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목표인가 수단인가?
의사-과학자 양성, 목표인가 수단인가?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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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기관 만드는 것보다 '의사-과학자'를 하고 싶은 사람이 지속할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것 중요

최근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바이오헬스 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로 인식이 되면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사업이나 의전원 설립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지난 2월 의사-과학자 1000명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찾기 어렵다. 넓게 보면, 의사 자격과 기초과학 연구 능력 등을 함께 갖춰 연구를 하는 의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좁게 보면,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대면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단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는 의사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실제 논의과정을 보면 의사-과학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는 근거 중 하나가 전체 의사의 1% 미만이 기초의학을 선택한다는 것이며, 실제 대표적인 의사-과학자로 언급되는 교수님들도 의대 졸업 후 생화학 등을 전공한 분들인데, 실제 기초의학 교수님들은 대부분 의대 졸업 이후 환자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임상과 연구를 병행한다는 의미에서의 '의사-과학자'의 정의에는 맞지 않는다. 반면, 보건복지부에서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핵의학과나 종양내과 교수님들이 '의사 과학자'의 사례로 나온다. 이런 경우라면 연구를 열심히 하는 의대 교수들 상당수는 이미 '의사-과학자'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현재도 의사-과학자 관련한 정책이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서는 전공의이면서 융합이나 기초의학 학위를 하는 전공의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남자들은 과학기술원 등에서 학위과정을 하면서 전문연구요원으로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대를 기반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자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KAIST에서는 과학기술 중심 의학 전문 대학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의학으로 4년, 공학으로 4년을 공부하면 의무석사와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10년간 임상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을 붙인다고 한다. 포스텍에서도 유사하게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해 바이오 헬스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일부는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단지 '의사-과학자' 몇 명이 양성되었는지가 아니라, 의사들 중 연구를 원하는 일부가 자연스럽게 '의사-과학자'를 선택하고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 중 상당수는 이미 유전자 분석, 분자생물/면역학, 세포나 동물실험 등 기초 연구나 중개 연구에서 상당한 수준의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위 과정 또는 국외 연수 등을 통해서 연구 능력을 이미 독자적으로 갖추신 분들도 있고, 타 분야 전공자와 함께 연구실을 운영하시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성균관대학교에도 융합의과학대학원에서 의대 교수뿐 아니라, 생물학·정보학·공학 전공 교수들이 근무하고 있고, 삼성서울병원 등을 임상적용기관으로 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임상역학을 주로 하고 있어서 타 임상과 교수님들과 협업도 하고, 의사가 아닌 PhD 교수님들과도 협업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협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의사-과학자가 임상과 연구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점점 전문화되는 연구의 세계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확보된 인력이고 임상 최전선에서 가장 아이디어가 많을 연구인력은 의대 교수들이지만, 우리나라의 의대 교수들의 근무형태는 매우 일률적이다. 예를 들어서 연구비를 연간 수억 원씩 확보하는 교수라고 하더라도, 진료를 줄이기 어렵다. 병원들은 낮은 수가에서 박리다매로 진료를 해야 겨우 생존하는데, 연구를 주로 하겠다고 진료량을 줄인다면 같은 급여를 줄 수 있을까? 연구비에서 연구자의 월급을 보전하는 형태가 되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대 교수들은 큰 국책 연구 과제를 맡아도 참여율은 있으나 규정상 인건비가 '미지급'이고, 실제 월급은 병원이 지급한다. 

반면, '의사-과학자'의 원조 사례 격인 미국의 경우,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 교수들은 대개 업무시간 비중을 진료:연구 = 2:8 같은 식으로 정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의대 교수들이 연구를 많이 하기 위해서는, 결국 진료를 마치고 저녁시간과 주말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나 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의사-과학자'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 길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 중에서도, 기껏 군복무 대신 과학기술원에서 기초 연구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연구를 그만 둔 사람들이 있다. 연구와 임상의 비중을 조정할 수 없다 보니 양자 택일을 해야 하고, 결국은 더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임상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병원의 '연구 교수' 가 되면, 대개 비정규직일 뿐 아니라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병원 진료를 하는 의사가 임상에서 생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신기술을 개발하여 창업을 하거나 관련 산업계와 긴밀한 협업을 하고자 해도 실제로는 여러 가지 제한이 많다. 의대 교원의 역할 배분, 정부 연구비 규정, 겸직 규정 등을 유연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졸업 후 10년간 임상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보면서, 졸업 후 10년간 의료취약지 의무 복무를 강제하겠다던 '공공의대' 논의가 생각나 씁쓸하다. 이제 창의성을 요구하는 연구 마저도 강제로 해야 하나? 한편으로는 과학고 출신들은 의대 진학을 금지시킨다고 한다. 정책들 간에는 서로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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