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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설치 위해 병원 개설허가 변경신청..."불허는 위법"

장례식장 설치 위해 병원 개설허가 변경신청..."불허는 위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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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료법령 요건에 맞게 설치하는 것이라면 개설허가 변경신청 불허 못해"
관할 보건소 교통흐름 방해·교통사고 위험 막연한 우려로 불허 정당 사유 안돼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장례식장을 설치하기 위한 요양병원의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관할 행정청이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4월 27일 요양병원에 장례식장을 두기 위해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불허한 사건에서 요양병원이 관할 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요양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법령의 요건에 맞게 요양병원에 장례식장을 설치하려는 것이라면, 주민의 평온한 주거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인근 대중교통 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요양병원에 장례식장 설치)을 불허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원고는 2021년 2월 3일 대구광역시 관할 보건소로부터 지하1층 지상 10층 건물의 지하 1층, 지상 3층 내지 10층에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B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 2021년 8월 30일 관할 보건소에 건물의 지상 2층에 B요양병원의 시설로 장례식장을 설치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했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는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등 공익적 피해가 심대하다는 등의 사유로 위 신청을 불허가했다.

관할 보건소는 ▲신청하는 건물은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장례식장으로 허가 시 신청인의 영업권을 보호해주는 이익보다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등 공익적 피해가 심대하고 ▲장례식장 개설 주변은 인구밀집 지역이고, 학교, 어린이집, 구립도서관, 아동복지시설 등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장례식장 허가 시 교육환경을 해칠 것으로 예상돼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37조(장사시설의 결정기준)에 저촉되고 ▲건물 구조상 장례버스의 출입이 불가능해 도로변에 불법주차가 빈번해 교통 흐름방해,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건물주는 건물 2층을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 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운동치료실로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원고가 장례식장으로 변경 신청하는 등 인근 주민과 허가청을 기만하고 있으며 ▲당초 요양병원 허가 신청 시 인근 주민들에게 장례식장을 절대로 개설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한 점 ▲현재 격렬한 집단 민원이 발생하는 등 인근 주민들이 받게 될 공익적 침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해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는 대구지방법원에 관할 행정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소송에서 원고는 "보건소가 의료법령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처분사유를 들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주민들의 거주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 저해, 교육환경 저해, 교통흐름 방해, 교통사고 위험 등 막연한 사정만으로는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고의 주장에 대해 관할 보건소(피고)는 "원고의 신청을 허가할 경우 도시계획시설 규칙 제137조 제5호에 저촉되고, 인근 주민들의 평온한 주거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며, 인근 대중교통 흐름에 방해가 발생하는 등 중대한 공익상 피해가 발생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원고는 이 사건 병원에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음에도 이런 약속을 저버리는 등 행정청을 기망하고 있다"며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반된 주장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의료법령과 도시계획시설 규칙을 봤을 때, 관할 보건소는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건소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관계 법령에 의하면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신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하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설치하려는 장례식장의 연면적이 요양병원 연면적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고 ▲원고가 설치하려는 장례식장이 의료법령이 정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관할 보건소는 원칙적으로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을 허가해야 하며 ▲관한 보건소에게 허가 여부에 관한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도시계획시설 규칙 제137조 제5호(장례식장은 인근의 토지이용계획을 고려해 설치하되, 인구밀집지역이나 학교·연구소·청소년시설 또는 도서관 등과 가까운 곳에는 설치하지 않을 것으로 규정)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2항에 의해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장례식장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할 경우 그 결정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따라서 ▲의료법에 기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에 대한 허가기준 등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고 ▲중대한 공익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징표에 그칠 뿐이어서 도시계획시설 규칙 제137호 제5호에 저촉된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례식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후 명복을 기원하는 등 장례문화와 관련된 필수시설로서 인간의 숙명인 죽음과 관련돼 있다고 해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로 봐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6. 24. 2020두3263 판결)도 인용했다.

이를 근거로 ▲요양병원 건물은 최신식 대형 건물로서 조문객들은 지하주차장에 연결된 장례식장 전용 승강기를 이용하는 점 ▲장례식장이 설치되는 2층 창문유리에 코팅처리가 되어 있어 장례식장 내부가 보이지 않는 점 ▲사체 운구도 2층 장례식장에서 건물 내부 승강기를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 운구차에 싣도록 동선이 설계돼 있는 점 ▲주택을 향한 건물의 후면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건물 2층에 장례식장이 설치되더라도 거주 안녕을 해치거나 인근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할 우려가 있지도 않다고 봤다.

또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가 월 평균 5명 수준으로, 조문객들이 과도하게 몰릴 것으로 보이지 않고 ▲요양병원 건물은 왕복 6차선의 대로변에 위치해 교통체증 우려가 없고(병원서 주차요원 둘 예정) ▲교통 혼잡이 발생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의 통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관할 보건소는 장례버스와 운구차로 인해 교통흐름 방해와 교통사고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을 주장할 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분석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며 ▲원고가 추후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사정은 개설허가 변경사항 신청 불허 처분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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