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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임 정책, 횟수 늘리고 돈 지원하는데서 이제는?
인터뷰 난임 정책, 횟수 늘리고 돈 지원하는데서 이제는?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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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NMC 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 난임사업 지원방향 소신 밝혀
"난임이 된 다음이 아니라 난임 예방 생식 건강 정책이 필요한 때"

과거 난임은 치료비가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2006년부터 정부가 난임 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2017년 난임시술이 건강보험권에 들어오면서 경제적 부담은 상당히 덜었다. 그럼에도 난임은 여전히 당사자에게 고통스런 과정이다.

난임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이후 양육의 문제도 여전히 여성과 결혼 부부에게 과한 스트레스를 부과한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해 2018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개설해 이들에 대한 심리지원에 나서고 있다. 설립 때부터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최안나 센터장(산부인과)은 난임과 임신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아 보였다.

"난임의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임신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를 인터뷰 내내 강조하면서 개개인과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행복한 가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지난 10일 국립중앙의료원 2층 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서 최안나 센터장을 만나 센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난임사업 지원 방향에 대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2018년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설립때 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안나 센터장이 상담실 안에서 상담센터 로고를 짚으며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2018년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설립때 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안나 센터장이 상담실 안에서 상담센터 로고를 짚으며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Q. 난임·우울증 상담센터가 2018년 개소돼 4년째다. 상담센터는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고, 전국에 얼마나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2016년  모자보건법이 개정돼  '산전·산후 우울증 검사 등 지원'과 '난임전문상담센터의 설치·운영'이 들어가면서 난임 환자, 임산부, 양육모를 대상으로 심리상담, 정서적 지지 및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의료적 개입 지원을 병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렇다 보니 대상이 꽤 넓은 편인데, 이들의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앙뿐 아니라 권역센터의 장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부센터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맡고 있다. 상담직원은 정신건강전문요원,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간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앙 센터는 8명이 일하고 있으며, 전국에 5개의 권역센터(경기, 인천, 전남, 경북, 대구)가 있다. 권역센터가 있는 곳은 권역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센터가 없는 곳이 많다 보니 중앙센터의 상담이 많이 밀려 있다. 대면 상담이 원칙이나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원격상담을 하다 보니 해외에서 까지 상담 신청이 들어와 중앙센터에 상담예약이 적체돼 있다. 

지금은 이미 난임환자가 되고 나서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난임이 아니지만 그대로 두면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될 젊은 난임 예비 세대들이 자기의 생식 건강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을 시 미리 치료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지금 당장은 임신할 생각이 없다 해도 젊은 세대들에게 본인의 생식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미리 충분히 주자는 것이다.

Q. 난임인 경우 과거 시험관아기 시술 등 경제적 부담이 컸다.  최근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하면서 이 부분은 상당히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정부의 난임 지원 사업이 시작됐다. 2017년 부터 난임 시술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며 경제적 부담이 많이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본인부담률을 일반은 50%인데 이걸 30%까지 줄였다. 이 본인부담률도 보건소에서도 지원해 이중으로 지원된다. 44세까지만 지원하던 나이 제한도 없어졌다. 정부 지원이 끝나면 지방자치단체로 주소를 옮겨서 하는 경우 까지 있다. 물론 아직도 더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었다.  

Q. 경제적 부담은 완화됐지만 이런 센터가 개설된 것을 보면 난임 부부들의 심리적·정신적인 부담은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실제 이들이 겪는 우울증 등 심리적 압박은 어느 정도인가?

2020년 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은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연구(한국모자보건학회·김장래 외)한 바로는 난임환자의 27.6%, 즉 4명 중 1명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수준의 중등도 수준 이상의 우울증을 경험하는 고위험군이었다. 

중등도 수준이상이란 우울선별검사 (PHQ-9) 15점 이상이거나 자살 관련 문항에 1점 이상으로 응답한 경우인데, 난임 여성이 전업주부인 경우, 정신과 병력이 있는 경우, 체외수정시술을 3번 이상 받은 경우 우울 발생 위험도가 높았다. 그래서 난임 진단 단계에서부터 고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우울 발생 시 정부 지원 사업인 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 연계해 조기에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정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난임 등 3개 대상군의 이용률은 어느 정도인가? 또 이들이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는 주로 어떤 것들인가?

