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과 '전문직업성'

'검수완박'과 '전문직업성'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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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법 대표 전문직…사회적 책무성 바탕으로
자율적 역할에 대한 자각·역량 발휘 지원해야"

자칭 민주화 수호자인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위헌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은 검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검찰이 적폐의 대상이라는 소리를 정권 초기부터 줄기차게 지적했다.

국론의 분열로 검찰 지지측과 반대측 간의 집단 행동으로 한동안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정권의 적폐 청산 시도에서 보여줬던 구태의연한 정권의 모습에 청산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이제 곧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됐다.

적폐 청산 시도에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에서 장관의 치졸한 정치적 행태에 국민은 검찰총장을 약자로 보기 시작했고 결국 검찰총장은 대선의 승리자가 됐다.    

검찰조직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간주한 이유는 검찰의 기획 수사와 편파 수사 그리고 정권 친화적 행보 등 검찰이 지켜야 할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 등 검찰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이런 몇 가지 단어로 축약된 단순 논리 이외에 검찰이 왜 적폐의 대상인지 구체적이고 세련되며 성숙 된 비판 문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검찰이 무엇이 문제인가?를 잘 보여주는 외부 연구 용역이나 보고서 등은 없었다.

적폐 청산의 작업에는 우선 공적으로 신뢰할 만한 조직에서 중립적이고 외부적인 시각으로 검찰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잘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법무장관이 잔다르크처럼 싸워대는 모습은 국민에게 공감대 보다는 반감대를 형성했다.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특정 인사를 위촉해 특정 사안에 대한 평가 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고 통상 위촉된 조사(연구)책임자의 이름을 딴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조직이나 기관에 대한 문제점의 기술과 더불어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는 조직 자체의 문제나 조직문화의 개선책을 구체적인 시간적 실현을 이정표로 제시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개선이 예측·지속·실현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에 대한 필요한 적폐 청산이 무계획하고 즉흥적이며 일순간의 즉각적인 청산을 추구했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운동권이 장악한 현 정권은 검찰에 대한 적폐 청산을 혁명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점진적으로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책략도 없이 권력 투쟁적인 방법에 의존해 즉흥적이고 무리한 인사를 단행해 결국 스스로 적폐의 대상으로 역전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여당은 이제 다수당의 이점을 이용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차기 정권에서 자신들에 대한 수사에 대한 원천 봉쇄를 시도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오랫동안 인식되어온 검찰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숨에 떨쳐내려고 하는 무리한 시도로 보인다.

아직도 다수의 국민은 검수완박 시도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정권 초기부터 추진했던 검찰에 대한 적폐 청산의 목적과 구체적인 목표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정당도 검찰개혁에 대한 명확한 목적 제시와 구체적 목표에 따른 개선 방안을 제안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표적인 전문직 집단이 이끌어 가는 특수 집단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수사대상의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공적 기소를 담당하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기구이다.

아마도 검찰조직은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부터 태어났을 것인데 주로 일본인 조직에 의한 조선인의 통제라는 식민통치의 이데올로기가 바탕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의 순사나 검사 모두 국민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육사 출신 군인과 법조인의 연합체인 육법회도 보았고 검찰이 협조하는 독재도 경험했다. 아마도 운동권은 이런 경험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검찰이 보여주는 조폭과도 같은 조직문화도 동아시아 특히 일본의 전문직의 발달사를 잘 추적해 보면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직 이런 부분을 학술적으로 펼쳐본 연구는 없는 것 같다. 

법을 다루는 율사는 법을 다루기에 자신들을 위한 법을 만들기 매우 쉽다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 특히 정당 정치에서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 많은 율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주주의 원칙과는 오히려 배치되는 권력의 비대칭성을 만들어 내기 십상이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검찰조직이 자신들을 위한 특권 집단으로 변모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검찰 스스로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이런 현상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검찰조직에 국민의 경험과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검찰의 모습은 사회가 의사 집단에게 요구하고 비판했던 자정작용에 대한 부족이 검찰과 법조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현대적인 전문직의 자율규제에 대한 의미가 우리나라는 자정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다. 전문직업성의 바탕이 되는 직무윤리와 독립성 그리고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은 법을 위시해서 우리나라 모든 전문직의 발달적 한계의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법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오히려 자율규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도는 진정한 민주주의 발달의 척도로 판단될 수도 있다.

전문직의 자율규제에 대한 낮은 이해는 아마도 지금도 전해 내려오는 법학 교육의 식민지적 아비투스가 보여주는 전문직업성 교육의 문제로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원인이다. 

현 정권은 의사 집단에게는 폐쇄회로(CCTV)와 행정명령을 통한 감시와 압제의 문화로 민주화를 선사하고 검찰에게는 검수완박으로 더불어 민주화를 제시하고 있다. 운동권 정권은 현 정권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대한의사협회를 소통 불능 집단으로 낙인을 찍었다.

소통은 양방향을 의미하는데 정권에 반하는 집단은 모두 일방적으로 소통 불능 집단으로 매도했다. 이런 것을 보면 현 정권도 우리 사회도 아직도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 관료가 이끄는 사회에서 전문직이 갖는 사회적 위치와 전문직에 대한 현대적 관리에 대한 이해도 낮다.

현대 국가는 행정·입법·사법 조직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공적 사적 집단이 상호 적절하고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 견제와 협력을 통해 성숙하고 정의롭고 투명한 민주 사회를 구현한다. 정권은 이런 전문직의 순기능을 육성하고 발전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타깝게 이런 선진 민주국가의 사회 작동 원리가 아직은 관료주의에 대한 도전적 시각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진적 민주사회 구현을 위해 의·법을 대표로 하는 전문직이 사회적 책무성을 바탕으로 자율적 역할에 대한 자각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검찰총장 출신 새 대통령이 전문직에 대해 명령과 통제가 아닌 독립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자율에 대한 성숙 된 지원 정책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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