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 결사 반대"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 결사 반대"
  •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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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 일 못하게 해 일자리 잃거나 불법행위 발생
간호조무사 학력 고졸로 상한 제한…위헌 요소 방치한 채 법안 통과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제정하려면 차라리 '간호사법' 만들어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 간호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간호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되어 법사위로 넘어간 간호법은 직역 간 의견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여야 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의료기관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의료법과 달리 간호법은 의료기관 밖의 지역사회까지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서 병원 밖 지역사회 어르신의 건강을 돌봐야 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간호사의 독립적 역할만 강화하는 식으로 간호법이 만들어졌다. 

지역사회의 경우 의료기관 밖이기 때문에 의사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의사는 배제됐다. 더욱이 의사 외 간호조무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함께 일하는 보건의료인력의 역할이 중요한데, 논의 없이 간호사만 중요하다며 더불민주당은 간호법 의결을 강행했다.

현행 의료법이나 발의된 간호법 모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지금 장기요양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촉탁의 지도하에 간호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되어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아니면 불법행위를 하게 되는 위법 사항이 발생한다.

법 체계적인 문제점도 있다. 간호조무사와 간호사 자격과 업무는 간호법에 규정하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하지 말아야 할 금지사항과 위반 시 처벌조항은 의료법에 남겨놓고 있다. 이는 법체계의 통일성·완결성 면에서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고 있는 위헌 요소를 그대로 방치한 것도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모든 직종은 자격 또는 면허시험 응시자격이 '고졸 또는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으로 규정해 학력 상한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 

특정 직역의 경우 특성화고와 학원, 전문대양성 과정이 보편화돼 있으며, 이러한 모든 양성과정에 대해 자격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왜 간호조무사만 유독 간호특성화고를 졸업하거나, 고졸자로 간호학원을 수료한 경우만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학력 상한을 제한해 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전문대에서 학칙으로 간호조무과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전문대 졸업자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를 할 수 없게 막아놨다. 

이런 식으로 학력 상한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배울 권리를 법률로 막은 '위헌' 사항이며, 2021년 규제개혁위원회도 이러한 사항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며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간호법을 제정할 때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기관에서 간호관련 학과를 졸업한 자'로 수정하는 것을 요청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위헌 요소를 방치한 상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와 간호사 두 직종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며,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는 같은 성격의 직종협회이다.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는 둘 다 똑같은 간호사·간호조무사 전국조직으로 면허·자격 신고 및 보수교육을 관리하고 회원 권익옹호와 보건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대한간호조무사협회]
[사진제공=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간호법에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를 규율하면서 두 단체를 달리 차별하는 근거로 간호사는 '면허', 간호조무사는 '자격'이라고 하고 있다. 

'면허'와 '자격'의 차이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하는 업무와 역할 차이에 대한 근거는 될 수 있지만, 같은 성격의 역할을 하는 협회를 차별해야 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우리 협회는 하나의 법률에 같은 성격의 단체를 다르게 규율하는 것 자체가 차별임을 지적하고,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를 똑같이 규율해주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간호조무사협회를 간호법에 규율해 법정단체가 될 수 있게 해 준 것으로도 간호조무사에게는 큰 선물"이라며 그것 하나로 자신들에게 고마워하라고 말하고 있다.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에게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에게 불이익만 주고 있으며, 장기요양기관에서 일을 하는 간호조무사가 간호법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불법행위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반대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간호사는 병원 밖에서 의사 지도 없이 간호업무를 할 수 있고, 어르신과 만성질환자에게 건강관리에 관한 교육과 상담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주면서, 간호조무사는 배울 권리를 제한한 위헌 요소가 방치되어 '고졸-학원출신'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비하를 계속 받으며 지내도록 하는 법을 어떻게 찬성할 수 있겠는가.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권리를 침해하고 피해자로 만들어놓고 껍데기뿐인 협회 법정단체로 우리를 현혹하는 행위는 85만 간호조무사를 모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호법은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간호법 적용대상을 지역사회로 넓혀가고자 한다면, 병원 밖 지역사회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먼저 정리해야 한다. 큰 틀의 방향이 먼저 정리돼야 간호법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물론 의사 등 지역사회 보건의료와 관련된 당사자 간 공동 논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간호법이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법 당사자인 간호조무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법이 되려면 간호조무사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 

간호조무사 업무를 '간호사 보조'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간호사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보조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병원 외래, 의원, 장기요양기관 등에서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면 장기요양기관 등에서도 문제 발생이 없을 것이다.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도 고졸로 제한하고 있는 위헌 요소를 삭제하고, '특성화고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간호관련학과를 졸업한 자'로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수정하지 않고, 지금처럼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을 제정하려면 차라리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에 남아 있고, 명칭을 '간호사법'으로 바꾸어 간호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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