별로 11개의 분회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의사들이다. 의사가 아닌 회원들은 제9분회에 속해있는데 여기에는 간호학, 수의학, 약학, 영양학, 치의학이 포함됐고 이번에 한의학이 새로 추가됐다. 제9분회에는 종신정회원 10명과 정회원 18명으로 구성된다. 전체 종신정회원 179명, 정회원 454명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한의사가 정회원으로 선출되자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3월 31일 "의학한림원은 한의사 영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특위는 "의학 및 관련 분야 국내 최고 석학단체인 의학한림원이 '우리나라 의학의 지속적인 진흥 창달과 의료선진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의학 발전과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설립취지에 역행해 소위 '한방분야의 석학'들을 회원으로 영입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의학과 한의학은 완전히 다른 학문이고, 검증 기준과 체계 역시 너무도 다르다는 것도 짚었다.
한특위는 "의학은 과학에 기초한 근거중심 학문"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의 특성상 의학은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수 요건이지만, 한의학은 음양오행, 기, 혈 등을 논하는 분야로 검증 자체를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의학에 비해서는 체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도 빠짐없이 한의학의 폐해가 발생하고 의학과 한의학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최근 한의사들이 면허범위 외의 진료인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 실시 권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학계의 석학들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분개했다.
"과학에 바탕을 둔 의학의 권위야말로 의사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석학을 자처하는 소수의 잘못된 결정에 의해 의학의 권위가 붕괴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밝힌 한특위는 "이런 결정을 내린 의학한림원 관계자는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의협 집행부에 의학한림원의 한의사 영입을 저지하고, 한의사 영입 결정이 취소될 때까지 의학한림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도 요청했다.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한의학을 홍보하기 위해 엉터리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의사들에 대해서는 더욱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의 수준이 낮고 거짓말을 해도 자기들끼리 인용하면 저널의 인용지수는 높아지고 SCI 등재 저널이 될 수 있다"며 "발표한 논문의 수가 많다고 훌륭한 석학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직한 연구자가 아니라 한의학 홍보위원을 자처한다면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학한림원은 2014년 1월 23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2014년부터 한의학 분과를 둬 한의학 교수도 회원으로 영입키로 결정해 의료계 내부적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의학한림원은 제7분회에 한의학 분과를 포함키로 하고, 제7분회의 정원은 4.3%에서 전체 정원의 5%로 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분과별로 간호학, 보건학, 약학, 영양학, 한의학은 4인으로 배정하고, 치의학은 5인으로 배정키로 했다.
당시 남궁성은 의학한림원 회장은 "의학한림원은 이익단체가 아니다. 석학들의 부문별 전문성을 활용해 미래의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뿐만 아니라 한의학 분야의 권위있는 교수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라고 한의학 교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일부에서 한의학 교수 영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해한다"며 "한의학 분야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석학을 엄격하게 심사해 회원으로 가입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로 한의사 회원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