ⓒ의협신문
상담센터 입구에 선 최안나 센터장. ⓒ의협신문

중앙센터 개소 이후 2021년 12월까지 전체 센터 상담받은 분들은 1만 3736명이다. 이중 중앙센터는 1929명인데 중앙센터에서 상담받은 분들 중 난임환자 비율은 50.4%, 임산부 및 양육모는 43.9%, 기타 5.6%였다. 

대상자들이 호소하는 심리적인 문제는 다양하며, 난임환자는 시술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및 반복적인 임신 실패나 유산에 따른 실패감, 우울감, 불안감과 부부및 가족 등 대인관계 갈등 등이 있고, 직장생활과 난임 시술 병행에 따른 스트레스, 임신 시도 및 시술로 인한 휴직 및 퇴사 등 경력단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임산부 및 양육모는 임신과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및 우울과 불안, 그리고 부부 및 가족 관계 갈등이었다. 

난임치료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부부의 선택입니다. 난임치료를 받아 임신하는 것만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임신이 되지 않았어도 부부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해요..

Q. 경제적인 지원 뿐 아니라 심리지원도 한다는 점은 과거에 비해 난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진일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4년여 센터를 책임지면서 난임 지원 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나?

난임환자들은 자신이 난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다 . 30세 이후 결혼하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이들이 결혼해서 커리어를 쌓고 자리잡고 나서 임신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피임한다. 하지만 20대에 가임력이 가장 좋고 30세 들어가면 서서히 가임력이 떨어지는 시기다. 35세가 넘어가면 임신이 돼도 자연유산 등 아기가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0세가 넘어가면 건강하게 임신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하지만 가임력이 좋지 않은 나이에도 피임하고, 이제 준비됐으니 임신을 결심하고 난임시엔 시험관 시술로 임신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보조생식술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의학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횟수를 늘리고 돈을 지원하는 쪽이었다. 물론 이로 인해 40대 출산율이 다소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험관 시술은 5회 이상 되면 더 이상 누적 임신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시험관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정부도 여기에 돈을 지원하는 방식인데 '하는 데까지 계속하면 된다'는 일부 잘못된 정책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은 여성의 생식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이미 난임환자가 되고 나서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난임이 아니지만 그대로 두면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될 젊은 난임 예비 세대들이 자기의 생식 건강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을 시 미리 치료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지금 당장은 임신할 생각이 없다 해도 젊은 세대들에게 본인의 생식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미리 충분히 주자는 것이다. 여성을 예로 들면 생리통과 관련된 자궁 내막증 같은 게 난임의 원인이 되니 난임을 미리 예방하는 생식 건강 쪽으로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Q. 마침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110개 과제에서도 난임부부 시술지원 확대를 약속했는데, 새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한 제언이 있을 거 같다.

이미 얘기했듯이 난임 지원사업을 돈과 횟수를 늘리는 정책에서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난임이 되고 나서가 아니라 난임 예방 생식 건강 정책 같은 게 필요하다. 또  임신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사회가 돼야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도 임신한 사람도 행복한 출산 친화 환경이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임신이 안된 사람도, 임신한 사람도, 출산 후 양육하는 부모도 모두 힘든 상황이다. 임신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사업을 시작한지 4년째인데 아직 권역센터는 5개소에 불과하다. 이들에 대한 정서적·심리적 지원 사업이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확대가 더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새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늘려줬으면 한다.

최 센터장은 인터뷰 말미 "난임치료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부부의 선택"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난임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부부 모두가 심리적으로 힘든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충분히 의논해서 어떤 방법으로 임신을 할지 임신이 안될 경우 어느 지점에서 치료를 종료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임의 힘든 과정을 겪고 원하는 출산을 했지만 결국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겪었다는 최 센터장의 "난임치료를 받아 임신하는 것만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임신이 되지 않았어도 부부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오래 여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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