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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겪은 생활치료센터…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
의사가 겪은 생활치료센터…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5.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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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인하의대 교수, 체험 논문 'HIRA RESEARCH' 게재 
역학조사서-HIRA시스템-거점병원 EMR 연동 필요
공중보건의 수당, 민간 간호사·기사 보다 낮게 책정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코로나19 경증 환자 격리와 모니터링을 위해 운영됐던 생활치료센터에서 의사는 어떤 역할을 수행했을까. 운영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었을까. 

황건 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가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의사의 역할' 논문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HIRA RESEARCH>에 게재됐다. 

황 교수는 개인 휴가를 이용해 올해 1월 7∼30일 충남 천안 소재 제12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돌봤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의사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대표적인 업무로는 ▲유증상 환자에 대한 경구 약물 처방 ▲환자 퇴원 확인 ▲환자 입원 명령 및 전자의무기록(EMR) 작성 ▲보고서 확인 등이다. 또 전날 입원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결과를 확인한 후 ▲중증 환자 이송 ▲환자 입원 확인 ▲PCR검사를 위한 코·목에서 검체 채취 등도 맡았다. 

보통 오전에는 투약 처방, 퇴소 확인, 입소환자 처방 입력, 전날 입소 환자 흉부 엑스레이 결과 확인 및 생활치료센터 근무 직원 PCR 검체 채취를 진행한다. 이어 오후에는 투약 처방, 입소의뢰 확인, 최종 퇴소자 기록 작성, 당일 입소자 환자상태 기록 작성 등이 이뤄진다. 

투약 처방과 입소 의뢰는 시간에 관계없이 수시로 접수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며, 퇴소 확인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마쳐야 이후 행정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된다.

퇴소기록 및 환자 상태 기록지는 생활치료센터 거점병원의 수가 청구에 필요하므로 오후 늦게 혹은 저녁 때라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일과를 마친 후에도 환자 관리는 이어진다. 숙소에서도 환자 상태에 따라 야간에 간호사에게 구두로 처방하고, 익일 아침 EMR에 입력해야 한다.

황건 교수는 "생활치료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는 매우 바쁜 일과를 겪게 되며, 개소한지 오래되지 않은 생활치료센터일수록 맡은 업무가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인력과 행정직원은 잦은 회의를 통해 업무 능률을 높이려고 다각적으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상 개선점도 제시했다. 

먼저 의무기록 연동 부분이다. 의사는 메신저 앱을 통해 환자의 역학조사서를 보거나 전화를 통해 문진한 후 심평원 '환자기본정보'에 증상, 퇴소예정일(확진일로부터 7일), 기저질환 등을 기록하는데, 거점병원 EMR에도 같은 내용을 수작업으로 되풀이해야 한다. 

황건 교수는 "역학조사서, HIRA시스템, 거점병원 EMR 등이 연동될 수 있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의무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라며 "입소 의뢰 기관마다 환자 목록을 기록한 엑셀 파일 양식이 달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일정 양식으로 통일하면 입소절차가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의사만 하게 돼 있는 검체 채취를 간호사도 할 수 있게 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간호사의 검체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근무 인력의 순환이나 업무 분장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공보의 2주, 거점병원 파견 의사 3주, 거점병원 파견 간호팀장·간호사 2주 씩 순환근무했으며, 민간 간호사는 1개월 계약으로 근무했다. 잦은 인력 교체로 인해 업무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구조였으며, 민간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는 데 반해 거점병원 파견 간호인력은 휴일도 없이 격무에 시달렸다.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수당 문제도 있다.

공보의 수당이 민간 간호사나 의료기사보다 낮게 책정됐으며, 거점병원 파견 간호사들은 수당이 거의 없었다. 

이와 함께 생활치료센터의 격리 기간은 바이러스 배출기간(23.8±8.7일)을 고려해 의학적 근거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건 교수는 "제12 생활치료센터에서 함께 했던 공보의, 거점병원 파견 간호사들에게 신세를 지고 많이 배웠다. 교수라는 직함이 일차진료현장에서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기만 했다"라며 "그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겐 특혜(privilege)였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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