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공성의 최근 흐름, 공공성 실행 주체 확대 요구 등의 변화는 원격의료 실행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원격의료는 갑론을박의 강한 갈등 속에 많은 상처를 안고 출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근본 취지와 목적은 흐려지고, 단순히 만성질환자의 복용약 리필 확대, 개인의 건강증진 노력 감소의 부작용 그리고 병원의 환자유통창구 정도의 수준에 머물며 배달 앱 정도의 수준의 각축과 혼란 속에 이권 다툼의 장만 야기하면서 상처만 남을 위험이 크다. 의료비는 오르고, 건강은 증진되지 않는 제도로 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필수의료는 반드시 공급해야 할 복지항목에서 효과적인 의료시스템 설계의 기준으로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최근까지 확장되어 온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토마스 홉스의 국가관은 생리적, 안전의 욕구, 그것도 당장 눈에 보이는 재난을 해결해 줌으로써 질서를 유지하는 관점이다. 기본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하게 된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가는 국가의 주인을 시민으로 하면서 시민의 뜻에 따라서 공공성이 확장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자유주의 국가에서의 공공의료는 필수의료에 국한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비경합성, 비배타성의 공공재를 기술한 것은 앞에서 기술하였다.
시민의 요구에 따라 변하는 복지서비스의 제공 방향은 매슬로우(Maslow 1908~1970)의 욕구 6단계를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매슬로우가 1943년 주창한 이론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충족은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소속 및 애정의 욕구→존중의 욕구→자아실현 욕구→자아초월 욕구로 발전한다고 기술하였다. 지적·미적 욕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현재까지도 인간의 욕구를 설명한 이론 중 가장 널리 사용된다.
매슬로우 욕구 6단계는 공공서비스 확대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시각이 더해지면서 공공·필수의 개념이 더 확장된다. 하나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되었다. 금연을 예로 들수 있다. 당장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금연은 대상이 아니었다. 변화하는 예이다.
두 번째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변화이다. 국민이 건강한 것은 사회적 투자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금연 및 운동, 건강관리를 지원하면 신체은퇴연령을 60세에서 80세로 미루면서 사회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건강환경도 공공서비스의 대상으로 발전했다.
세 번째는 주요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공공의 니드도 증가한다. 이에 필수의 개념도 같이 넓어지는 느낌을 준다. 정치가의 예산 확보를 위해서 공공서비스를 필수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혼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의 경중이 없이 다 중요하게 된 형태로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포퓰리즘으로 나타난다.
네 번째는 빈익빈 부익부가 더 증가하면서 과거에는 중요치 않았던 욕구가 필수 욕구, 기본적 욕구가 된다. 애정의 욕구 단계에서도 공공서비스가 도입된다.
영국의 외로움 담당 장관이 그 예다. 존중의 욕구단계에서도 모욕죄, 명예훼손죄, 전화상담 시 폭언 금지 등이 그러한 예다.
세 번째와 네 번째가 합쳐지면서 시민요구는 절대적 빈곤→상대적 빈곤→주관적 빈곤으로 점점 요구도가 증가한다. 사회는 이미 생리적, 안전성을 넘어서 사회적 평등까지 요구하고 있다.
집은 원룸에 살지만 내 집 앞의 공원은 개인 가정집 마당보다 깨끗할 것을 요구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여행도 보내준다. 아마도 스마트폰도 지급할지 모른다. 그러나 예상컨대 보급형 스마트폰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30∼40평 아파트에 살고 싶은 3만 5천 달러(1인당 GDP)의 국민에게 15평의 임대주택 제공은 주택정책의 실패 원인중 하나이다. 심지어 청년의 면접 비용까지 공공에서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 국가의 부담은 증가한다. 복지국가에서 세금 부담은 중요한 재원을 제공하는 기업의 경쟁력에 압박을 주는 요인이며, 이는 국가경쟁력의 지속가능성에 부담이 된다.
다시 강조되는 필수의료 기준과 민간자원 활용
주요국의 1인당 GDP가 높다는 의미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공공에 대한 욕구가 올라가고 까다로워진다. 이에 정부에 대한 요구가 올라간다. 세금이 더 필요하다.
다른 의미는 공공재를 더 늘리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경제수준이므로 공공을 늘릴 때는 보편적, 선별적 필요성을 구분하게 된다.
주요국에서 선별적 복지 또는 보편적 복지는 큰 논란이다. 그러나 의료부분에서 만큼은 의료의 필수범위를 다시 상기시켜 니드를 감소시키고, 절차를 좀 더 엄격하게 하며, 공공에서의 수요를 민간으로 넘겨 전체 의료비를 줄이려 노력한다.
호주는 젊을 때부터 보조금을 지급하며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독려한다. 스웨덴도 공공의료 일부를 민간에 위임하기도 하고, 동시에 민간보험 가입을 활성화하고 있다. 공공의료는 다시 필수의료로 축소하려고 시도한다. 싱가포르는 재난에 해당하는 중증이 아니면 제도 내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국가에서는 국가 영역에 남겨두는 진료를 규정한다. 이 구분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필수의료가 다시 remind 된다.
한국은 2022년 OECD 평균 의료비를 넘어갈 것이다. 더는 의료비가 낮은 국가가 아니다. 경제성장률 2%인 한국이 7%의 의료비 증가율을 낮추기 쉽지 않을 것임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의 개념이 다시 회자될 것이다. 의료비를 줄이는 방향의 원격의료와 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의 원격의료는 그 핵심이 다를 것임은 자명하다. 필수의료는 원격의료뿐 아니라 의료생태계 자체에 중요한 판단기준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