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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서재필의 품격
의사 서재필의 품격
  •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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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지 말아야 할 경계가 있으며, 경계를 넘어서면
…질서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서재필은 의사이자 독립 운동가로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선구자다. 그는 한 평생 조국의 개화를 위해 기도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친 인물이다. 그는 조선을 개화시키기 위해 갑신정변에 가담했다가 실패한 후 일본을 거쳐 미국에 가게 된다.

그의 아내와 아들, 일가친척은 반역자의 가족으로 몰려 몰살당하는 비극을 맞는다. 미국에서  의사가 된 서재필은 사업가로 큰돈을 벌지만 조국독립을 위해 전 재산을 소진한다. 노년의 나이에 다시 의학 재교육을 받고 한국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병리학 전문의가 된다.

그를 애국 선구자로 존경하지만 선배 의사이기에 더 많은 호감과 존경심이 우러난다. 서재필의 묘미는 질서와 품위였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민족의 지도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격이 흐트러지거나 흔들림이 없었다. 지성인의 품격을 지키는 신사(gentleman)이고 실천가였다.

질서와 품위를 갖춘 지도자 

최근 1919  필라델피아라는 다큐멘터리 음악극을 관람했다. 제1차 한인회의 (First Korean Congress, 1919년 4월 14~16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애국지사 150여명이 모여 6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한 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의의 의장으로서 서재필이 진행한 회의 장면을 보며 평소 그가 삶의 여정에서 보여준 질서와 품위를 엿볼 수 있었다. 신중하고 절제된 진행을 통해 민주주의와 지성인의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서재필은 상식과 질서를 넘어선 권리 주장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미국 연방 판사의 집에 기거하면서 많은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 질서와 품위에 대한 것들을 체득한 결과다. 어떤 명분도 넘지 말아야 할 경계가 있으며, 경계를 넘어서면 질서가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질서는 결국 착취와 폭력이 힘을 얻게 해주고 그 파급효과는 나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종국에는 선량한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진리를 알고 있었다.

서재필은 제1차 한인회의의 의장으로서 혈기와 뜨거운 애국충정에 불타는 젊은 지도자들의 성급함을 달래가며 질서와 품위를 담은 결의문이 작성되도록 이끌었다. 그는 조국에 귀국해 '협성회'라는 토론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을 통해 그는 청년들에게 '질서 있는 토론'을 가르쳤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지도자 서재필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구성된 후 초대 대통령을 세우는 시기에 미군정과 많은 인사들이 서재필을 대통령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질서와 품위를 삶을 통해 실천해온 그는 대통령 추대를 둘러싼 반목과 분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대통령에 입후보할 의사가 없다. 나는 미국시민이며 또한 미국시민으로서 머무를 생각이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질서와 분열이 조국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끝까지 질서와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는 민족을 위해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서재필과 같은 품위 있는 지도자가 의사였다는 사실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떠나는 정권이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 주며 물러나는 성숙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질서를 위협하는 법과 정책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만들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인데 자신들의 이익과 이권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법은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져야하는데 자신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죄상을 덮기 위해 법을 만들고 있다.

다수의 횡포로 헌법을 무시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 품위와 윤리를 상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국민과 함께 지식인으로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의료계 내에서도 '간호단독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좋은 법이 만들어져서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간호법은 의료행위의 협업 질서와 흐름을 깨트리고 의료계 전체에 깊은 갈등과 반목만 남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겉으로는 간호업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상업주의에 눈독 들이고 있는 일부 그룹에 의해 추진되는 위험한 법이다. 질서와 상식을 넘어선 법과 정책은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전문가 집단의 위상과 품위를 떨어뜨리는 해악행위가 되어버릴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경계가 있으며, 경계를 넘어서면 질서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위협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검수완박' 악법을 사활을 걸고 막아주길 바란다. 헌법을 위배하는 악법이 사회정의와 질서를 파괴하면 안 된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10개 단체는 직역의 경계와 질서를 무너뜨리는 간호법 제정을 반드시 막아내 주길 바란다.

상업주의가 전문가주의를 위협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은 질서와 품위를 잘 지켜내야 국민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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