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인春印
봄눈 녹아 질펀해진 햇볕 속에서
들녘 수로의 혈액세포들이 펄떡인다
시원의 원형질 그대로
억년의 시간동안 품고 있는
늪지의 체세포들도
웅크렸던 손바닥을 편다
홍매화 화인春印이 찍힌 뇌회腦回가
연포탕 속의 낙지처럼 경련하며
방언의 꽃비를 흩날린다
괴성에 혼이 나간 개구리들이
달빛 흥건한 창살문 빈칸마다
자동기술하듯 알을 쏟아놓는다
늙은 몽춘기夢春期의 나도
홍역의 뇌 후유증으로 넋두리하듯
꽃물 몽정을 요 위에 쏟아내어
구름에 얼룩진 붉은 달을 그린다.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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