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젖은 여자
집이란 말이 절실해지는 시간
그녀는 준비도 없이 떠오르는 달을 보며
달 속으로 걸어간다
저 마음의 실금을 어쩐다
이미 달빛에게 들켜버린 것을
뒤적뒤적 하산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숨길 수도 없고
숨을 곳도 없음을 안다
모르게 터져버린 3월의 목련은 시렵고
그녀에게 시선이 닿는 것으로
마음을 적시는 기억들
어서와, 따뜻한 저녁을 내어줄게
엄마가 엄마에게
달의 서랍을 열어
맑게 개어놓은 속옷을 꺼내준다
▶분당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장. 2012년 <발견> 신인상으로 등단/시집 <오래된 말>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눈물만큼의 이름>/시편묵상시집 <그가 들으시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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