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 도입 논의 예정…11월 공개되는 후발주자 'BAN2401' 임상결과도 주목
대한치매학회 창립 20주년 맞아 미션·비전 공유…신기술 치매 치료 연구환경 조성
정책 수립에 적극 의견 개진…국제 교류 확대·유관학회 협업 체제 가동 발전 모색
인터뷰 -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바이오젠의 치매 항체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한 국내 도입 여부가 6월중 논의된다.
아두카누맙은 고용량에서만 효과가 나타나는 제한된 결과 때문에 '조건부' 꼬리표를 달았지만, 뇟속 아밀로이드 제거라는 확실한 약효와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게 확인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아두카누맙의 단점을 보완한 'BAN2401'에 대한 임상결과가 오는 11월 미국 CTAD 알츠하이머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더하고 있다.
과연 치매 치료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와 마주하게 될까.
대한치매학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에는 대한의학회가 인정하는 정식 학회로 등재됐다.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신경과)은 5월 24일 진행한 기자단 인터뷰에서 치매 치료의 새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학회의 전반적인 현안과 비전에 대한 생각을 옮겼다.
아두카누맙은 사실 실패한 연구다. 당초 의도한 디자인대로 임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조기종료됐고, 스터디 결과도 고용량에서만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FDA도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비싼 약값도 문제다. 한 달에 한 번씩 주사해야 하는 데 1년 약값이 3000만원을 넘는다.
"다음 달 중에 아두카누맙에 대한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약값이 1년에 3000만원을 넘기 때문에 보험적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약효와 함께 MRI·PET 촬영, 증상 추적과정 비용까지 포함한 여러 가지 비용효과성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조건부 승인이지만 약효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학회 내부에서도 심층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의사로서는 치료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치료효과를 보인 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뇌에서 아밀로이드가 제거된다는 게 확인됐고, 고용량에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비투약군에 비해 늦춰진다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아두카누맙의 단점을 보완한 개량된 형태의 'BAN2401'은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주사를 맞았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뇌에서 부종이 생기는 것인데 'BAN2401'은 부종 발생이 적다. 직접 임상에 참여해보니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성공적인 임상결과가 나오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초기 경도인지장애 등 훨씬 이전단계 증상을 타깃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예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치매 치료의 새 장이 열린다는 의미다."
비싼 약값은 고민거리다.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1년 약값이 3300만원에 이른다. 그것도 반값으로 내린 게 이 정도다.
"아두카누맙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1년에 3000만원이 넘는 비싼 약값도 문제고 임상결과도 수준에 못미친다. 만약 도입되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도 노정될 수 있다. 돈이 있는 환자만 쓰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대한치매학회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에는 대한의학회 정식 학회로 인정받았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학회도 다각도로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학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그동안의 우리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앞으로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미션과 비전을 마련해 공유할 예정이다. 정부의 치매 관련 정책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유관학회와의 협업 체제도 가동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주로 가입돼 있는 대한노인정신의학회와 함께 치매 치료 교육과정인 프리셉터십을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각각의 측면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보완을 통해 치매에 대한 학술적 접근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회 외연을 확대해 국제적인 학술 교류에도 주력한다.
"학회가 2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국제학술대회(IC-KDA)에 해외에서 참여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다"라며 "싱가포르·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대만 등 아시아권 학회와 협력을 강화해 참여 폭을 넓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치매 치료에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방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AI)·메타버스·가상현실(VR)·블록체인 등은 물론 디지털 치료제도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런 기술들은 코로나19 속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치매와 신기술을 연계해 활용하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
치매 예방을 위한 운동의 중요성도 짚었다. 나이드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꾸준한 운동을 유지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머리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꾸준한 운동과 머리쓰는 연습을 지속해야 한다. 의료시스템이 향상되고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치매 인구는 줄고 있다. 영국·미국 등에서 이미 줄어들고 있고 우리나라도 올해 초 발표 자료에 따르면 조금 줄어들었다. 학계에서 걱정하는 것은 북한 상황이다. 기아에 시달리거나 영양상태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유년기를 보낸 인구가 많을 수록 치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일이 되면 이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유년기 뇌 발달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