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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간호 '분절' 간호단독법, 질 낮은 서비스...국민 '피해'
의료·간호 '분절' 간호단독법, 질 낮은 서비스...국민 '피해'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2.05.0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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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일본, 지역사회 1차의료 중심 재택모델 통해 의료·돌봄 통합 제공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2일 의료윤리연구회 강연 "시행착오 법안" 비판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일 의료윤리연구회가 주최한 '간호법, 문제점과 대안' 주제 월례강연을 통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간호와 의료의 분리가 아닌 유기적인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의료와 간호를 분리하는 간호법안 제정안은 국민에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행착오적인 법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일본 등 의료제도 선진국처럼 유기적인 통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일 의료윤리연구회가 주최한 '간호법, 문제점과 대안' 주제 월례강연을 통해 "일본도 2000년대까지 의료를 배제한 채 돌봄 서비스를 분절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다 모두 실패하자 2014년에  법률을 제정해 통합적인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 1차 의료 중심의 재택모델을 통해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우봉식 소장은 "이들 국가는 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와 돌봄을 통합 제공함으로써 간호나 돌봄만으로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불안과 우려를 해결하면서 초고령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의료와 돌봄의 통합으로 돌아선 유럽과 일본과는 달리 간호단독법 추진을 통해 분절로 치달으며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입법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우봉식 소장은 "간호법안과 간호조산법안은 배타적·분절적 간호행위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간호법안은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간호법안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한다고 하지만 원가의 38%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간호관리료나 간호 관련 수가 인상에 관해서는 내용이 없다"며 "실제 간호사 처우 개선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간호법안에서 간호업무를 '의사의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한 것은 처방전을 통해 동일 장소가 아닌 독립적인 다른 공간에서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봉식 소장은 "간호협회는 '개업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하지만 2022년 1월 24일 간호협회가 제시한 <정책 제안서>에는 '통합된 간호간병돌봄센터를 마련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한 간호돌봄체계를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면서 "간호사가 간호행위(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간호 의료기관을 개설하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간호협회가 정책 제안서에 '의사-간호사 간 ICT 활용 협진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협진이라는 것은 의사가 자기의 전문 분야가 아닌 질병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예견될 때 다른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라면서 "간협은 공공연히 정책제안서를 통해 간호사 중심의 통합 간호간병돌봄센터 도입과 의사와 간호사 간의 협진을 주장했다. 간호법안이 간호의료기관 단독 개설과 무관하다는 간협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봉식 소장은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와 간호행위를 의료기관에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 행위를 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간호법안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간호법안은 의료기관 밖에서 간호사들이 간호행위(의료행위)와 개업을 하기 위한 법"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 90개 국가에 독자적인 간호법이 있다는 대한간호협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각국 자료와 대사관·영사관을 통해 OECD 38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영국·이탈리아를 비롯한 13개 국가는 의료법에서 통합 규정하고 있고, 호주·스페인·미국 등 14개 국가는 별도의 보건전문 직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와 덴마크는 간호단독법이 있었지만 보건전문직업법을 제정하면서 폐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적으로 간호법을 규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캐나다·독일·일본 등 11개 국가도 법안 내용은 처우 개선이 아닌 면허관리기구, 교육 자격 면허 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불만 접수, 조사 및 징계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국가의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간호사의 면허 관리를 어떻게 할지, 어떻게 교육할지, 간호사에 대한 환자 불만을 어떻게 접수하고 처리할지 등등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라고 밝힌 우봉식 소장은 "그런데 우리나라 간호법안은 면허 관리나 교육에 관한 내용이 없고, 업무 범위 확대, 처우 개선, 취업 지원 등의 내용이 있다. 이것을 법안에 담는 것이 정당한가?"라면서 "우리나라의 간호법안은 OECD 국가의 법체계나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직역 이기주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우봉식 소장은 "간호사만 힘든 상황이 아니다. 다른 직종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정비하고, 보건의료 인력 통합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봉식 소장은 특히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간호법안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통합 의료·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정책과 제도로는 급증하는 고령사회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고, 의료 붕괴라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호사 중심의 간호·돌봄 수준으로는 국민이 요구하는 건강과 의료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유럽과 일본도 시행착오 끝에 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와 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고 밝힌 우 소장은 "간호사만을 위한 분절적인 간호법안 제정 논쟁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재택관리와 돌봄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면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더 넓어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중장기 연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의사와 간호사가 갈등할 게 아니라 원팀이 되어 국민에게 선진 시민의로서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올바른 의료정책을 공부하고, 많은 의사 회원과 국민에게 알리고, 함께 변화토록 하는 것이 의료윤리연구회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윤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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