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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의사 의료과실, 집도의사도 손해배상 책임
마취의사 의료과실, 집도의사도 손해배상 책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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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마취의사와 집도의사는 '이행보조자' 관계 해당" 판단
난소 낭종 절세술 받은 환자 사망…마취의·집도의·병원장 공동 손배 80%
마취의-직접 불법행위자, 집도의-이행보조자 책임, 원장-사용자 책임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의료과실은 마취의사가 했어도 환자를 치료한 집도의사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병원에서 우측 난소 낭종 절제수술 후 회복을 하다가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마취의사의 의료과실을 인정한데 이어 집도의사는 마취의사와의 이행보조자 관계에 해당해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

대구지방법원은 4월 12일 낭종 절제술을 받은 후 사망한 사건에서 환자 가족(원고 측)이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책임 소송에서 환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의사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망인 G씨는 2020년 4월 초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 대구 H내과에 내원했다가 췌장 CT 촬영을 받아보라는 소견을 받고, 같은 달 I의원에서 CT촬영을 한 결과 우측 난소에 6㎝ 크기의 혹이 발견돼 수술을 받으라는 소견을 받았다.

G씨는 같은 날 바로 J병원에 내원해 D의사(집도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D의사는 초음파검사를 한 다음 우측 난소 낭종으로 진단하면서 G씨에게 "혹의 크기가 크고, 막도 형성돼 있어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예방 차원에서 수술을 빨리 하는 게 좋다"라고 해 G씨는 바로 우측 난소 낭종에 대한 절제수술을 결정하고 수술 일정을 4월 10일 오후 4시로 잡았다.

D의사는 예정대로 오후 4시에 수술을 시작해 오후 4시 45분경 수술을 마친 뒤, 환자 가족에게 "환자 배에 유착이 심해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졌지만, 혹 제거는 잘 됐다"고 수술 경과를 설명하면서 제거한 혹을 보여준 후 돌아갔고, G씨는 수술실 바로 옆에 있는 회복실로 이동해 회복중이었다.

오후 5시 30분경 간호사가 G씨를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겼고, 오후 5시 40분경 병실에 도착해 침상으로 옮기려는데 G씨는 목이 힘없이 아래로 축 처져서 의식이 없었다.

간호사는 G씨의 상태를 본 후 산소호흡기를 들고와서 코에 호스를 삽입했으나 G씨의 반응이 없었고, 오후 5시 45분경 수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서 앱부배깅으로 산소 주입을 시작했다.

D의사는 오후 5시 50분경 병실에 도착해 G씨를 지켜보다가 오후 6시경 수술실로 다시 가자고 결정한 후 수술실에 오후 6시 5분경에야 도착했다.

D의사는 오후 6기 35분경 수술에서 나와서 환자 가족에게 "환자가 호흡곤란이 와서 위독하다.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했으며, G씨는 오후 6시 55분경 같은 지역 대학병원으로 출발했고, 오후 7시 20분경에 도착했다.

G씨는 이미 산소 부족으로 인해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대학병원에 도착했고, 대학병원에서 저산소성 뇌손상 소견을 받아 저체온요법으로 72시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뇌 MRI 촬영결과, 전체로 확산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인한 혼수상태 소견으로 양쪽 동공이 팽창되고, 각막 반사가 없으며, 구역 반사가 없고, 운동반사반응이 전혀 없고, 뇌간 반사가 없는 등으로 상태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G씨는 4월 17일 심폐소생 거부 상태로 지속적인 인공호흡기 치료 등이 필요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지만, 4월 26일 뇌손상으로 인한 혼수, 폐렴 및 이로 인한 심폐기능부전으로 인해 사망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집도의사는 환자 측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했으나,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형사 합의금 1500만원 지급에 고소취소의 효력이 인정돼 불기소결정됐고, 검찰에서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집도의사는 경찰청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환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에서 법원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집도의사, 그리고 대표원장 모두에게 손해배상책임 80%를 인정했다.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에 대해서는 "전신마취에 의한 수술 환자에 대한 회복관리 및 응급조치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제대로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망인의 산소마스크를 제거하고 회복실에서 퇴실시켜 망인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이후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 이어 "이는 업무상과실치사 즉,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표원장에 대해서는 "병원 사용자로서 상당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으나, 이러한 사정에 대해 사용자가 주장 및 입증을 할만한 증거가 없어 대표원장은 망인과(G씨) 환자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집도의사에 대해서는 "비록 형사절차에서는 상호독립성 내지 신뢰의 원칙이 적용돼 무혐의처분을 받았으나, 민사책임의 영역은 이와 달리 마취와 수술의 관계는 어떤 검사와 후행하는 진단·진료의 관계와 비교해 보더라도 훨씬 더 일체성이 강하다고 여겨지고(부득이하게 수반되는 의료행위임), 이는 환자를 포함한 거래관념에 비춰볼 때 수술 등의 진료행위 내에 이미 마취행위가 포함돼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봤다.

따라서 "수술과정에서 마취의는 집도의 내지 주치의의 이행보조자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수술에 수반된 마취과 의사의 부주의에 대해서도 집도의는 환자에 대한 계약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해 망인과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망인은 62세의 고령이고, 과거 좌측 난소 절제술을 받은 기왕력과 수술 당시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류마티스, 뇌경색 예방 약, 혈전 용해제(심장약), 심장비대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해 피고들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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