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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적 의학교육(Transnational Medical Education)
초국적 의학교육(Transnational Medical Education)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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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기구·외국 의대 졸업자 인정기구·의과대학 평가기구·국가고시 담당 기구 등 상설기관 협조 및 국제 공조 필요

최근 우리나라 학생이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 부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의과대학 입학에 필요한 수능 성적이 되지 않아 입학이 수월한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의사 국시 자격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대 학생들도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현대에서 학생의 자유로운 교육 선택권이 바탕이 되는 초국적 의학교육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고 있다. 

호주의 한 의과대학은 첫 2년은 호주에서 교육하고 임상교육 2년은 호주가 아닌 미국에서 하고 있다. 세계의 명문 의과대학들은 산유국이 있는 중동지역에 분교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 학생을 위해 별도로 50개가 넘은 국제 의과대학을 자체적으로 영어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의과대학생 정원보다 많은 학생 규모인데 문제는 국제 의대 졸업생에게 중국 의사면허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국제 의대는 임상 실습을 위해 임상 교육 진입 전 반드시 중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구 소련권 국가들 일부는 의과대학 교육 중 기초과정을 러시아에서 수업을 받는 협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초국적 의학교육을 통한 외화벌이에 집중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수업료를 무기로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미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들에 많은 의과대학이 있고 고객은 주로 미국 학생이나 미국으로 진출을 위한 외국인이다. 동유럽이나 중앙아세아지역도 외국학생을 상대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의과대학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 학생도 세계 도처의 의과대학에 유학 중이다.

한국 학생은 영어 역량도 있어야 하고 임상 실습에서 해당 국가의 언어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적 용어가 영어를 사용하듯이 구 소련권 대학의 일부 교수는 아직도 러시아어가 주된 언어여서 학술언어로서 러시아어에 대한 역량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학습량이 많은 의학교육에서 외국인 학생에게 심각한 언어적 부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초국적 의학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실태 파악도 쉽지 않아 보인다. 너무나 많은 학생이 너무나 다양한 초국적 의학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의학교육은 외국인 학생에게 환자와 직접 만남이 필요한 임상 실습은 더욱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교육 주체인 대학이나 교육을 받는 학생도 모두 영어가 서툰데다 외국인 학생은 임상 실습을 위해 한가지 언어를 더 습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3000개가 넘는 의과대학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떤 나라는 최근 연간 50개씩 의과대학을 만든 나라도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의과대학에 대한 질적 관리는 매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과 급증하는 의료수요에 부합하고자 무모할 정도로 의과대학 신설을 허용했다. 지금의 의학교육 수준과 비교하기 힘들다. 2010년에도 우리나라에 부실한 의과대학이 존재했으며, 이런 사정은 타국의 부실한 의학교육에 대해 비판적 입장도 취하기 쉽지 않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전문직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의과대학 평가인증제도는 결국 부실 의과대학을 강제 폐교로 이끌었으며, 나머지 40개 의과대학의 교육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은 2023년부터 미국이나 이와 동등하다고 생각되는 세계의학교육연합회가 인정하는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 졸업생에 국한하여 미국 내 전공의 교육을 허가한다는 원칙을 천명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연기된 상태다. 

자국이 아닌 타국의 의학교육에 대한 질적 보장을 요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도 의학교육의 질적 보장이라는 명제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분명 한계점도 있어 보인다. 모든 해외 유학생에 적용될 수 있는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와 행복 추구권에 대한 제약을 부여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 의대를 졸업한 우리나라 학생은 선진국에서 졸업하지 않은 이상 의사 국시 합격률이 낮다. 특히 예비시험은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에서 의대를 다닌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학비는 우리보다 저렴하다고 하여도 수업에 필요한 부대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다른 교육문화와 교육방법 그리고 영어와 현지 언어 습득에 대한 부담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의사 국시 응시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외국 소재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현지 방문 평가를 해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개 외국 의과대학에서 오랜 기간 살펴보며 조사를 할 수도 없고, 미리 약속한 날짜에 2∼3일 정도의 공식 방문을 통한 현지 평가가 현재 할 수 있는 조치의 한계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방문도 최소 2인 이상의 교수와 직원에 의한 소규모 평가단이 현지 출장을 다녀와 방문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는 절차도 필요하다. 그리고 소요 비용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이미 기존에 인정된 의대 이외 새로운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우리나라 의사 국시 자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의과대학에 대한 개별 방문 조사도 쉽지 않은 문제다. 

미국·영국 등 외국 의사를 많이 고용하는 나라도 일단 해당 국가의 교육부나 보건부에 정식으로 등록과 평가인증을 획득한 의과대학이면 의사 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한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의학교육에 대한 공개적 지적이나 외국 의대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적인 추세에서 우리나라가 별도로 불인정을 하기에는 면허 발부에 대한 상호 호혜 원칙 이외는 별달리 해 볼 조치가 없어 보인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시원과 의학교육평가원의 공조로 외국 의대 졸업자에 대한 인정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영국·호주 등 외국 의대 졸업자의 유입이 많은 나라는 이런 업무를 상설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 면허기구와 외국 의대 졸업자 인정기구, 의과대학 평가기구 그리고 국가고시를 담당하는 기구의 협조로 이뤄지고 있다.

외국 의대에 대한 정보력도 잘 갖추고 있다. 초국적 의학교육의 정보교환을 위한 국제적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 10위 이내의 경제 대국이 된 우리나라도 향후 외국 의대 졸업 내국인이나 해외 연수생이 증가할 터인데 아직도 관련 업무를 위한 전문성과 체계적 조직을 갖춘 전문기관이나 조직은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 민간기구에 의한 의과대학 평가인증 업무의 성공사례를 보며 보건복지부도 이제는 전문성이 필요한 규제업무는 과감히 현대적인 면허 관련 공공기구 설립을 통하여 상시적 활동이 가능한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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