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의료행위 처벌 강화…신분 제한·과징금 등 불이익 처분 막대
사무장병원 연루 땐 공단 청구액 전액 환수…불법행위 파산·면책 안돼
"의료법 관련 영향·다른 법 저촉 문제·형사적 판단 여부 등 꼼꼼히 살펴야"
이동필 변호사, 소아청소년과학회 연수강좌 '소청과 의사가 알아야 할 의료법규' 강연
법은 어렵고 낯설고 간단치 않다. 특히 의사들에겐 더 그렇다. 사소하게 여긴 법적 사안이 다른 법에 저촉되면서 면허취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법 안에서는 '별 게 아닌 게' 없다. 의사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직원의 행위까지도 법적으로 문제 없는지 촘촘히 챙겨야 한다. 게다가 의사들을 향한 법적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각종 법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귀찮아하거나 허투루 대하다보면 원치 않는 법의 올무에 갇히게 된다.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내과전문의)는 4월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제91회 연수강좌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알아야 할 의료법규' 강연을 통해 진료나 병원 운영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법적 문제에 대한 유의점을 살폈다.
A의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마약성 진통제를 모르고 환자에게 투약했다. 단순 실수였다. 환자에게도 특별한 문제는 발생치 않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약식 기소했다. 벌금형이었다. 그러나 판사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의사는 지난한 소송의 부담감에다 집행유예 판결을 가볍게 보고 항소를 포기했다. 결국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돼 A의사는 면허가 취소됐다. 이럴 경우 다시 소송을 하더라도 구제될 수 없다.
관련 사안이 의료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법과 연관된 문제 소지는 없는지, 형사적으로는 어떻게 판단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하는 이유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B의사는 환자에게 복부지방흡입술을 시술하던 중 지방흡입 프로브가 복벽을 뚫고 들어가 다발성 소장천공이 발생한 후 환자는 복막염 및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사안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마약성 진통제 페치딘이 잠금장치가 된 냉장고에 프로포폴과 함께 보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B의사는 잠금장치된 냉장고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여겼지만, 마약류는 '이중잠금장치'가 된 저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각각 사안으로 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중잠금장치를 갖추지 않은 혐의에 대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을 적용해도 벌금형에 그칠 사안이다. 그러나 이 두 사안이 병합돼 함께 기소되면 금고형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된다.
이동필 변호사는 "단순 업무상과실치사죄로는 면허취소가 안 되지만, 다른 법 위반 사항으로 병합됐을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혹시 다른 법에 저촉이 안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에는 면허취소 사유가 명시돼 있다.
먼저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등은 면허가 취소된다. 또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행사, 환자비밀 누설, 사기 등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지역보건법'·'후천성면역핍증 예방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농오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시체해부및보존에 관한 법률'·'혈액관리법'·'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약사법'·'모자보건법', 이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이상 형을 받을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 1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 생명·신체상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면허는 취소된다.
특히 지난해 3월 30일부터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 등을 무자격자에게 대리로 시행하게 한 경우'도 면허취소 사유에 추가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각별히 염두에 둬야 한다.
벌금형만 받아도 최대 10년 이하의 취업제한명령이 함께 내려진다. 면허취소는 되지 않지만 취업이 제한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된다.
이동필 변호사는 "진료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을 경우에는 사전에 진찰 필요성을 설명하고, 간호사를 입실시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 위반은 신분상의 제약뿐만 아니라 과징금 부담도 수반된다. 특히 사무장병원의 행태가 더욱 교묘해지면서 법원은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의료기관 개설 자금 조달, 운영 사항과 수익 배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사항이 확인된 경우 진료기간 동안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모든 금액에 대한 환수처분이 의사에게 내려진다.
C의사는 개원자리를 물색하던 중 진료시설과 인테리어가 완비된 Z병원 행정원장으로부터 원장직을 제안받았다. C의사는 보수로 '1000만원+α'를 받기로 하고 진료에 임했으며, 행정원장은 건강보험급여청구, 인력관리 등 행정업무 전반을 처리했다.
사무장병원 개설에 따른 불법 사항이 확인된 C의사에게는 면허정지 3개월에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C의사가 근무기간 중 받은 보수에 대해서만 환수처분이 내려지는 게 아니라, 같은 기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모든 금액이 대상이다. 게다가 부정 청구는 사기죄가 적용되고, 환수금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돼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될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해당 의사는 환수금액을 평생 갚아야 한다.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파산·면책 신청도 할 수 없다.
면허 대여도 조심해야 한다. 다른 의사나 의료기관에 면허를 맡기고 일정액을 받을 경우 면허 대여로 처벌받는다. 면허 대여로 면허가 취소될 경우에는 3년간 재교부가 금지된다.
3년간 면허 재교부가 금지되는 사유로는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 발생 경우,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무자격자에게 시킨 경우 등도 해당된다.
지난해 의료법 제27조 5항이 신설되면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법 시행 전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킨 의사에게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졌는데,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천만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수술·수혈·전신마취 등을 무자격자에게 교사한 경우 모두 해당된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불이익 처분도 숙지해야 한다.
D의원 원장은 반복되는 얼굴 레이저시술을 숙련된 간호사에 맡겨 진행했다. E의원 원장은 고관절 인공치환술 수술을 실시하면서 의료기기 회사 직원에게 수술보조를 하도록 하고 피부 봉합 등 수술 마무리를 시켰다.
이 경우 해당 간호사와 직원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D·E 의원 원장 역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이 가능하고, 이와 관련해 금고 이상 형을 받게 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불이익 처분은 개인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에도 부과된다.
D·E 의원에는 의료법에 따라 3개월의 업무정지 또는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10억원 이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해당 기간 위법한 진료로 건보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전체에 대해 부당청구로 환수처분이 내려지며, 부당청구금액과 부당청구금/해당기간 전체 요양급여비용 청구금 비율에 따라 요양기관 업무정치처분 또는 이에 갈음하는 5배수 이하의 과징금 처분이 더해진다.
이밖에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에는 의사의 현장성이 중요하게 판단된다.
법원은 간호조무사에게 심전도검사를 하도록 한 의사에게 15일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심전도검사는 의사가 직접해야 하며, 만약 간호조무사가 하게 하려면 신체에 붙이는 검사 리드를 부착하는 것과 기기 작동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의사가 직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프로포폴 투여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반드시 의사가 문진·진찰을 하고 개별적 마취제 투여 여부와 용량을 결정해야 한다. 또 의사가 입회해서 현장에 참여해 구체적 지시·감독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동필 변호사는 "간호사 등에게 미리 확보돼 있는 정맥로를 통해 마취제를 투여하게 하더라도 누가 투여했는지 보다 의사가 투여 현장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의사에 의한 구체적 용량 결정과 지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도 유념해야 한다.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의료법 80조 규정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및 진료보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 양성학원 실습생의 경우엔 위법 사항이다. 의료법은 의대 실습학생, 간호대 실습학생의 경우 제한된 범위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간호조무사 양성학원생은 해당하지 않는다.
만일 간호조무사 양성학원 실습생에 의한 의료행위가 드러났더라도, 의사가 이에 대한 교육과 감독을 철저히 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처벌받지 않는다. 교육이나 감독에 대한 근거자료를 반드시 남겨놔야 하는 이유다.
이동필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에 맞닥뜨릴 경우 해당 사안이 의료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법과 연관된 문제 소지는 없는지, 형사적으로는 어떻게 판단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법무법인 의성에서는 의사들을 위한 무료상담 사이트(www.lawexpress.co.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