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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치협‧병협 "공적 전자처방전 추진 중단" 촉구
의협‧치협‧병협 "공적 전자처방전 추진 중단" 촉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2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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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졸속 추진 경계..."민감한 인체정보 의료기록 유출 위험" 경고
"집약된 시스템 장애 수백만명 환자 피해로 직결" 국가 책임 자신있나?
"환자 질병정보 보호 및 안전한 처방 시스템 구축 전문가와 논의" 제안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가 정부의 졸속적인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3개 단체는 4월 2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은 민감한 인체정보 의료기록의 유출 위험이 높아진다"라며 "환자 질병정보 보호 및 안전한 처방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전문가와 논의하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는 서비스 편의성이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인체정보와 의료기록을 포함하는 민감정보를 담는 전자처방전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관련 논의를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 환자에 관한 기록 열람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제3자에게 정보 누설을 금지하는 이유는 환자의 신체계측지수와 기저질환의 기록이라는 극도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개인의 금융정보가 각종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에 무력화되는 사건들을 차치하더라도, 환자의 의료정보가 외부 서버에 집적·보관될 경우 아무리 기술적인 보안을 덧붙여 추가한다 해도, 날로 빠르게 발달하는 해킹을 통한 조직적 범죄시도 및 데이터 자산의 약점인 정보유출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에서도 이미 2015년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서는 약학정보원 등이 환자 동의 없이 의료정보 약 47억건을 불법 수집해 해외 업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으며, 유출된 환자 정보에는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뿐 아니라 병명, 처방된 약물, 복용량, 진료명세, 진료 기간 등 환자의 전신 상태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3개 단체는 "현행 의료법 제21조는 환자의 질병, 병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써, 열거한 목적 외에는 개인정보의 열람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라며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과 같이 환자의 처방전을 한 곳에 집적되게 할 경우 막대한 환자 개인정보가 한 순간에 열람되어 급속도로 전파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처방 관련 인프라를 국가 책임 및 주도하에 제공하게 된다면 이후 발생되는 국가 전체의 시스템 장애, 하루에도 수백만 건 이뤄지는 환자들의 처방 관련 민원을 온전히 국가가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그 불편과 피해를 책임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분산된 처방전 1건이 분실되면 환자 1명 개인의 피해에서 멎게 되나, 집약된 국가중앙시스템의 장애는 수분간에 수백만명의 환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고 경계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4월, 8월, 10월, 11월, 2013년 1월, 8월 등 1년여 간에 걸쳐 6차례 이상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버 장애로 전국적으로 수진자 조회 장애로 인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소위 서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 이후에도 2018년 12월 5시간 이상 홈페이지 개편 관련 장애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겪은 것.

최근인 2021년 9월 추석 연휴 첫날 또다시 동일한 장애가 발생해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해 문제가 됐다.

심지어 수진자 자격 조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요양기관에 강력하게 요청한 사안임에도, 건보공단 측의 귀책사유로 장애가 한 해에도 수 차례 발생해 국민과 환자들에게 막대한 진료 공백 피해를 유발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6년 7월 냉각장치 고장으로 24시간 가까이 DUR 점검과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불가능한 사태를 초래한 바 있고, 이에 따라 국정감사 및 관계자 문책을 당한 바도 있다.

이 밖에 지난 2015년 1월, 의료기관의 청구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환자와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 7억건에 달하는 진료기록을 무단으로 빼돌려 관련 업체에 판매한 사례, 가장 최근인 2021년 12월에 발생한 질병청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장애, 방역패스 확대 쿠브앱 전산 장애 사례를 보면, 보안의 수준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인체와 질병정보 빅데이터를 한 곳으로 집적하는 형태 자체가 유출의 요인이 됨을 보여주는 실례다.

3개 단체는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군에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전자처방전은 환자들에게 또다른 장애와 진입 장벽을, 의료기관에게는 디지털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의 중복 규제를 강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디지털 소외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해 백신 접종 증명서도 QR코드가 아닌 종이 문서로 지참해야 하는 노년층 및 장애인들에 대해 정작 보건복지부가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 주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평상시 건강하고 디지털과 스마트폰에 빠르게 적응하는 이들이 아니라, 보편적인 기술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디지털 약자 계층임을 주지하는 것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의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3개 단체는 "국민들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질병정보를 강력히 보호하면서 신속하고 안전한 처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엄중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편의성이라는 허울 아래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중앙 집권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추진에 반대한다"며 "환자 처방 정보를 외부에서 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적인 수집 및 이용, 국제적 전파 등 비가역적이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민감 정보인 환자 진료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고려돼야 할 사항은 네트워크 및 시스템 보안장비 등만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개인정보의 보호와 디지털 약자의 접근성 측면에서 윤리적 고찰과 사법적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본질적 가치를 무시한 무리한 제도 개선 추진은 공공의 영역에서 엄중히 지양돼야 한다"고도 했다.

3개 단체는 "보건복지부는 특정 직역단체의 이익만을 고려해 국민의 혈세와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전자처방전 제도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재논의하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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