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1인 1개소법' 위반에 따른 건보공단 환수처분의 부활
법률칼럼 '1인 1개소법' 위반에 따른 건보공단 환수처분의 부활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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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법 개정으로 2021년 6월부터 '1인 1개소법' 위반 시 공단 환수처분 가능
대법원은 의사가 의료법 위반했어도 요양급여비용 받은 부분 정당성 인정
사법부 판단에 대한 고려 없이 입법부가 법률 개정하는 것 바람직한 지 의문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2012년 2월 1일.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 다수 의료기관 운영 금지 조항, 속칭 '1인 1개소법')이 추가되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어진 지 벌써 만으로 10년이 지났다.

2012년 법 개정 전까지 대법원은 비록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라도, 다른 의사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그 소속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고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시해왔다.

즉, 자기 명의 의료기관에서만 진료에 종사한다면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온 것이다.

사실 한 장소에서만 '진료'를 하는지 여부는 명백히 구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운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의사 A가 후배의사 B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에 자금을 투자하고 후배 의사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이런 저런 조언을 주는 경우 어디까지가 단순한 투자금의 회수인지, 아니면 의료법이 금지하는 '운영'인지 당사자들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항 개정 당시 보건복지부도 '운영'의 범위가 불명확해 입법으로 인한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현실적으로 개설자인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자본을 투자 받는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제처도 '운영'을 금지한다 하더라도 실제 사인 간 계약관계를 행정청이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은 결국 도입됐다.

1인 1개소법 개정의 여파는 매우 컸다. 법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요양급여 전액 환수처분이 시작된 것이다.

환수처분의 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입장에 따르면 의료법에 위반해 다중으로 개설 및 운영되고 있는 '불법 의료기관'이라는 점을 본인들이 미리 알았다면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인데 속아서 지급했다는 취지였다. 

예컨대 선배 의사가 후배 의사에게 병원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지분을 남기고 운영에 참여한 경우, 선배의사가 후배 의사 개설 병원도 복수로 운영했다는 이유로 후배 의사가 수령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요양급여비용은 보험가입자인 국민이 평소에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를 납입하고,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으면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의 일부를 부담해주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지급된 비용이다.

즉, 해당 환자가 그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당연히 요양급여비용을 주었을 것이며, 이미 이뤄진 진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게 되면 환자들은 무료진료를 받은 셈이 되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보험가입자에게 무료로 보험서비스를 제공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가 진료계약의 본례 취지에 따라 환자를 진료했음에도 그 진료 대가를 전액 환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서울고등법원이 이 환수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데 이어 2019년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즉, 대법원도 해당 사건의 의사들이 의료법을 위반했을지라도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 정당성을 인정해준 셈이다.

이 대법원 판결 이후, 1인 1개소법 위반으로 적발돼 기소되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설명의자에게 환수처분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 6월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법은 위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해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도입했다.

다시 말해, 의사가 타 의료기관의 운영에 개입하는 경우 2021년 6월 이후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아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환수처분은 물론,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에 따라 장래에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도 보류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인해 다소 줄어들었던 1인 1개소법 위반의 리스크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렇지만 실무적으로는 여전히 단순한 투자 및 회수행위인지, 운영행위인지 판단하기 모호하다. 

결국 1인 1개소법을 위반했다는 오해를 받아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 다중운영 상태가 아니었음을 피의자 측이 적극 방어해야 하고, 실패할 경우 다중개설된 것으로 지목된 의료기관(개설자)에게는 요양급여의 지급보류처분 및 환수처분이, 다중운영을 한 배후자로 지목된 의료인에게는 요양급여의 환수처분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법이 이뤄진 상황이 수범자인 국민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 상 입법과 사법 및 행정이 분리된 이상 사법부의 결정(대법원의 판결)과 다른 법률을 입법부(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법부가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르게 된 때에는 나름 논리와 근거가 있었던 것인데, 입법부가 그에 대한 고려 없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수범자들은 2019년 대법원 판결 이후 불과 3년 만에 정 반대의 상황, 환수처분 및 요양급여 지급보류가 가능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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