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현 요양병원장 겸 카카오벤처스 상무이사
수많은 직업 거친 그를 움직인 건 "호기심·지적 즐거움"
서울대학교 내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보건정책관리 석사,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전), 삼성서울병원 임상 조교수(전), 책 3권의 저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 카카오벤처스 상무이사. 모두 한 인물, 김치원 원장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이력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김치원 원장은 현재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이자 카카오벤처스 상무이사를 겸하며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선에 서 있다. 무엇이 그의 삶을 이토록 흥미롭게 다채롭게 만들었을까? 그는 어떤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을까? 큰 호기심을 안고 서울 도곡역의 한 카페에서 김치원 원장을 만났다.
기자가 김치원이라는 인물을 처음 접한 곳은 그의 블로그였다. 블로그에 있는 '나의 맥킨지 이야기'는 14년 전 그가 맥킨지에 처음 들어가 겪은 2년간의 회사생활을 고스란히 담은 글로, 다른 많은 블로그에서 인용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이 블로그는 김치원 원장의 디지털 헬스케어 커리어에 근간이 되는 장소공간이다. 맥킨지 퇴사 후 삼성 서울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새로운 진로를 찾던 중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아는 것에 대해 것을 글로 써 전문성을 갖춰 보자'는 생각으로 의사의 비임상 진료에 관한 글들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 후 이어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개원한 후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게 돼 본격적으로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일 4일 동안은 디지털 헬스 케어에 관련된 글을, 마지막 금요일은 맥킨지에 관련된 글을 썼다. 주 5일 동안 글을 쓰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깊이, 그리고 글 솜씨를 갈고 닦았다.
김치원 원장은 한 매체에서 비임상 진로를 꿈꾸는 의대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정리해서 글을 쓰자. 그리고 '나를 드러내자."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블로그를 운영할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으나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의식적으로 글을 쓰며 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라고 말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치원 원장은 의대생 시절부터 의학 외의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본과 1학년일 때 IMF가 터졌고 이때 MBA 붐이 일어났다. 타전공자들이 MBA를 통해 경영분야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그는 당시 MBA 졸업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부동의 1위 맥킨지에 대한 막연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영어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본과 2학년 때 뉴질랜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후 본과 생활을 마치고 내과 수련 4년차 때 컨설팅 회사 Big 3에 지원서를 냈다. 맥킨지를 포함한 두 회사에 합격했고 10년 전부터 꿈꿔왔던 맥킨지의 문을 열게 됐다.
2년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후 삼성서울병원 임상 조교수를 거쳐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을 설립하며 다시 의사가운을 입었다. 자영업의 성격이 강한 일반 개원보다는 사업의 성격이 강한 요양병원이 컨설턴트의 경험을 살리는데 좋으리라 판단했다고 한다. 환자들이 '의사 한 명'보다는 '병원'을 보고 찾아오는 요양병원의 특성을 이용해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병원을 운영하고자 했던 그는 의사로서의 신념과 경영자로서의 전략 속에서 항상 고민하며 운영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병원장으로 있으면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1년 정도 카카오벤처스의 자문 역할을 했다. 그 후 정식으로 일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고 지금으로부터 1년전 카카오벤처스 상무이사로 입사하게 되어 해 현재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선에 서있다. 이런 김치원 원장에게 한국의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 대해 물었다.
"저는 아직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스템은 기존의 시스템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줘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 병원 접근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좋기에 큰 시장이 형성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입사를 고민하며 대표님께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을 물어보니 제 생각과 달리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이템 하나하나가 어떻게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그 중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내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다양한 직업을 거쳐 현재는 병원을 운영하는 내과 의사이자 카카오벤처스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그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그를 끝없는 도전 속으로 밀어 넣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현재 제가 생각하는 다음 스텝은 없어요. 한 번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움직여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삶속에서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지적 즐거움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거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이제 막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는 중이고 대표들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듣는 일이 재미있다"며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즐거움을 드러냈다.
"만약 이 분야도 재미없어지면 아마 전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아가겠죠?" 김 원장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미소가 보이는 듯했으나 김치원 원장이기에 그 미소가 전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