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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서 '졸피뎀' 처방...면허정지 처분 "적법"
주거지서 '졸피뎀' 처방...면허정지 처분 "적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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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거지서 문진·약물 제공하면 의료행위 해당"
의료인 지위 남용 비도덕적 행위...1개월 면허정지 처분
ⓒ의협신문
서울행정법원 ⓒ의협신문

주거지에서 의약품을 처방·교부한 의사에게 행정당국이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한 이유로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의사는 2018년 2월 3일 자신의 주거지에서 처남인 K씨가 사업 준비로 피곤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2017년 12월경 자신이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7정을 처남에게 줬다.

현행 약사법에서 의사를 비롯한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처방전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가 처남에게 졸피뎀을 제공한 것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및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한다며 2021년 2월 22일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했다.

A의사는 "처남에게 1회성으로 졸피뎀을 처방한 것은 병원이 아닌 주거지에서 보관하고 있던 약을 나눠준 행위이므로 '진료행위' 또는 '비도덕적인 행위'에 해당되지 않거나,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처분이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사회통념에 근거한 '도덕적 비난가능성'의 존재가 전제돼야 하는데, 가족 간 일방 당사자에게 이미 처방받아 복용 중인 약을 일부 나눠준 것에 불과하다"면서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있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보건복지부는 재량권을 행사해 위반행위의 사회적 비난 정도, 그리고 원고가 입는 불이익 등 정상 참작 사유를 합리적으로 고려해 처분을 감경했어야 함에도 최고 상한에 해당하는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의사(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영리의 목적으로 행하거나 계속, 반복의 의사로 행해 질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주거지에서 가족을 상대로 1회적으로 문진을 행했거나 약물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진찰 및 처방으로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의 주장과 같이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진료기록조차 남기지 않은채, 원고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남에게 위험성을 가진 졸피뎀 7정을 별다른 복약방법이나 투약용량, 부작용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도·설명조차 없이 교부했다는 사정 자체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고,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비난받아 마땅한 비도덕적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의료행위를 한 것이 맞고, 졸피뎀을 제공한 행위는 의료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재판부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은 그 특성상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질서를 훼손하므로 이를 임의로 반출하는 등의 행위는 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해 엄격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A의사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서 정한 처분기준에 부합해 다른 비위행위에 대한 제재처분과 비교해서도 가장 가벼운 제재에 해당하고, 의료법 제66조 등 규정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아 적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A의사는 1심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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