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신중한 논의 필요"
의료인 결격사유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달라져 왔다. 결격사유의 변화는 대부분 의료법 개정에 의한 것이지만, 다른 법률의 정의 규정이 바뀌어 의도치 않게 초래된 것도 있다.
농자·아자·맹자는 국민의료법 제정 때부터 결격사유로 인정됐으나 1987년 11월 28일 일부개정 때 삭제됐다.
한편 2016년 5월 29일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로 전부개정되면서 동법 제3조 제1호의 정신질환자는 '망상·환각·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의료인의 결격사유인 정신질환자의 범위도 축소됐다.
파산은 1962년 3월 20일 의료법 제1차 전부개정 때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처음 규정됐고, 2007년 4월 11일 의료법 제3차 전부개정 때 삭제됐다.
변호사의 경우 의료인보다 늦은 1973년 1월 25일 변호사법 일부개정 때 파산이 처음 결격사유로 규정됐다. 하지만 현행 변호사법에도 여전히 결격사유로 규정돼 있다. 이는 변호사가 파산선고를 받았다면 법률사무에 장애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격사유는 전문자격의 특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형 선고와 관련해 모든 보건의료인은 의료관계법령 위반으로 인한 금고 이상의 형 선고를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보건의료인마다 의료관계법령의 범위가 다르다. 의료인·의료기사·응급구조사는 11∼12개 의료관계법령 위반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약사는 4개 의료관계법령 위반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의사와 약사가 함께 언급된다는 이유로 두 직종의 결격사유를 동일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합리적이지 않다. 각 직종마다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와 변호사의 비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의료인의 결격사유와 관련해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성범죄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다. 그런데 성범죄의 경우 청소년성보호법 제56 제1항에 따라 법원은 성범죄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동시에 판결로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해야 한다.
이는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일정기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법의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 선고만 해당하는데 청소년성보호법의 취업제한명령은 벌금형 선고에도 가능하다.
또한 의료법상 면허취소 후 재교부는 3년이 지나면 가능한데 청소년성보호법의 취업제한명령은 최대 10년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청소년성보호법의 규정은 매우 강력하다.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의료인의 의료과실을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더 넓게 변호사 등 많은 전문자격에서 과실범을 결격사유로 삼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과실범의 불법과 책임내용은 법질서의 명령을 부주의에 의해 위반하는 것이므로 고의범에 비해 가볍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호사의 결격사유에서도 과실범을 제외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다만 의료인의 경우 중과실로 의료사고를 야기하는 등 전문직 수행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선진 외국과 같이 면허관리기구가 설립돼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가능하다면 적절한 개입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개혁이 어렵다면 청소년성보호법의 취업제한명령과 유사하게 중과실로 의료사고를 야기한 경우에 판사가 일정 기간의 취업제한명령 또는 자격정지명령을 선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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